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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예산정국 뒤흔든 '무상보육 예산' 여당 내 갈등 불씨되나

최경환 vs 황우여…투톱 부총리간 갈등 조짐

[취재파일] 예산정국 뒤흔든 '무상보육 예산' 여당 내 갈등 불씨되나
국회는 20일 누리과정(만3세~5세 무상보육) 예산 배분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습니다. 누리과정에 들어갈 돈을 나라가 댈거냐 지방교육청이 댈거냐로 시작한 싸움이 결말이 나지 않고 있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뻔 하다가 되레 엉켜버렸습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사회부총리)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인 신성범·김태년 의원은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만나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황 장관과 김 의원이 먼저 만났고 신 의원이 나중에 합류했습니다. 세 사람은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증가분 5600억원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합의했고, 이 사실은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을 통해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황급히 이완구 원내대표실을 찾아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이어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회견을 했습니다. 회견 뒤에도 "황우여 장관의 월권"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지도부를 배제한 3자 합의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신성범 교문위 여당 간사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을 지고 교문위 간사직을 사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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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전직 여당 대표이자 부총리인 황 장관과 여야 상임위 간사의 합의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한 명이 좌지우지하는 법이 어딨냐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여당 지도부의 거부로, 황 장관과 두 상임위 간사간 합의가 무산됨에 따라 국회 교문위의 예산심사는 11일째 파행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예산심사 기한이 1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 5600억원이 376조원 넘는 내년도 전체 예산안 처리의 운명을 결정할 처지가 됐습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 더 도그(Wag the dog)' 현상이 연상됩니다.

이번 혼선을 계기로 새누리당은 새로운 걱정거리를 떠안았습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라는 정부내 투톱 부총리간의 알력과 갈등 기류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당 원내지도부가 당초 합의를 깡그리 무시한 데에는 최경환 경제팀의 원칙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최 부총리는 누리과정 예산 논란과 관련해 법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청이 부담해야하고, 예산이 없으면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자체 조달해야 한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아 왔습니다. 어제 황 장관이 주도한 국고지원안 합의가 이뤄졌다면, '국고 지원 불가'라는 최경환 경제팀-여당 지도부의 원칙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이는 치열한 예산 정국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는 부분이어서 여당 지도부가 더욱 강하게 반발한 걸로 추정됩니다.

황우여 부총리와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맡아 새누리당을 이끌던 투 톱이었습니다. 물론 친박의 구심점이라는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 핵심 정책 추진 주체라는 측면에서 최 부총리측으로 무게 추가 기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직 여당 대표인 부총리가, 갈등을 해결하겠다며 나름 복안을 제시하고도, 월권 소리까지 들어가며 체면을 구긴 것이어서, 자칫 여-여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습니다. 3~5세 보육 예산, 나라 전체의 예산안 심사판을 뒤흔든 데 이어 여당 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지 예산 정국 내내 관심이 높아질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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