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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뉴엘 초대형 사기극…'제주에 남겨진 사람들' ①

[취재파일] 모뉴엘 초대형 사기극…'제주에 남겨진 사람들' ①
모뉴엘은 올해 초 제주도 첨단과학단지에 5백억 원을 들여 신사옥을 지었다며 직원들을 내려 보냈다. 200명이 넘는 전체 직원 가운데 우선 연구개발 인력이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들은 입주 초기만 해도 회사에서 지원이 좋았다고 했다.

이사비용도 나왔고 초기 정착비용도 지급됐다. 회사는 항공료도 주기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자녀가 제주에 있는 국제학교에 진학하면 학비의 50%를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나름 안정된 직장에 이주 조건도 좋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 가운데 한 쪽이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로 옮겨온 직원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10월 말 회사가 갑자기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갔다. 예고치 않았던 상황에 직원들은 당황했다. 제주도 사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완전히 멘붕이었다. 잘 나가던 회사에서 법정관리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했다고 말했다. 최근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되면서 모뉴엘은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제주도에 남은 직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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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들도 모르는 회사 사업

그런데 모뉴엘 취재를 하면서 이상했던 점은 회사의 매출 80%를 담당한다는 홈씨어터PC사업에 대해 아는 직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국내 업무에 국한되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품이 뭔지, 어디로 수출되는지 등 기본적인 사항도 막연하게 알고 있거나 언론에서 보고 알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매년 쑥쑥 회사는 커 나갔고, 경영이 잘 되나 보다 라고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갑자기 2년 전쯤 가공매출이 있다는 소문이 회사에 돌았다고 했다. 일부 직원들이 도대체 홈씨어터PC 사업으로 어떻게 이런 대단한 매출이 생기는 것인지 궁금해 했는데, 경영진은 급하게 팀장급 이상 직원들을 소집한 뒤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했다. 여기서 경영진은 “홈씨어터PC사업은 오픈 마켓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영역”이라면서 걱정 말라며 직원들의 동요를 막았다고 한 모뉴엘 임원은 전했다. 이 사건에 가담한 임직원들이야 전말을 알고 있었지만 계속 사기행각을 벌이기 위해 직원들을 속인 것이다. 
 
● 박홍석 대표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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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 사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물론 박홍석 대표다. 2007년 모뉴엘을 인수한 박 대표는 한국에서는 중앙대, 미국에서는 워시번 대학교를 나왔고 삼성전자 미주법인에서 영업 총괄이사를 했으며 북미 판매왕을 차지했다고 여러 기사에서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랐다. 학력 부분에서는 중앙대는 졸업을 하지 못했고(미국 워시번대 입학을 위해서인지 모르나 2년 중퇴) 삼성법인 미주법인은 퇴사시기가 기존 보도와 맞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박 씨가 북미법인에 근무한 사실은 있지만 기술직으로 입사를 했으며 북미 판매왕 이력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대출받은 돈 가운데 361억 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표는 40억 원이 넘는 돈을 도박에 썼고, 개인빚 변제와 주식투자에 쓴 돈도 30억 원이 넘는다. 이 외에도 박 대표가 회사 돈으로 산 제주도 최고급 별장을 회사가 되사주기도 했고,  40억 원이 넘는 청담동 주택 또한 회사 명의로 돼 있다고 관세청 조사결과 드러났다.
 
● 속도 내는 대출사기 수사

사업초기 240억 원이던 매출이 7년 만에 50배가 넘는 1조원을 돌파한 벤처기업 모뉴엘. 그 신화는 파도를 맞이한 모래성처럼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검찰은 지난달 박홍석 대표를 기소하면서 모뉴엘이 홈씨어터PC 가격을 부풀려 1조 2천억 원의 허위매출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모뉴엘이 이 과정에서 빌린 은행돈 가운데 6천7백억 원은 아직 갚지 못한 상태. 어떻게 모뉴엘은 7년 동안 시중은행, 국책금융기관 등을 모두 속이고 수 조원에 달하는 사기행각을 벌여 올 수 있었을까. 모뉴엘 사태 취재 과정에서 만난 검찰 관계자는 “기업이 매출 2,3배 정도 부풀리는 건 감독기관이나 은행이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뻥튀기는 모를 래야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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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의 관세법 위반 외에 대출 사기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검찰의 수사방향은 대출지급 보증을 둘러싼 비리와 대출한도 확대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이미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직원 4명이 구속된 상태다. 이 정도만 봐도 모뉴엘 사기대출이 단순한 금융기관의 무능이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모뉴엘의 대출사기는 과연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 과정에서 국책금융기관 일부 직원들과 모뉴엘의 유착에 관한 내용은 무엇인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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