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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할머니 먹던 두부에 침 뱉고…'동네 조폭' 백태

[취재파일] 할머니 먹던 두부에 침 뱉고…'동네 조폭' 백태
경찰이 이른바 '동네 조폭' 100일 특별 단속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동네 조폭'이란 기존 조직 폭력배와는 달리, 일정 지역을 근거지로 하면서 상습적으로 금품을 빼앗아 가거나 폭력 행위를 일삼아, 주변 상인 등 주로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폭력배를 말합니다.

집중 단속은 9월 3일부터 12월 11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전국 경찰 435개팀 2,078명으로 단속 전담팀을 꾸려 12,735건을 단속했습니다. 3,136명을 검거했고 이 가운데 960명을 구속했습니다.

● '동네 조폭' 불법 행위 백태

경북 포항북부경찰서는 55세 남성 A씨 등 3명을 검거해 이 중 2명을 구속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포항 북구에 있는 한 시장에서 노점상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두부를 먹고 있는 할머니에게 욕을 하며 심지어 두부에 침까지 뱉었습니다. 시장 상인 등 12명에게 23차례에 걸쳐 업무를 방해하고, 협박하는가 하면, 재물을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주민들은 보복이 두려워 처음엔 신고를 꺼렸지만 경찰이 집중 단속 방침을 알리고 수사에 나서자, 오히려 시장 상인 50여 명이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합니다.

대전에 사는 72세 B씨는 지난 2010년 6월부터 관할 통장을 불러 "내가 전국구 건달이다, 대전 시내 건달을 내가 다 키웠다"고 협박했습니다. 주방에 있는 칼을 들고 와 식탁에 내려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7월엔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자신이 조폭 두목이었음을 내세워 협박하더니, 집안 청소와 개 밥그릇 설거지를 시켰다고 합니다. B씨는 올해 9월까지 지역 주민과 공무원 등 9명에게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 협박, 강요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B씨를 검거하기 위해 통장과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임시 반상회를 개최했다고 합니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72세 할머니 C씨는 '○○동 욕쟁이 할머니'로 불렸다고 합니다. 동네 세차장을 찾아가 '여기서 세차를 하면 3년 안에 사고가 나 자식이 죽는다'고 악담을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당연히 영업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일대 식당과 세차장, 주유소 등 22개 상점이 C씨 때문에 피해를 봤습니다. 식당 3곳은 아예 폐업했다고 합니다.

'노숙인 패거리'도 있었습니다. D씨 등 10명은 동대구역 일대에서 동료 노숙인과 상인을 상대로 폭행과 갈취를 일삼았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노숙인의 가슴을 발로 차 갈비뼈를 부러뜨렸습니다. 경찰에 적발된 것만 21차례, 노숙인과 노점상 6명을 폭행했습니다. 노점상에게 술값을 달라고 협박해 190만원을 빼앗았고 식당과 여관, 노숙인 상담센터에서 행패를 부리고 기물을 부수기도 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에선 올해 5월 59세 여성 E씨 남매가 노점상을 주먹과 발로 폭행한 일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노점보다 영업이 잘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노점상 3명에게 같은 이유로 침을 뱉고 집기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변 노점상들은 이 남매를 '꼴통 남매'라 불렀습니다.

인천에는 '◇◇동의 왕'이라 불리는 58세 남성 F씨가 있었습니다. ◇◇동에서만 60년을 살아 얻은 별명이라고 합니다. F씨는 올해 5월 인천의 한 절로 가는 길을 철조망과 화단으로 막았습니다. 그 절의 주지스님이 자신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심야에 절 앞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F씨 역시 철창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충북 청주의 한 안경점에선 대뜸 사진을 찍어 달라며 옷을 벗은 뒤 온몸에 그려져 있는 문신으로 겁을 줘 선글라스를 빼앗아 간 일도 있었습니다. 이 외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11세 어린이에게서 돈을 빼앗기도 했습니다.

● 전과 21범 이상 33%…60세 이상도 8.5%

동네 조폭의 특성 중 하나는 전과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온 셈입니다. 이번에 검거된 3,136명의 동네 조폭 가운데 전과 21범 이상은 1,045명이나 됐습니다. 세 명 중 한 명 꼴입니다. 최대 전과자는 96범이었습니다.
취재파일 표
동네 조폭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다른 조직 폭력배에 비해 나이가 많다는 것입니다. 40대와 50대가 64.7%로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60세 이상도 8.5%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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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동네에서 '힘' 좀 쓰고 다니려면 나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중앙' 조폭 무대에서 밀려나 지역으로 온 사례도 일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신고자 정상참작…적극 신고를"

피해 유형 중 상당수는 '피해를 당해도 신고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즉, 동네 조폭에게 성매매를 하거나 노래방에서 술을 팔다 걸려 약점을 잡힌 경우입니다.

전북 전주에선 노래방에서 술을 시키고 이를 몰래카메라로 찍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동네 조폭 7명이 적발됐습니다. 이들이 노래방 57곳에서 뜯은 돈만 4,500만원에 달했습니다.

인천에선 23세 남성이 노래방에서 63,000원을 선불로 지급하고 도우미를 불러 술을 마신 뒤 불법 영업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자신이 낸 요금의 2배를 환불받기도 했습니다. 이 남성은 일대 노래방을 돌며 같은 수법으로 300만원을 챙겼습니다.

경기도 고양에선 여관에 들어가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했다가 실제로 나타나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사례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번 특별 단속 기간, 동네 조폭 피해를 신고한 노래방·주점·숙박업소 업주들에게는 책임을 면제해 줬습니다.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업주 369명 중 319명은 아예 입건하지 않았고, 나머지 50명은 기소유예 조치를 했습니다.

경찰은 "앞으로도 특별 단속 기간에는 신고자 면책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며 "특별 단속 기간이 아니더라도 신고자에 대해선 정상참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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