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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新 맹모삼천지교…"중학교가 전셋값 올린다"

[취재파일] 新 맹모삼천지교…"중학교가 전셋값 올린다"
벌써 20년도 넘은 이야기가 되겠네요. 고등학교 배정을 앞두고 저는 제 친구들이 많이 갈 것으로 예상되던, 소위 좋은 학군의 학교에 가고 싶어 부모님께 "위장전입이라도 해달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는 "너 하기 나름이니, 우리 거짓말(위장전입)은 하지 말자구나"라며 단호히 거부하셨습니다. (그 결과 저는 친한 친구들이 거의 없는 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 하기 나름'이라는 부모님 가르침은, 제가 후에 제 자녀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생존전략'이 되었습니다. 

20여 년 전 십대 중반의 여학생 입에서 '위장전입'이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좋은 학교를 보내고 말겠다는 한국 사회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현상이지요. 수천년 전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 일화가 환경이 교육을 좌우한다는 취지라면, 오늘날 한국사회의 '新맹모삼천지교'는 부모의 경제력과 교육열이 아이의 미래를 만들어내고 만다는 얘기가 될 것도 같습니다.

부모의 교육열이 한국사회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 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봤습니다. 아직 자녀의 교육문제를 고민해본적이 없어서, 막연히 제 경험에 비춰 고등학교 학군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교육전문가들에 물어보니 요즘은 단연 '중학교 학군'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요즘 고등학교는 특목고나 자사고, 특성화고처럼 학군과 관계가 없거나(전기 고등학교),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 지원(1지망 광역지원, 2지망 학군 근거리 배정, 3지망 컴퓨터 배정, 후기 일반계 고등학교)하는 방식으로 진학하기 때문에 '학군' 개념이 많이 사라졌다는 거죠. 대신 공부 잘하는 고등학교에 학생을 많이 보내는 학력이 높은 중학교가 부모님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는 건데요. 중학교는 아직 학군에 따른 근거리 배정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11월에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토대로 서울,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중학교 중에서 성적으로 100위까지 학교를 추려서 주변 부동산 시세를 조사해봤습니다. 성적으로 학교를 줄을 세워 서열화를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학교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 중학교 중 유일하게 학군 상관없이 지원하는 국제중 3곳도 제외했습니다. 부동산 시세는 KB국민은행 부동산 사이트에 게시된 12월초 시세를 기준으로 했고요. 새로운 도로명 주소로는 구글 퓨전테이블과 엑셀 데이터 작업이 어려워, 부득이하게 옛 주소 동명 기준으로 조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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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보이는 곳들이 조사대상 학교가 있는 지역입니다. 아무래도 서울 강남구나 경기도 분당 지역,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인천 연수구 등에 학교가 몰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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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으로 가장 좋은 A학교의 경우, 강남구 전체보다 매매가는 평균 2% 낮은데 전세가는 16% 높았습니다. 같은 강남지역이지만 재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C, L)이 아닌 경우, 대체로 성적이 좋은 중학교 주변 전셋값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남이나 분당 같은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높다고 알려진 지역만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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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외곽으로 나갈수록, 공부 잘 한다고 알려진 이런 중학교들 주변 전세값이 주변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미래가치 상승 등 부동산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매매가가 중요하겠지만, '교육'이라는 당장의 필요 가치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중학교 학군이 매매보다는 전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에게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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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관식/부동산 전문가 : 교육이 뛰어난 지역은 스스로 인력에 있어서 더 우수학생을 끌어들이고 전세가에 분명히 교육은 영향을 미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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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입시전문가 :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좋은 중학교를 배정받는 곳 자체 그쪽 지역이 바로 우수학군으로 볼 수 있는 거죠.]
 
전통적으로 부동산 비수기로 알려진 겨울이지만, 교육 전세 유목민에게는 요즘이 가장 '핫한' 시즌이라고 합니다. 新맹모삼천지교 지도를 그려보니,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전세 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 '공부 잘하는 중학교' 주변 전셋값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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