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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대한항공 현직기장 "3세 경영진, 동료의식 결여돼"

* 대담 : 대한한공 현직 기장 (익명 인터뷰)

▷ 한수진/사회자:
대한항공의 ‘땅콩 리턴’ 사건, 조현아 전 부사장과 아버지 조양호 사장이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이른 바 로열패밀리들의 특권의식과 월권행위,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라는 분위기인데요. 오늘은 대한항공 내부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입사한 지 20년 넘은 현직 기장이신데요. 요청에 따라서 음성변조를 하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점, 청취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기장님 나와 계십니까?

▶ 대한항공 현직 기장: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땅콩 리턴’ 사건이 알려진 지는 꼭 일주일 째 인데요. 지금 회사 내부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대한항공 현직 기장:
지금 일주일 지났는데 내부 분위기는…전체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죠. 저희가 최고 국제 항공사 직원이라는 나름의 자긍심이 있었는데, 이 일로 인해서 그게 많이 떨어져 있고요. 또 한편으로 조종사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내부적 일이 있을 때 비행에 좀 집중하자, 이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또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 이런 목소리도 있다면서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네 뭐 이런 일들이…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가끔씩 들려오던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가령 어떤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 대한항공 현직 기장:
구체적인 사례는 딱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저희 조종실에서는 외부적 접촉이 별로 없으니까

▷ 한수진/사회자:
아무래도 객실 승무원보다는 접촉이 없단 말씀이시죠?

▶ 대한항공 현직 기장:
그렇죠,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요. 객실에서는 예를 들면 이번 같은 서비스나 청소나 그런 문제에 대해서 가끔 지적이 있었다, 라는 얘기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게시판에 16년 차 기장이라고 밝힌 분이 쓴 글을 보면요. “로열패밀리가 비행기에 타면 사무장은 물론 해당 객실 승무원까지 모두 교체가 된다, 비행기 문에 페인트가 벗겨진 부분은 붓펜으로 덧칠을 하고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은 구석구석 미친 듯이 청소를 한다” 이런 대목이 있어요. 이걸 어떻게 봐야 될까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실제적으로 그분들이 그런 상황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내부적 분위기를 보면, 사실은 그분들의 권위적 모습에 스스로 눌려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부서들이나 임원들이 좀 과잉되게 충성하는 바가 많지 않은가. 그로 인해서 실제적으로 일하는 사람들한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과잉되게 충성하는 분위기가 있더라. 그러니까 로열패밀리가 타면 승무원까지 다 바꿔야 되는,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거든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네, 저희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황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매번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조종사들 같은 경우에는 딱히 총수 일가를 같이 비행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말씀하신 바와 같이 비행 편수에 따라서 승무원들을 교체, 가끔씩 한다는 사실들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를 들면 승무원의 경우에는 ‘로열패밀리 전담팀’이 있다는 건가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말씀드린 것처럼 승무원들이 교체가 된다, 그 다음에 총수 일가가 탈 때는 어떤 사무장, 어떤 승무원들이 탄단다, 이런 이야기는 있는데. 구체적으로 그 비행을 위한 전담이 있는지는 조종실 측에서는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제작진이 취재 중에 통화한 어떤 분은 총수 일가의 행태에 대해서 “마치 작은 공산당을 보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까지 했다고 전하거든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헛웃음)

▷ 한수진/사회자:
실제적으로 그런 이야기도 좀 나왔다는 거죠, 직원들끼리?

▶ 대한항공 현직 기장:
사람에 따라서 느끼는 게 다를 수 있는데, 충분히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건 두고 재벌의 황제경영, 가족주의 오너리스크가 터진 것이다, 이렇게 진단을 하던데요. 특히 3세들이 경영에 들어오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이런 시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저 개인적인 경우 지금 1세, 2세, 3세의 모습을 다 보고 있는데요. 1세 때는 약간 재벌들이 다 비슷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이 있었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십니다. 2세, 3세로 내려오면서 그런 정이라는 개념, 직원들에 대한 배려 이런 것들이 많이 희소됐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여겨지고.

3세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적은 나이에 지금 그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보고 느낀 바들이 적다, 그래서 직원들이 같이 일을 하는, 그래서 건강한 기업을 같이 키워가는 동료라는 의식이 많이 결여되어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첨언을 하자면 그 분들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조직 체계가 참 중요하다고 여겨지는데요. 지금 저희 문화에는 그런 것들이 많이 부족하지 않은가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직언을 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가 된 것 같다, 1세대 경영 때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는 말씀이시고. 직원들과 거리감도 상당해졌다는 말씀이시네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네.
그래픽_대한항공조현
▷ 한수진/사회자:
지금 조현아 부사장이 일단 부사장 직에서 퇴진을 했고, 아버지 조양호 회장도 국민에게 사과를 했는데, 이번 사건이 대한항공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보세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저희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되게 큽니다. 그렇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고요. 거듭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조금 시간이 지나봐야지, 그래서 그들의 반성이 과연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서 회사가 어떻게 변화를 하고 있는가 하는 모습을 보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과를 하러갔다가 쪽지만 남기고 왔다고 하죠? 이런 건 좀 진정성 있는 조치라고 보세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글쎄요. 지금 조현아 부사장이 한 사무장에 대한 사과는 지금은 어떤 형태로든 본인이든 아니면 그 주변에서 청구를 하긴 해서 진행될 수 있지만, 결국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분들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사실은 큰 신뢰를 가지기 어렵다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해당 사무장도 지금 언론 인터뷰를 보면요, 회사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것 같아요. 과연 정확한 진상규명이 될까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는 것 같고요. 이번 일 터지고 나서 사내에서도 입단속을 대대적으로 했다는 보도가 있던데요. 혹시 관련해서 들으신 바가 있습니까?

▶ 대한항공 현직 기장:
들리는 소리는 승무원들 대상으로 내부적인 사실을 바깥으로 노출시키지 않도록 얘기하는 그런 사례는 있었다고 합니다. SNS나 관련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들었는데, 제가 직접 경험하거나 그렇진 않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해당 승무원이나 사무장 그리고 기장이 인사 상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그러지는 않을까. 동료 분들 그런 걱정도 많으실 것 같아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네, 그런 걱정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길 바라고요. 그 사무장님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대단한 용기를 내서 언론에 본인을 직접 노출시키면서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그 분들의 말씀을 오히려 조직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되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여태까지 내부의 문제점을 바깥으로, 본인의 희생을 무릅쓰면서 말씀하신 분들이 좋지 않은 후일을 겪은 일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절대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그러지 말아야지 회사가 진짜 반성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혹시 해당 기장과는 좀 통화해보셨습니까? 말씀을 나눠보시거나?

▶ 대한항공 현직 기장:
제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지 않아서 직접적으로 통화를 하거나 그렇진 못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검찰에서는 항공기 기장이 “스스로 회항을 결정했다” 이렇게 진술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말에 대한 신뢰성은 어느 정도로 보세요?

▶ 대한항공 현직 기장:
글쎄요. 지금 1주일이 지났는데, 처음부터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은 그 기장이 이러 이러한 사항들을 부사장의 어떤 강압에 의해서 회항한다고는 알지 못했고요. 그냥 이런 일들은 비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인 경우도 이런 일, 이런 사례는 아니지만 다른 일로 짧은 거리에 리턴을 한 적은 있기 때문에 그래서 검찰의 수사가 사실은 저희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 한수진/사회자:
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정확하게 밝혀져야 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한항공 현직 기장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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