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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방산비리 vs 불량식품…요란한 칼 바람의 희생자는?

[취재파일] 방산비리 vs 불량식품…요란한 칼 바람의 희생자는?
검찰이 방산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칼을 빼들었습니다. 검찰의 이름 높은 칼잡이들이 모두 집결해 국산 무기 개발 과정을 모조리 뒤질 태세입니다. 규모도 질도 사상 최대의 수사단이라는 평입니다. 방산 비리는 건국 이래 최대의 비리 반열에 올랐습니다.

1년 전에는 온 나라에 불량식품 뿌리 뽑자는 바람이 불었었습니다. 불량식품을 4대악 중 으뜸으로 치는 대통령 말씀이 있었으니 예의 검찰이 앞장섰고 식약처, 경찰, 지자체까지 떨쳐 일어나 식품업체들을 들쑤셨습니다. 구청 위생과가 훑고 간 업체를 경찰이 조사하고 식약처, 검찰이 다녀가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불량식품 사라졌나요? 검경, 식약처 단속 등쌀에 선량한 업체들만 사라졌습니다.

이제 불량식품 사태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말씀 한마디에 검찰은 방산 비리를 잡기 위해서 국산 무기를 상대로 무차별 폭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산 무기 개발 과정에서의 실수, 시행착오 등 우리나라의 국산무기 개발사(史) 전체가 수사 대상이 될 겁니다. 비리가 없을 수 없는 F-35 구매와 같은 초대형 해외 무기 도입사업에 대해선 누구 하나 입도 뻥끗 못하니 그저 국산무기들만 들볶을테지요.

어쩔 수 없이 수사 기간 동안 국산 무기 개발은 중단됩니다. 그렇다고 검찰이 방산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요? 검찰 스스로 방산 비리 잡으러 다닐 것이라고 대대적인 광고까지 해대고 있는데 비리의 원흉들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까요. 신출내기 경찰관도 아는 수사의 기본마저 저버린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수사일 뿐입니다. 진정한 칼잡이들은 대한민국 검찰 마냥 수다스럽지 않습니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방산 비리 사라질까요? 국산 무기만 사라질까 두렵습니다.

● "불량식품 단속의 전철을 밟다"

지난해 정부는 범정부 차원으로 대대적인 불량식품 단속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정권 출범 후 100일 동안 20만 2046건을 단속했습니다. 불량식품 단속 건수가 출범 전 100일의 13만 8932건보다 45% 늘었습니다. 그뿐입니다. 4대악 척결 공약이 있으니 정권 출범한 직후에 대대적으로 공포 분위기 조성해본 것뿐입니다.

정권 출범 전후 6개월 간 단속 건수를 비교해보면 반짝 단속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정권 출범 전 6개월 간 불량식품 단속 건수는 38만 2179건이었고, 출범 후 6개월 간 단속 건수는 38만 9358건입니다. 6개월 단위로 비교해보면 1.9% 늘었습니다. 출범 직후 100일간 이 잡듯 식품업체를 뒤지다가 이후엔 안했는지 못했는지 되레 단속이 줄어버렸습니다.

불량식품이 사라지지도 않았습니다. 검찰, 경찰, 식약처, 지자체의 저인망식 무차별 단속에 영세 식품업체들만 신음 끝에 사라졌습니다. 기관이 단속 나가면 뭐든 조치를 취합니다. 공장에 수건 한 장 잘못 걸어뒀다가 단속 당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달에 몇 백만원 버는 영세업체들에게 대기업이나 하는 위생 시스템 설치하라고 하고, 못하면 징계했습니다. 지자체 단속 피하면 경찰이 오고 다음엔 검찰이 오는 식이어서 식품 만드는 것이 죄악이 돼버렸습니다. 그러다 정부 기관들은 제 풀에 지쳐 이제는 단속 잘 안합니다.

● 국산 무기를 향한 무지한 돌팔매질

올해는 국산 무기입니다. 숱하게 돌팔매질을 당했습니다. 매년 국감 때마다 국산 무기는 도마에 올라왔습니다. 실수이고 시행착오이지만 안보와 관련되고 장병들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심하게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방산 분야가 일을 제대로 못했으니 욕 먹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독려해야 할 근거들이 많습니다. 군과 방사청이 제대로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는 점이 많지만 소통이 제대로 안돼 괜한 욕을 먹은 사례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런 국산 무기들이 요즘엔 방산 비리 후보로 몰리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습니다. 2년 전에 1만원짜리 USB를 군은 95만원에 샀다고 맹폭을 당했고 요즘도 회자되고 있지요. 군이 산 95만원짜리는 1만원짜리하고 다릅니다. 영하 30도 이하에서도 데이터 손상이 없도록 열선이 들어갔고, 보안 장치도 탑재된 제품입니다. 데이터 저장량도 당시 기준으로는 최대였습니다.

또 무엇보다 몇만개씩 찍어내는 상용 제품이 아니라 수백개 한정품입니다. 가격 인하 요인이 확 줄어듭니다. 요즘에야 USB가 공짜 사은품으로 주고받는 시절이지만 95만원 USB 소요 제기할 때만 해도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한건 올리고 싶은 모 국회의원이 시간적 배경, 제품 특징 등을 모두 빼고 가격만 단순 비교해서 발표했기 때문에 95만원 USB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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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감에서는 해군의 주력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시중에서는 찾기도 힘든 486 컴퓨터 전투체계를 사용한다고 질타를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광개토대왕함에 486 컴퓨터 사용했었습니다. 그래서 해군은 오래 전부터 컴퓨터 바꿔야하니 예산 달라고 국회에 호소했습니다.

광개토대왕함 함장이 용돈 털어서 컴퓨터 살 수도 있지만 일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국회가 예산을 안태워주던 차에 모 의원실이 해군이 국회에 예산 요구하는 과정을 지켜보고는 “광개토대왕함에 486 컴퓨터 쓴다”고 자료를 낸 것입니다. 군을 위해서라면 앞서 예산을 챙겨줬으면 그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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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1500 마력 국산 파워팩과 K-11 복합형 소총 마녀사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산 파워팩은 144개 군 요구조건(ROC) 중 가속성능 하나 조금 미달했는데 몹쓸 고철로 취급하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144개 ROC는 세계 최고 독일 파워팩의 기준을 적용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500 마력은 커녕 1000 마력도 만들어본 적 없는데 겁도 없이 최고급 사양 1500 마력에 도전한 것입니다.

이 정도 성과면 축하받아 마땅합니다. 지금 독일제 파워팩 수입상들 울상입니다. 1500 마력 개발했으니 1200 마력, 1000 마력, 또 이하 그이하 파워팩 만들기는 너무나 쉽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독일제 안쓰고 국산 쓰는 기갑전력이 늘테고 포크레인 같은 상용장비에도 30% 이상 값싼 국산 파워팩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국산 파워팩을 폄하해야 살아남습니다. 그들은 요즘 국산 파워팩을 망가뜨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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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1 복합형 소총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최근 시연회에서 자석에 대도 문제 없고 떨어뜨려도 사격 잘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11에 반대하는 어떤 세력은 이제는 엉뚱한 시비거리를 찾고 다니고 있습니다. 열거한 사례 말고도 이슈가 된 상당수 국산 무기들의 사정이 비슷합니다.

그런데 모두 방산 비리, 방산 부패라는 간판 아래로 쓸어 담기고 있습니다.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높이 평가하는 해외 유명 무기들에 비해 우리 무기의 수준이 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바닥 취급 받을 무기들은 아닙니다. 국산 무기, 이런 대접 받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 "전작권도 없는 나라에 국산무기는 사치"

아시다시피 우리 군에게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없습니다. 전쟁이 나도 우리 군이 전쟁을 지휘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전시에 국민의 생사여탈을 우리 군이 아닌 미군이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10월 24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우리 군이 미국에 전작권을 계속 행사해달라고 부탁해서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입니다. 우리 군이 전작권을 돌려받아도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을 못 치르는 것도 아닌데 우리 군은 비겁하게도 미군에게 전쟁 지휘봉을 내줬습니다.

전작권을 미군에게 부탁해서 넘겼으니 이제 미국 무기 무더기로 사들일 일만 남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전쟁 지휘를 미군이 하는데 무기 체계도 당연히 미국 것으로 해야 하고, 게다가 전작권 전환 연기를 우리 측이 요청한 것이니 “고마워서라도” 미국 무기를 사줘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몹쓸 분위기를 깨주는 것이 바로 국산 무기입니다. 미국이 뭐라고 해도 우리는 지금까지 국산 무기를 만들어 왔고 소총에서 전차, 함정, 전투기, 미사일에 이르기 까지 상당한 국산화를 이뤘습니다.

우리가 만들고 있으니 어지간한 무기 아니면 미국 물건 사서 쓸 일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온 나라가 국산 무기를 잡겠답니다. ‘선무당’ 검찰까지 나섰습니다. 전작권도 없는 나라에 국산 무기는 사치일까요? 검찰에게 바라건대 부디 무차별 폭격 마시고 정밀 타격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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