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담뱃값 진짜 얼마나 오르나?

정형택 기자 goodi@sbs.co.kr

작성 2014.11.25 09:22 수정 2014.11.25 10: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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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9월 흡연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겠다며 담뱃값 2천 원 인상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종합 금연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담배에 붙는 각종 세금을 현재의 62%에서 내년부터는 74% 가까이 올려 담배에 대한 수요를 확 줄이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조세재정연구원은 담배값을 2천 원 인상할 경우, 소비가 34% 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취파_640가격 인상으로 소비는 줄겠지만 세금이 상당한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 안 대로 담배 한 갑당 2천 원이 오를 경우, 세수는 2조 8천억 원 정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야당은 이번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세수 증대에 있다며 사실상 서민증세(담뱃세는 간접세인 데다가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조세 부담율이 훨씬 크기 때문)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 안에는 국세인 개별소비세가 신설돼 연간 1조 7천6백억 원이 정부 곳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정부, 여당은 국세로 걷히는 돈 가운데 40%를 지방으로 내리고 남는 1조 원가량을 소방장비 확충 등 안전예산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개별소비세라는 세목을 새로 신설하는 것은 서민 호주머니를 짜내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담뱃세 인상이 아닌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법인세 인상 없이는 담뱃세 인상도 없다'는 겁니다. 

여당 입장에서는 법인세 인상은 보수 정당의 이념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담뱃세를 논의하는 조세소위의 한 야당 의원은 "여당은 법인세의 'ㅂ'자도 못 꺼내게 한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여야 합의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올해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새해 예산안 자동 부의제가 시행되는 첫 해입니다. 여당은 물론이고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올해는 헌법에 명시된 대로 새해 예산안을 회계년도 시작 30일 전 그러니까 12월 2일까지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오는 30일까지 합의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 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되는 건 데, 이는 여당이나 야당 모두 결코 바라는 상황이 아닙니다.

결국, 여야는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큽니다. 조세소위의 한 여당 의원은 야당이 법인세 인상 주장만 접는다면, 담뱃값 인상 폭과 세목 조정(국세인 개별소비세의 비중을 낮추고, 야당이 원하는 대로 현 지방세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서민증세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당 일각에서도 담뱃값 인상 폭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상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조세소위 내에서는 사실상 여야가 주고받을 게 별로 없습니다. 담뱃세와 법인세 '빅딜설'(담뱃세를 올리는 대신, 법인세도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여야 지도부는 모두 그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보수정당에서 법인세 인상을 받아들일리 만무하고 야당에서는 여당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야 원내지도부 사이의 더 큰(?) '빅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로의 카드는 분명합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서로가 원하는 게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예산안과 부수법안(담뱃세 인상 등)의 법정시한 내 처리와 공무원연금개혁, 그리고 민생, 경제관련 법안의 처리를 원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상복지(누리과정 국고지원)와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24일)부터 여야 원내지도부는 서로의 카드를 들고 협상에 나섰습니다. 오늘은 우선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탐색전을 벌였습니다. 예산 심사기일을 6일 남겨 놓게 되는 내일(25일)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이 본격적인 전장이 될 전망입니다. 여기서 담뱃값의 진짜 인상 폭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끝으로 '담뱃값 진짜 얼마 오르나?"에 대한 답을 하면, 야당 역시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고 또, 서민증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여당의 상황을 감안하면 담뱃값 인상 폭은 천 원에서 천 5백 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