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문콕' 막으려면…"공간 23% 비워야"

[취재파일] '문콕' 막으려면…"공간 23% 비워야"
지난 19일 SBS 윤나라 기자가 <8뉴스>를 통해 이른바 ‘문콕’의 원인과 문제점을 보도했습니다. (▶'문 콕 주차' 짜증…법은 있는데 단속이 없다)그리고 며칠 뒤 김정기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문콕’에서 벗어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해 네티즌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취재파일] 짜증나는 '문콕' 주차…막는 방법은?)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땅이 좁습니다. 가뜩이나 땅값이 비싼데다 자동차까지 많기 때문에 주차 구역은 당연히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차장에서는 흔히 이런 경우를 경험합니다. 내 자동차 운전석 쪽으로 다른 차가 바짝 붙어 있으면 문을 열고 탈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할 수 없이 조수석 문을 연 뒤 운전석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좌우 양쪽으로 남의 차가 붙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꽤 오래전의 일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제 승용차를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놓고 지방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며칠 뒤 새벽에 일어나 주차장에 가보니 제 차 좌우에 다른 사람의 자동차가 모두 바짝 붙어 있었습니다. 간격이 좌우 모두 한 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통상 성인이 옆 차를 건드리지 않고 자동차 문을 열려면 최소 40cm의 공간이 필요한 데 이에 비하면 턱 없이 간격이 좁았습니다.

자동차 문은 열수 있었지만 차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두 쪽 모두 공간이 너무 좁아 승차가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 할 수 없이 해당 차량 소유주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휴일 이른 새벽이라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트렁크를 열고 기어 들어가 겨우 운전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제 차량이 뒷문과 실내가 연결돼 있는 SUV 차량이었기에 망정이지 일반 승용차였으면 꼼짝 없이 차를 탈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저는 제가 사는 아파트 주차 구역 한 칸의 가로 폭이 얼마가 되는지 궁금해 실제로 한번 재보았습니다. 지상 주차구역은 대부분 225-230cm 정도였습니다. 법에 규정된 최소 규격은 230cm입니다. 그럼 법은 왜 주차 구역 한 칸의 폭을 최소 230cm로 정해놓았을까요?
인천공항 주차장
여러 군데에 물어봐도 속 시원히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규정이 마련될 때 한국의 대표적 중형 승용차의 차폭(전폭)은 177cm이었습니다. 230cm 주차 구역에 177cm의 자동차가 들어가면 53cm가 남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77:23이 됩니다. 즉 자동차 차폭이 77%이고 비어 있는 공간이 23%가 됩니다.

그럼 버스나 트럭처럼 대형차를 위한 주차장 사정은 어떨까요?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보면 버스나 트럭 등 대형차를 주차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주차 구역 한 칸의 폭은 325cm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대형버스의 가로 폭이 249.5cm이니까 버스가 주차되면 75.5cm가 남습니다.

이는 325cm의 23.2%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장애인 주차 구역은 어떨까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타고 내리기가 편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 주차 구여 한 칸의 폭은 330cm나 됩니다. 장애인들이 타는 휠체어 종류에는 수동 휠체어도 있고 전동 휠체어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그 폭이 최소 60cm, 최대 90cm입니다. 휠체어의 평균 폭 75cm에 자동차가 차지하는 평균 폭 177cm를 더하면 2m52cm가 됩니다. 즉 폭 330cm 주차구역에 252cm가 자동차와 휠체어로 채워지고 78cm가 빈 공간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78cm는 330cm의 23.6%입니다.

이번에는 버스나 비행기 등 교통수단의 실내 통로 폭을 한번 살펴볼까요?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보면 실내 좌석 배치가 대개 왼쪽으로 2명이 앉고 오른쪽으로 1명이 앉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무진 버스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좌석을 넓게 하고 통로는 가급적 좁게 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통로가 좁더라도 보통 남자 성인의 하체가 빠져나갈 정도의 공간은 유지돼야 합니다.

한국 사람의 평균 하체 폭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35cm 정도 됩니다. 리무진 버스의 통로 폭은 45cm. 즉 평균적인 하체를 가진 사람이 지나가면 10cm가 남는다는 계산입니다. 45cm에서 10cm는 22.2%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비행기 통로 폭은 45cm-47cm입니다. 고속철도 객실의 통로 폭은 48cm-49.5cm입니다. 리무진 버스와 비행기, 고속철도 모두 승객이 지나가는 통로는 최소한 약 23%의 빈 공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시선을 거실로 돌려볼까요? 집집마다 거실의 천장 높이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아파트 천장 높이는 거의 230cm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천장 높이를 실제로 재보니 227cm이었습니다. 사실상 한국 아파트 가운데 최소 높이입니다. 천장 높이가 2m50cm 정도 되면 탁 트인 느낌이 있어 좋지만 건설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가능한 낮게 짓습니다. 그래도 2m27cm 이하는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 보다 더 낮으면 사람들이 굉장히 답답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하필 최소 높이는 227cm일까요? 이 방면의 전문가에게 물어봐도 뾰족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혹시 사람들의 키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국 남자 평균 신장은 174cm입니다. 천장 높이 227cm 거실에 174cm의 남자가 서면 그 위로 53cm의 공간이 남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23.3%가 됩니다.

이렇듯 우리 생활에서 전체 공간의 약 77%를 채우고 23%는 비워져 있는 사례는 이밖에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존재하는 공간의 법칙인지는 증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전체 주차 공간에서 최소 23%를 비우면 ‘문콕’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도 과거에 새차를 구입한 지 몇 달도 안 돼 ‘문콕’을 수 십 번이나 당해 무척 속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콕’을 방지하려면 남의 승용차를 내 차처럼 아끼는 배려의 정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법이 정하고 있는 주차 구역 한 칸의 최소 폭 230cm를 반드시 지키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의 대표적 중형 승용차의 차폭(전폭)는 177cm가 아니라 186cm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른바 ‘23% 룰’을 적용하면 주차 구역 한 칸의 폭이 기존 230cm가 아니라 241cm 정도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차 구역 한 칸의 폭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인데도 폭이 220cm에 불과한 주차장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많습니다. 차폭 186cm의 차량들이 폭 220cm 주차 구역 정중앙에 주차했다고 해도 좌우 양쪽으로 고작 34cm의 여유밖에 없기 때문에 ‘문콕’을 막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량의 대형화 추세를 감안해 주차 구역의 폭이 규정대로 지켜지는지 철저히 관리 감독할 책임은 당연히 행정 당국에 있습니다. 

[2014년 11월 19일 8뉴스]
'문 콕 주차' 짜증…법은 있는데 단속이 없다

[취재파일] 짜증나는 '문콕' 주차…막는 방법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