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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늬만 '사과'…그리고 무늬만 '사퇴'

[취재파일] 무늬만 '사과'…그리고 무늬만 '사퇴'
대한항공이 시끄럽습니다. 지난 5일, 승무원의 기내 서비스를 질책하면서 조현아 부사장은 사무장을 뉴욕 JFK공항에 내리게 했습니다. 사무장이 승무원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데, 견과류 서비스가 잘못됐다며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를 돌려 세운 겁니다.
 
● 8일 저녁 9시 24분, 사과문 발송

대한항공은 최초 보도가 나오고 하루 꼬박 지나서야 사과문을 보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입장자료’였는데, 여기엔 일단 “비상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항공기를 제자리로 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은 지나친 행동이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입니다. 조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를 책임지는 임원으로서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를 지적하는 건 당연하다며, 기내에서 쫓겨난 사무장은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항공기를 되돌린 건 문제였지만 그 원인은 사무장에게 있었다는 겁니다. 하루 종일 논의를 거쳐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보내준 사과문입니다.
엄민재취파

9일 저녁 6시 32분, 조현아 보직 사퇴

종일 취재가 끝나고 돌아와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8시 뉴스에 맞춰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메일 한통일 왔습니다. 조 부사장이 모든 보직을 사퇴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조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회장이 귀국했는데, 이 자리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퇴를 했다는 겁니다. 결국 조현아 부사장은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대신, 아버지에게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사를 통을 바꿔야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확인해보니, 좀 이상했습니다. 사퇴를 하긴 했는데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퇴는 아니었습니다. 조현아 씨는 현재 대한항공 부사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직으로는 1)객실사업본부장 2)기내 기판사업본부장 3)호텔사업본부장 3개를 맡고 있고 계열사 보직으로는 1)한진관광 대표이사 2)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3)왕상레저개발 대표이사 3개를 또 맡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든 보직 사퇴’라는 건 객실사업본부 등 3개 보직을 안 하겠다는 겁니다. 부사장직은 그대로, 또 계열사 한진관광 대표이사 등 3개도 그대로입니다.
엄민재취파

●무늬만 사과, 무늬만 사퇴…그 다음은?

조현아 부사장, 사퇴했지만 부사장은 그대롭니다. 남은 승무원과 사무장, 기장이 걱정됩니다. 벌써부터 당시 쫓겨난 사무장이 비행정지를 당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물론 대한항공은 말이 안 된다면서 현재 병가를 낸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27일까지 20일 가까운 병가입니다. 어디가 아픈 걸까요.
 
국토교통부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승무원과 사무장, 기장은 이 조사에서 그렇게 ‘심각한’ 수준의 문제는 없었다고 일관되게 설명했습니다.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이 말입니다. 국토부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승객들의 진술도 받겠다고 했지만,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이상 승객들을 강제 소환할 권한은 없습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엔 대한항공의 사과문에 대한 비판과 이른바 ‘오너’들이 타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쓰였습니다.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9일 저녁 현재 홈페이지는 다운돼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관심을 받기 전부터 다운됐습니다. 노조에선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전문 업체에 의뢰해 확인해보니 유사 IP가 갑자기 몰려 다운됐다는 건데, 말 그대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다운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엄민재취파
<영국 가디언지/ 조현아 부사장 사진 대신 견과류 사진으로 사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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