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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124명이 한국어로 인사말 전하는 미국학교

한국 학생이 전혀 없는 미국 학교에서 전교생이 일제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라며 전하는 인사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미국 뉴욕 인근에 위치한 '위스퍼링파인스스쿨'은 초·중·고교생 124명으로 짜인 소규모 사립학교입니다.

4일(현지시간) 교육부 산하 뉴욕한국교육원 박희동 원장 일행이 이 학교 문을 들어서자 강당에 모여 있던 전교생 124명이 일제히 의자에서 일어나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 학교는 한국어를 제 2외국어로 선택한 미국 동부지역 26개 학교 가운데 하나로, 교육부에서 '한국어 채택 지원금' 명목으로 연간 1만3천 달러(1천450만 원)을 후원하는 곳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학교에 한국사람이라고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교사 단 한 명뿐이라는 점입니다.

박 원장이 학교 측에 지원금을 전달하자 이를 바라보던 학생들은 일제히 한국말로 "나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서 훌륭한 어른이 되겠습니다"라고 화답하며 정중한 예의를 갖춰 목례까지 했습니다.

이 학교가 스페인어와 함께 한국어를 제 2외국어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제는 미국사회에서도 전혀 낯설지 않은 '한류'의 힘 때문입니다.

2년전 학교위원회측과의 협의를 거쳐 한국어를 선택하게 됐다고 소개한 실리-앤 로런신 교장은 "제2외국어 교육은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준다"면서 역동적인 한국의 이미지가 한국어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어와 일본어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언어를 제2외국어로 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한국은 교육열이 높은 나라이고 훌륭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라는 점이 참작됐다"면서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통해 성취감을 심어주고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서…"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학교 학생 대부분이 남미 등지에서 이주해온 이민자 가족 출신이라는 특성 덕분에 "외부 세계와 문화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 없는 것도 한국어 교육이 안착하게 된 계기"라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한 주일에 두 차례 이뤄지는 한국어 수업은 기독교 학교라는 특성을 고려해 한국어로 '주기도문'을 암송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어 컴퓨터 교보재를 통해 학생들의 수준을 살펴 "여기가 어디에요", "학교는 어디에 있지요" 등의 한국말을 가르칩니다.

2년 전부터 이 학교에서 자원봉사 형식 한국어를 가르치다 정식 교사가 된 한국인 크리스 리(한국명 이용근·30)씨는 "학생들이 한국어 교육을 통해 한국의 음악 등 문화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학교 여학생 오브리얼 허드슨은 "평소 한국 문화를 좋아했는데 한국어를 배우게 돼 아주 기쁘다"면서 "다만 발음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 한 달간으로 예정된 '한국방문 행사'가 기다려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학교는 지역 사회와 한국 정부 등으로부터의 지원을 받아 2016년께 초·중·고교생 수학여행치고는 꽤 긴 '한 달간의 한국방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로런신 교장은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 어린 학생들에게 한 달간에 걸친 현지체험은 한국어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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