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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선진국은 혜성에 가는데 우리는 나로호로 무얼 얻었나?"

대담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 한수진/사회자:
 
네, 우리 시간으로 어제 새벽이었죠. 유럽의 우주탐사선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착륙했습니다. 이번 혜성 탐사는 우주 탐사 역사에서 가장 큰 도박 가운데 하나다, 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요. 태양계의 생성과 지구 생명 탄생의 비밀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기회가 될 것인지, 저 멀고 먼 우주, 67P혜성에 지구촌의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천문학자고요. 우리나라 최초의 소행성 발견자시죠, 이태형 박사님(천문 우주기획 대표)연결해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예, 어휴 천문학자라서 좀 남다른 감회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네, 우리가 달에도 가고 여러 군데 가봤지만 혜성은 가장 그 열악한 상황이거든요. ‘딥 임펙트’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굉장히 크기도 작고, 중력도 작고, 또 가스가 분출하고 이러기 때문에 정말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굉장히 의심스러웠는데 정말 다행스럽게 무사히 착륙을 했네요.

▷ 한수진/사회자:
 
뭐 눈 가린 채 말 달리면서 날아가는 총알을 맞추는 격이다(웃음).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뭐, 그거는 그래도 가능할 것 같긴 한데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오히려 그거보다 더 어려워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아주 힘든 일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우리 SBS 8시 뉴스 봤더니, 또 한밤중 항공기 고도에서 서울 경복궁 안에 물건을 정확히 떨어트리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요(웃음). 하여튼 엄청나게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해낸 건데, 근데 미국 나사(NASA)에서 쏜 건 아니었죠? 이번엔 유럽 쪽이었죠?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네, 많은 사람들이 이제 항상 미국의 항공우주국 나사만을 기억하시는데요. 유럽의 19개 나라가 모여 있는 이 에사(ESA)라고 하거든요. 유럽항공기구, 이 에사 같은 경우에도 많은 일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같은 경우에는 유럽에 있는 그 에사, 유럽우주국이 성공을 한 겁니다.
혜성착륙 캡쳐_64

▷ 한수진/사회자:
 
예 그렇군요. 자 그런데 이번 혜성이요, 어떤 혜성인가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예, 그 이 67P, ‘추류모프-게라시멘코’라고 이름이 좀 복잡한데요. 이름이 이제 발견한 사람을 이름을 따가지고, 추류모프, 게라시멘코 두 사람이름이 붙은 거고요. 그 다음에 일련번호가 67P입니다. 그래서 크기는 작은 덩어리와 큰 덩어리가 붙어있는 오리 모양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주 오리 이런 별명도 붙어있는데요. 작은 덩어리가 폭이 한 2km쯤 되고 큰 덩어리가 4km정도 되는 그런 자그마한 혜성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처음에는 찌그러진 감자 모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이게 고무 오리 모형이더라,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박사님 67P라는 것도 무슨 의미가 있다면서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네, P라고 하는 것은 주기 혜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주기적으로 이제 몇 년을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한 혜성인데요. 67번째 발견된 주기혜성이다, 라는 뜻이거든요.

우리가 가장 많이 아는 것 중에 헬리 혜성이라고 있죠? 헬리 혜성이 1번입니다. 1P입니다. 가장 먼저 알려진 주기혜성이 헬리, 1P이고요. 67번째 발견된 그런 주기 혜성이라고 해서 67P라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그런 점에서 보면요. 목성의 혜성이란 표현도 나왔었는데, 이것은 잘못된 건가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그렇죠. 목성은 혜성을 가질 수가 없죠. 혜성 자체는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 궤도를 도는 거기 때문에 목성의 혜성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고요. 단지 목성 근처에서부터 왔다, 라는 이야기가 되거든요. 목성 근처에서부터 와가지고 태양을 돌면서 이제, 태양에 아주 가까이 가는 건 아니고 지구 근처 정도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그런 혜성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렇군요. 그러니까 이 탐사선 이름이 로제타인데, 로제타가 참 오랫동안 날아간 거죠?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10년 이상 날아갔죠.

▷ 한수진/사회자:
 
길이로 보면 또 엄청나고요, 거리로 보면.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뭐 날아간 거리를 다 따지면, 한 64억km 정도 이상, 엄청나죠. 지구-태양거리가 1억 5천만 km이니까 그거 뭐 한 40배 이상 가까이 날아간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근데 혜성이 떨어져, 우리 혜성과의 순수거리는 5억km정도라면서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현재 지구하고 거리는 5억km정도 됩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왜 이렇게 멀리 날아갔어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예, 근데 혜성이 굉장히 빠르게 날아가기도 하고, 탐사선이 로켓에 실려서 지구를 벗어날 때의 속도가 초속으로 치면 11km정도 되요. 그래서 지구에 도는 속도에 좀 맞춰가지고 가속이 되는데, 그 속도 가지고 그 혜성을 따라가기가 어렵거든요. 정확히 따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구를 한 3바퀴 정도 돌면서 지구의 중력으로 가속을 좀 받습니다. 지구가 당겨주니까, 당겨주고 밀어내고 이래서 새총을 쏘듯이 지구를 3바퀴 돌면서 이제 빨라지고, 또 화성도 옆에 가 가지고 또 한 번 빨라지고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돌고 돌아서 그 빠르게 움직이는 혜성 근처까지 간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원반 던지기 선수가 던지기 전에 몇 바퀴 하는 것처럼.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그렇죠. 그거랑 좀 비슷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해서 속도를 붙여서 날아간 거군요. 우주 탐사 역사상 가장 큰 도박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잖아요? 이게 맞는 말이죠?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그렇죠. 이제 뭐나면, 이 혜성이 중력이 굉장히 약합니다, 그리고 또 크기도 작고요. 그래서 이 착륙성에 내려갈 때, 이게 지구 무게로 치면, 한 100kg쯤 되는데 이게 거기 중력이 지구의 1만분의 1도 안 되거든요. 그러면 아주 10g 정도 밖에 안 되는 굉장히 가벼운 게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것이 자그마한 가벼운 게 그 멀리 가가지고 그 정확히 내리지 않으면, 조금만 처음 내려뜨릴 때 한 1인치만 벗어나더라도 밑에 내려가면 몇 백m씩 벗어나는 거거든요. 그러면 정확히 못 떨어지고 이제 옆으로 비껴나갈 수도 있고, 굉장히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엄청난 거군요. 굉장히 또 빠른 속도로 혜성이 움직이고 있는데, 거기 어떻게, 안착을 할 수가 있었을까요, 참.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그러니까 인간의 과학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요. 그리고 이 탐사선 자체도 전기가 모자라가지고 한 2년 반 동안을 갖다가 이제 아무도 모르게 동면 상태에서 날려 보낸 거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잠을 잤어요?(웃음)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그러다가 올 초에 다시 한 번 깨워가지고 찾아내고 한 거죠. 그 큰 별들도 찾기 어려운데 이 잠자고 있던 탐사선을 갖다 깨워가지고 다시 또 연결을 하고, 착륙을 시키고. 정말 놀랍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광활한 우주 속에서, 대단한 일이네요, 정말. 이 무인 탐사선 이름이 로제타이고 정확하게 이제 탐사 활동을 하게 될 것은 로봇이에요. 로봇은 ‘필레’라고 하는데, 지금 이 혜성에 안착한 것은 필레가 안착을 한 거죠?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그렇죠. 로제타는 탐사선이고, 여기서 내려 보낸 착륙선이 필레인데요. 로제타는 내년 말까지 위에서 계속 혜성을 찍을 거고요. 필레는 땅에 내려갔으니까 거기서 이제 표면 상태라든가, 표면에 있는 가스, 그 다음에 원래 계획대로 한다면 한 20cm이상 구멍을 파가지고 그 내부의 모습도 이제 한번 분석을 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지금 내려갈 때 고장이 좀 났어요. 내려갈 때 이게 워낙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내려가면서 그 반동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데 그것 때문에 이제 작살도 박고, 계속 붙어있으라고 반대 방향으로 가스도 분출하고 해야 되는데.
 
▷ 한수진/사회자:
 
작살을 딱 박아야 되는 거군요. 그게 고장이 난 건가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작살을 박게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반대 방향으로 밀어주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밀어주는 장치, 가스 분출 장치가 고장 난 거예요. 그래서 착륙을 할 때 반동으로 몇 번 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거든요. 그러면서 작살을 박질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고정이 안 된 상태에서 위에 올려 있다 보니까 드릴을 뚫어야 되는데, 드릴을 뚫으려다보니까 누르면 다시 또 반동으로 튀어 오를 수 있잖아요. 그러면 이게 또 이 필레가 우주공간으로 또 날아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 유럽 우주국에서 고민을 하는 게 작살 다시 박고서 작업을 해야 되는 건지, 작살 다시 박으려다보니까 또 그 반동으로 튀어나갈 수 있잖아요. 거기까지 갔는데, 사진도 찍고 여러 가지 가스 분석을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내부를 파고서 속을 들여다 보는 건데요. 과연 이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현재로서는 좀 고민 중에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드릴 작업, 그 내부를 보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단 말씀이시죠?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그렇죠. 이제 내부를 봐서, 그 내부의 성분을 정확히 분석하고 싶은 거거든요. 우리가 위해서 보는 건 뭐 다 봤으니까. 그래서 이 혜성의 성분이 정확히 뭐냐. 혜성은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지저분한 얼음 덩어리거든요.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처음 있었던 물과, 그 다음 가스, 돌, 먼지 같은 게 얼어붙어있는 거거든요. 태양계 초기의 모습이니까 여기에서 지구에 처음에 물이 많지 않았거든요. 혜성에서 지구의 물이 왔을 거다.

그리고 그 속에는 아미노산과 같은 생명체에 중요한 기원이 되는 유기물질이 있었을 거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걸 알기 위해선 파봐야 되잖아요. 그래서 과연 팔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게 이제 앞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혜성을 보고 지금 태양계의 타임캡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군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그렇죠. 46억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는 뭐 이제 침식 작용이라든가 공기의 오염 때문에 46억년 된 게 없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지금 그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한참 고민하고 있다. 이런 말씀이시고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그렇죠. 이제 가스라든가 다 할 수 있는데, 파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작살 때문에. 벌써 이 사진을 보내왔더라고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오늘 새벽에 보니까 파노라마 사진, 주변 사진 다 찍어서 왔는데, 정말 그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상당히 정말 열악한 것이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렇더라고요. 더러운 눈덩이랑 비슷하다, 뭐 아까 그런 말씀도 하셨는데.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지저분한 얼음덩어리, 네.

▷ 한수진/사회자:
 
지저분한 얼음덩어리, 예 그렇군요. 상당히 이번에 의미 있는 그런 탐사가 될 것 같은데요. 자, 그런데 박사님, 지금 우리 국회에서도 달 탐사를 위해서 400억 원을 예산을 편성하자 이런 이야기가 있어서 설왕설래 말이 많았어요, 이게 쪽지 예산으로 그렇긴 했는데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원래 우리나라가 중장기 우주개발 진흥계획이라고 해가지고, 2021년까지 한국형 발사체, 로켓을 만들고, 이전 나로호 실패하고 성공한 적 있었죠? 그런 우리나라의 로켓을 만들고 2025년까지 달 탐사선을 보낸다. 이게 한 1조 5천억 원 이상 되는 그런 계획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좀 당겨서 5년 정도 앞당겨서 하겠다는 거거든요. 물론 이 우주를 탐구하고 이런 걸 하는 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어떻게 더 우주에서 선진국이 되느냐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배가 굶더라도 아이들을 교육 시키잖아요, 미래를 위해서. 그런 것처럼 현재 이 우주 개발이라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거든요. 하긴 해야 되는데 그 돈이 얼마나 정확히 쓰이느냐, 나로호를 그렇게 하면서 사실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걸 얻었느냐, 의문이 좀 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중요한 것 보다는 정확히 써가지고 그것이 보람 있게끔 그렇게 쓰는 게 더 중요하겠죠.
나로호, 신형 러시

▷ 한수진/사회자: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서 말이죠.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네네, 너무 급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 한수진/사회자:
 
주변국들의 움직임만 봐도 지금 뭐 제2의 우주탐사 르네상스가 열렸다고 할 정도로 아주들 바쁘더라고요.
 
▶ 이태형 천문학자(천문 우주기획 대표):
 
얼마 전에 중국도 달 탐사선이 갔다 왔고 미국도 화성까지 가는 우주선을 갖다가 다음 달에 시험비행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우리도 손을 마냥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태영 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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