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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느 국가서열 1, 2위의 소통 방식

떠들썩했던 대통령-국회의장 핫라인…무용지물 확인

[취재파일] 어느 국가서열 1, 2위의 소통 방식
대통령과 국회의장은 의전 서열 1, 2위의 국가 지도자입니다. 소통이 화두인 요즘, 의전 서열 1,2위 간의 소통 방식을 가늠케 하는 일화가 공개됐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입을 통해섭니다. 정 의장은 임시국회 첫날인 15일엔 정홍원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16일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두 가지 일화를 공개하며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정의화 연합
정 의장은 우선 15일 정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또는 다자 외교 결과를 자신을 포함한 3부, 또는 5부 요인에게 따로 알리지 않는 데 대해 소통 부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큰 외교 행사가 있을 경우 대통령이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등 3부요인을 초청해 외교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갖곤 했는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다며 서운해했습니다. "국회의장이 신문을 보고 알아서야 되겠냐"고도 했습니다. 정 의장은 "소통부족을 지적한 뒤 청와대로부터 반응이 있었냐"는 16일 방송기자클럽 토론 패널의 질문에 "있으면 좋겠지만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정 의장은 16일 토론회에선 다소 자존심 상했을 법한 경험도 공개했습니다. 정 의장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연결이 가능하다는 전화번호를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당시 정 의장은 핫라인 개설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며 "충정에서,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의 목소리가 이런 것인데 대통령께서 또는 정부나 청와대가 잘못하는 게 있으면 그때 전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의장은 신동아 7월호 인터뷰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농민과 어울려 막걸리도 마시고 서민 사는 데를 자주 다녔어요. 지금은 나라도 커지고 대통령이 엄청 바쁘니까, 대신 내가 현장에서 서민 이야기 많이 듣고, 대통령에게 필요한 내용 전해드리려고 핫라인을 받았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정 의장은 그러나 어제 토론에서 "지금까지 두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두 번 모두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이후 정무수석을 통해 수행 비서의 연락처를 전해왔다고 합니다. 정 의장은 뒤늦게 받은 수행비서의 연락처로는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의장실 관계자는 "그 뒤로 통화가 되는 상황이 됐지만 정무수석 라인이 생겼기 때문에 핫라인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와 국회 수장을 연결하는 핫라인은 결국 개설만 되고 통화 한 번 하지 못한 채 단절된 겁니다.
박 대통령_640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부족 문제는 이 정부 들어 늘 지적되던 사안입니다. 비선실세 논란이 커지면서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 문제는 여당 내에서도 언급되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모임인 '아침소리'가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해 문건의 진위와 상관없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청와대의 소통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며 청와대의 시스템 개편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국정 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을 국민이 접하는 길은,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참모들에게 하는 발언을 통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한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는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박 대통령은 내년 2월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40%를 넘나드는 견고한 지지율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의 소통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질 게 뻔하고, 소통 부재로 인한 사회적 에너지의 낭비는 또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18년간 아버지를 통해 권력의 속살을 지켜봤고,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 지금까지의 통치방식을 유지할지 2015년을 앞둔 세밑 정가의 관심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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