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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범고래 사냥꾼에서 보호가로 변신

방금 잡은 범고래를 커다란 수조에 풀어줍니다.

범고래는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고 옆으로 넘어집니다.

이 화면은 1980년대에 촬영된 것으로 범고래 사냥꾼들이 범고래를 붙잡아 수조에 임시 보관하는 장면입니다.

범고래 꼬리를 붙들고 있는 남성은 당대 최고의 범고래 사냥꾼 제프 포스터입니다.

포스터가 지난 1972년부터 20년간 포획한 범고래가 20여 마리에 달합니다.

[제프 포스터 : 1972년부터 1990년까지 잡았죠. (얼마나 많은 범고래를 잡았나요?) 24마리 정도요.]

이렇게 붙잡은 범고래는 주로 '시 월드' 같은 동물원으로 팔려나갔습니다.

[제프 포스터 : 범고래는 경마용 말을 제외하고 동물 중에서는 가장 비쌉니다. 한 마리가 10억 원이 넘어요.]

번성하던 범고래 포획 사업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1976년입니다.

미국 워싱턴 주가 범고래 포획과 판매를 금지하면서 시 월드를 고소하기까지 했던 겁니다.

그렇다고 포획 사업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포스터는 짐을 꾸려 아이슬란드로 가서 계속 새끼 범고래를 포획했습니다.

그리고는 좁은 수조에서 훈련을 시킨 뒤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일본의 동물원에 거액을 받고 팔았습니다.

그러던 중, 포스터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새끼 범고래를 잡아 올릴 때마다 슬프게 우는 울음소리가 그의 귓전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기처럼 울더군요. 그래서 마음이 무척 아팠어요.]

범고래 사냥꾼에서 범고래 보호가로 바뀌게 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포스터는 그 이후 동물원에서 고통받던 범고래들에게 야생 생존 훈련을 시킨 뒤 넓은 대양에 풀어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프리 윌리'에서 나오는 범고래도 포스터가 생존훈련을 시켜 풀어준 겁니다.

그러던 포스터는 2년 전 거절하기 쉽지 않은 유혹을 받았습니다.

8마리의 범고래를 잡아주면 80억 원을 주겠다는 제의였습니다.

[제프 포스터 : 범고래를 잡아다가 선별한 뒤 훈련 시켜서 보내주면 7백만 달러(80억 원)를 주겠다고 하더군요.]

이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터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이렇게 얘기했죠. "내가 이러면 안 되지. 범고래 포획에 다시 손댈 수는 없어"라고 말이죠.]

포스터는 현재 스페인의 한 시 월드에서 다른 범고래들로부터 따돌림과 학대를 당하고 있는 한 범고래를 구조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범고래 사냥꾼에서 보호가로 변신한 포스터는 범고래를 잡는 것보다 풀어주는 게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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