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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에서 '야구계 풍운아' 된 넥센의 리더

[이주형 기자의 人터뷰]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 / 구단주

<앵커>

올해 한국시리즈 최종 승자는 삼성이었습니다만. 많은 이들이 승자 버금가는 패자로 넥센 히어로즈를 기억합니다. 만년 꼴찌 후보가 자금력과 선수층에서 최강인 삼성과 팽팽히 맞서며 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히어로즈 구단주는 프로야구계 악의 축이란 소리까지 듣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주형 기자의 인터뷰입니다.

<기자>

한 때 '야구판 사기꾼'으로까지 불리던 인물이 지금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장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됐습니다.

[이장석/넥센 히어로즈 대표/구단주 : 넥센이 불과 3년 전만 해도 최하위 꼴찌 팀이었는데 뭐 그 성적에 그 팀 수준에 이 정도면 굉장히 잘하지 않았냐. 당신 처지에 그 정도면 잘했어. 그런 이야기 제일 듣기 싫거든요.]

그런 처지란 무엇일까요.

히어로즈는 삼성이나 LG와 달리 모기업 없이 오로지 야구만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국내 유일의 프로야구 기업니다.

넥센은 이름만 빌려준 스폰서일 뿐입니다.

6년 전 우여곡절 끝에 창단할 때부터 자금난에 시달린 히어로즈는 장원삼, 이택근, 황재균 같은 주축 선수들을 줄줄이 다른 팀에 팔아서 운영비로 썼습니다.

험한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기자 : 실례되는 표현일 수도 있지만 사기꾼이다 (네. 사기꾼이라고) 악의 축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셨나요?]

[이장석/넥센 히어로즈 대표 : 네. 안 그러면 구단을 문 닫아야 되니까요. 저한테 어느 누구도 돈을, 자금을 이렇게 준 분은 없어요. 항상 무슨 엄청난 대가를 원하지 않고서는. 사실 이 사회가 원래 냉정한 거 아닙니까.]

팀의 기둥들이 빠져나가자 성적은 바닥을 헤맸고, 새로운 팬을 확보하기는커녕 있던 팬들마저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기자 : 트윗 올라온 걸 계속 히어로즈 검색어를 넣어서 봤습니다. 친구 따라 목동구장 처음 갔던 때가 생각나네. 뭔 2군 경기냐. 사람이 왜 이렇게 없어? 그런 넥센 히어로즈가 여기까지 왔다.]

[이장석/넥센 히어로즈 대표 : 네. 저희 정말 인기 없었고요. 지금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부족한 구단입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저희를 응원하는 팬들이 어떤 특정 경기에는 20명도 안 되는.]

[기자 : 20명밖에 없었던 그 경기장에 계셨어요? (그럼요. 네.)]

이 대표의 투지를 불러일으킨 것은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돼야 한다는 자존심, 그리고 경영 컨설턴트 출신답게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비전이었습니다.

[이장석/넥센 히어로즈 대표 : 구단이 자립화해서 그것이 스스로 커갈 수 있다면 특별한 남의 어떤 재정적인 그런 부양 없이 그럼 결국 저희가 리그의 산업화에 촉매제가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제가 선두주자가 되는 거거든요.]

임시변통으로 경영상의 급한 불은 끈 이 대표는 넥센을 비롯한 크고 작은 스폰서를 80여 곳 이상 확보하면서 형편 닿는 대로 선수들에게도 투자했습니다.

가난한 구단인 만큼 무명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들을 찾는데 특히 주력했습니다.

[이장석/넥센 히어로즈 대표 : 입문할 때부터 주목을 못 받은 선수들이 방출돼서 우리 구단에서 성공한 선수도 있고요. 올해 MVP 됐으면 좋겠고 또 1순위 드래프트를 하고 많은 계약금을 받았지만 적응이 안 돼서 우리 구단에서 다시 또 MVP를 2년 받은 선수도 있고, 또 우리 감독님도 그다지 이렇게 선수 커리어 때 큰 성공 없으시다가 여기서 만개하고.]

돈키호테는 풍운아가 됐습니다.

하지만 시작일 뿐입니다.

[기자 : 작년 말 현재 자본금이 20억 원에 결손금이 200억이 조금 넘습니다. 이거 수치만 보면 사실 부실기업이죠.]

[이장석/넥센 히어로즈 대표 : 네. 아주 깡통기업입니다.]

[기자 : 이게 과연 언제까지 좀 잘 버틸 수 있을까? 팬들의 우려가 있습니다.]

[이장석/넥센 히어로즈 대표 : 일단 금융기관에서도 저희를 좋게 보고 있고요. 그다지 위기는 없을 거 같습니다. 당해 연도를 기점으로 저희가 재정적으로 자립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곧 올 거 같습니다.]

이 대표와 인터뷰에서 가장 가슴에 남은 건 과거에 대한 솔직한 반성, 그리고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습니다.

[이장석/넥센 히어로즈 대표 :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하고 싶지는 않지만 했었다. 그거는 제 변명일 거 같고요. 조직의 리더가 해서 안 되는 말은 상황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해해 달라. 그거는 제일 무책임한 말 같아요. 그러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야 되는 게 조직의 리더라고 생각을 합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양두원,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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