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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녀 시장·몸짱 국장…깜짝 승진의 추악한 배경

- '유리천장'에 갇힌 中 여성 관료들

[월드리포트] 미녀 시장·몸짱 국장…깜짝 승진의 추악한 배경
 미녀 시장으로 불리던 파워 우먼이 있었습니다. 올해 43세, 큰 키에 날씬한 몸매 뿐 아니라 적극적인 업무 추진력까지 갖춰 미래의 산시성(山西) 성장 감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지방 소도시 구청의 선전업무담당자였던 양샤오보(楊曉波)는 지난 2011년 가오핑시(高平市)의 시장이자 당위원회 부서기로 전격 발탁되며 산시성 정가의 신데렐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얼마 전 독직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당적과 공직을 동시에 박탈당하는 이른바 '쌍개(雙開)' 처분을 당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에게 씌워진 간통 혐의였습니다. 그제서야 그녀가 이룬 고속 승진의 뒷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 한 남자 상관들의 이름이 줄줄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들은 미녀시장과 동침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직위를 이용해 석탄회사를 운영하는 남편에게 사업상 편의를 봐줄 수 있도록 눈 감아 준 댓가로 거액의 뇌물도 상납 받아왔습니다.

랴오닝성(遼寧) 안산시(鞍山)에는 '엉덩이 미녀'로 불리던 국세국 여성 국장 류광밍(劉光明)이 있었습니다. 그녀 역시 172cm의 키에 50대 나이임에도 동북 지방 미인 특유의 아름다운 몸매를 과시하며 스타 여성 관료로 불렸습니다. 세금을 거두는 세무공무원으로서 그녀는 악착스러운 징세 실적을 보였는데 사실 이 가운데 상당한 액수를 빼돌려 비자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비자금의 용도가 재미있습니다.

엉덩이 국장
그녀는 5백만 위안, 우리 돈으로 9억 원 정도를 자신의 미모를 유지하기 위한 성형수술비용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녀는 10차례 넘게 한국과 홍콩, 호주 등을 오가며 눈, 코, 입부터 가슴, 뱃살, 심지어 엉덩이까지 다듬었습니다. 특히 엉덩이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 한 번에 50만 위안, 약 9천만 원짜리 최고급 성형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녀 역시 만년 중간 간부로 머물다 갑작스레 국세국 책임자로 깜짝 발탁됐는데 다름 아닌 안산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엉덩이 덕분이었다는 말이 지역 관가에 퍼졌습니다. 사정기관이 조사에 나서 뒤늦게 안산시와 랴오닝성의 고위 간부들과의 은밀한 관계를 맺어 온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엉덩이로 발딱 일어섰다가 그 엉덩이로 패가망신하고 만 겁니다.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시의 한 여성 관리는 자기 나이를 5살이나 어리게 조작했다가 들통이 났습니다.남성 상관들이 하도 어린 여성 부하 직원들만 좋아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간부 승진에 유리하도록 손을 썼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건 다름 아닌 중국 관가에 만연한 성 차별과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 때문입니다. 여성 관리를 업무 능력보다는 이성으로 바라보는 전 근대적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여성 관리들이 정도를 벗어난 다른 지름길을 통해서라도 활로를 모색하려는 유혹에 빠져 드는 건지도 모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중국 전체 인구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절반이며 대학 진학률도 별 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직 진입을 위한 1차 관문인 까다로운 공산당 입당 심사를 통과하는 여성 공산당원의 비율은 30%를 밑돌고 있습니다. 이후 당과 정부에서 남성들과 경쟁에서 살아 남아 고위 간부로 올라가는 비율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 중에는 단 한 명의 여성이 없습니다. 정치국 25명의 위원 가운데 2명(류옌둥 부총리, 쑨춘란 톈진시 서기)만이 포진해 있을 뿐입니다. 정부인 국무원에는 총리와 4명의 부총리 등 5명의 국무위원, 25명의 장관급 부장이 있는데 류옌둥 부총리를 포함해 3명만이 여성입니다. 10%도 채 안됩니다.

1급인 31개 성, 시, 자치구의 성장, 주석 자리도 1명(류후이 닝샤자치구 주석)을 제외하곤 모두 남성 차지입니다. 중국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여성 대표위원 비율은 21.3%,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여성 비율은 17.7%로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그 아래 시나 현 정부는 물론 각급 부서의 사정도 마찬가집니다. 시장이나 현 서기같은 정(正)직엔 남성 일색이고 여러 명을 두는 부(副)직에나 구색 맞추기 식으로 간혹 여성을 한 명 끼워 넣는 식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不上正, 頂上副"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 만큼 여성 관료들이 보이지 않는 두터운 유리천장에 아래 갇혀 있다는 얘기입니다.

매관매직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중국 관가에서 승진과 출세를 위해 상관에 대한 뇌물 상납은 관행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여기에 여성 공직자들에게만 요구되는 은밀한 다른 항목들이 더해지다보니 능력 있는 많은 여성들이 자리를 떠나거나 혹은 타락의 길로 들어설 것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중국 공직사회 부패의 뿌리는 유리천장 아래서 자라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시진핑 정권이 한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부패 개혁을 통해 과감히 유리천장을 깨뜨릴 수 있을 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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