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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의사 아내의 의문의 죽음…밝혀진 추악한 진실

[월드리포트] 의사 아내의 의문의 죽음…밝혀진 추악한 진실
지난해 4월 17일,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911 응급구조대에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중년 남성이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며 울부짖듯 외칩니다.

“제발, 빨리 와 주세요. 제발...빨리요” 무슨 일이냐는 응급구조대원의 질문에 그는 거친 숨을 고르며 이렇게 말합니다. “제 아내에게 심장마비가 왔어요. 빨리 서둘러 주세요” 곧바로 출동한 응급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41살 오텀 클레인은 부엌 마루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비닐 봉지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봉지 안에는 '크레아틴'이라는 약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뒤 클레인은 숨졌습니다.
 
크레아틴은 주로 남성들의 근육을 키우는데 쓰는 생화학 성분입니다. 그런데, 크레아틴은 근육 강화뿐 아니라 여성들의 임신을 돕는 약 성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크레아틴은 임신한 여성은 절대 써서는 안될 약품입니다. 그렇다면 숨진 클레인은 임신 상태였던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던 크레아틴의 부작용 때문에 클레인이 숨진 걸까요? 물론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부검 결과, 클레인의 직접 사인은 크레아틴과는 전혀 무관하게 '청산가리'에 의한 독살로 드러났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청산가리는 매우 치명적인 독약입니다. 아주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숨지게 할 수 있어 탐정 소설에서도 많이 나오는 그런 약품입니다. 그렇다면 클레인이 어떻게 해서 청산가리를 먹게 됐던 걸까요? 혹시 클레인 스스로 청산가리를 먹고 목숨을 끊으려 했던 걸까요? 참으로 의문의 죽음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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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우선, 클레인의 죽음을 최초로 목격한 남편 로버트 프란테를 상대로 조사했습니다. 아내의 죽음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며 몸서리까지 치는 남편을 달래가며 최초 목격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캐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남편인 프란테는 피츠버그 대학 의과대 교수이자 의학연구소 연구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숨진 부인 클레인은 이 대학에서도 소위 잘 나가는 신경전문과 전문의였습니다.

한마디로 의사 부부였는데 둘 간에는 6살 난 딸도 있었습니다. 매우 행복한 가정으로 주변 이웃에도 정평이 나 있었고 며칠 전에는 온 가족이 푸에르토리코에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남편도 일단 용의선상에는 올라 있었지만 주변 이웃의 증언과 여행 기록 등은 하나같이 남편에 대한 의심을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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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은 실마리 하나가 잡혔습니다. 클레인이 숨진 지 며칠 뒤, 클레인의 직접 사인이 청산가리라는 것을 부검을 통해 알게 된 경찰은 남편 프란테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자 남편의 첫 반응은 이러했습니다.

“클레인이 왜 청산가리를 먹었던 거죠?” 그런데 몇 분 뒤 남편은 또다시 이렇게 묻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녀에게 청산가리를 먹인 거죠?” 처음에는 클레인이 직접 먹었다고 생각하고는 몇 분 뒤에는 누군가 청산가리를 클레인에게 먹였다고 되물었던 겁니다.
 
게다가, 경찰은 프란테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찾아냈습니다. 남편이 2백그램 분량의 청산가리를 신용카드로 주문한 겁니다. 그리고 연구소에 있던 청산가리 병에서 약  8그램 정도가 없어진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게다가 프란테가 인터넷을 통해 청산가리에 대해 다양하게 조사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남편 프란테는 피츠버그 대학의 의학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각종 범죄 관련 재판에서 자신의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실험을 통해서 범죄 사실을 밝혀내는 역할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프란테가 청산가리를 구매했다손 치더라도 범죄 관련 재판에 필요한 실험을 위해서 구입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란테 본인도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프란테가 청산가리를 주문한 시점을 전후해서 프란테가 실험을 하거나 재판에 출석하게 될 범죄 사건들이 있는지 조사해봤지만 청산가리와 관련된 사건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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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프란테가 숨진 부인 클레인에게 임신할 수 있도록 크레아틴을 복용할 것을 권유하는 내용의 전화 메시지도 발견했습니다. 하나의 단서를 통해 물꼬가 트이자 수사는 급 물살을 탔습니다. 익명의 이웃으로부터 최근에 클레인으로부터 자신은 둘째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만 남편이 거부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일입니다.

남편은 부인의 임신을 원치 않는데 부인에게는 전화 메시지를 통해 임신을 도울 크레아틴 복용을 권유했으니까요. 결국 남편은 프란테는 둘째 아기를 갖자는 부인 클레인의 요청을 받아들인 듯 크레아틴 복용을 권유하고는 매일같이 크레아틴을 가져다 주면서 그 안에 청산가리 가루를 섞어 넣었던 것으로 경찰은 봤습니다.

이렇게 해서 클레인이 숨진 지 석 달 뒤인 지난해 7월, 남편 프란테는 부인의 사망과 관련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그렇다면 프란테는 왜 부인을 살해하려 한 걸까요? 즉 살해 동기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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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최근 프란테가 부인인 클레인이 바람을 피웠는지를 놓고 두세 주 사이에 세 번이나 다퉜던 사실을 밝혀내고 추궁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인 프란테는 이에 대해 언급을 끝내 회피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4개월여 뒤인 지난주 금요일 재판에서 프란테는 끝내 부인했지만 배심원들은 프란테의 부인 살해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배심원으로 참여한 헬렌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제 스스로도 프란테가 부인을 죽였으리라고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증거가 똑 떨어지게 명확해 그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배심원의 결정대로라면, 유명 대학교 의학 교수이자 각종 범죄 사건에서 의학 관련 실험을 통해 범죄 혐의를 밝히는데 기여했던 프란테는 결국 범죄관련 소설에 나올법한 치밀한 계획하에 부인을 독살하고 완전 범죄로 가장하려 했던 겁니다.

아직 프란테 변호인들은 프란테의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살해 동기도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남은 재판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혐의가 인정된다면 프란테는 중형을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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