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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구멍 뚫린 프랑스 대통령궁…"누구 소행?" 분석만 난무

[월드리포트] 구멍 뚫린 프랑스 대통령궁…"누구 소행?" 분석만 난무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연인인 여배우 쥘리 가예와 함께 있다가 사진에 찍혔다. 프랑스 주간지 ‘브와시’(Voici)는두 사람이 파리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서 테라스 의자에 다정히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1면에 실었다.제목은 ‘첫 사진들’이었다. 올해 초 두 사람이 연인 관계라는건 알려졌지만, 함께 있는 모습을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에선 이 사진을 보고 그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다 알고 있는 진부한 이야기로 취급했다. 

프랑스 언론은 잡지사가 사진을 어떻게 찍었느냐에 관심을 보였다. 사진의 배경이 된 장소가 문제였다. 대통령궁인데다, 엘리제궁 안에서도 대통령 침실이 있는 건물 앞 정원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원수가 가장 안전하고 은밀한 시간을 보내는 곳이 공개된 셈이다.

누군가 아무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면, 몰래 방아쇠를 당기는 것도 가능하기에 충격이 컸다. 13년간 프랑스 대통령을 경호했다는 크리스티앙 프루토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진에 연인인 가예가 나와서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만약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밀 회담이었다면 중대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궁 내부는 결코 사진에 찍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언론은 사진과 경호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몇 가지 가설을 제기했다. 먼저, 무인기인 드론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는 주장이다. 여배우 가예가 심심치 않게 엘리제궁을 찾아갔다는 건 파리 정가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이를 파악한 사람이 가예가 엘리제궁에 들어가는 걸 확인한 뒤 드론을 대통령궁 상공에 띄워 촬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도한 마리옹 알롱베르 브와시 편집장은 “드론을 이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대통령궁도 사진이 찍혔다는 시기에 가예가 미행당했다거나 미확인 물체가 상공에 있었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두번째는 대통령궁 외부에서 찍었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파라라치’ 설이다. 르피가로는 브와시가 보도한 석 장의 사진을 분석해보니 각도와 거리상 대통령궁 길 건너 편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야생동물을 촬영할 때 사용하는 줌 기능이 뛰어난 사진기로 찍었다고 추정했다. 브와시 편집장도 “엘리제궁 바깥에서 안을 촬영할 수 있는 곳이 2, 3곳이 있다”며 “파파라치들은 이 포인트를 잘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궁은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경호에 물샐 틈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대통령궁 내부자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한 주간지는 파파라치 소행은 아닌 것 같다고 보도했다. 사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외부에서 대통령궁 안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두 곳 정도 있는 것은 맞는데, 낙엽이 져야 잘 보인다는 것이다. 사진은 낙엽이 지기 전 시기에 촬영된 것이므로 외부에서 파파라치가 찍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거다. 그렇다면, 엘리제궁에 고용된 십여 명의 직원들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휴대폰으로 두 사람을 몰래 찍어 잡지사에 제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에도 대통령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예 집을 찾아가던 모습이 사진에 찍혀 연예 잡지에 공개된 적이 있다. 두 건의 사진은 대통령의 일정이나 대통령궁의 속사정에 정통한 내부 제보 없이는 촬영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은 이를 두고 대통령궁 안에 ‘두더지’가 있다고 표현했다. 대통령궁도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여러 가설 가운데 무엇이 맞든 대통령 경호에 구멍이 뚫린 것은 분명하다.가뜩이나 인기가 없어 고심하는 대통령이 가장 의지하고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곳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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