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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표창원 "12세 소년의 자살, 원인은 사회적 아동학대"

* 대담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 한수진/사회자:
세상에 단맛 쓴맛도 제대로 못 봤을 12살 어린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것도 서로 다른 곳에서 2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는데요, 지난 달 30일 인천에서 12살 어린이가 어머니와 함께 자살하면서 남긴 유서, 참 많은 사람들의 충격을 불렀죠. 처음에는 복지 사각지대에 몰린 가족의 생활고 때문으로 알았다가, 무리한 부동산 경매 투자 실패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또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지난주 목요일에는 서울 강북구 한 주택가 건물에서 초등학생이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국과수 부검결과 뚜렷한 타살 흔적이 없어서 지금 경찰을 자살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정말 우울한 소식 계속 들려오죠. 우선 강북구 초등학생 사망사건, 자살이 맞는 걸까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아직 속단하기는 좀 이른데요, 현재 나온 증거 정황만으로 본다면 다른 추가 증거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한 자살로 종결 처리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우선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는 전혀 타인의 힘이 작용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폭행 흔적, 본인의 저항 흔적이 전혀 없었고요. 골목길 CCTV에도 어린이 혼자 걸어가는 모습만 촬영됐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유서도 없었다는 거고요. 가족이나 학교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서요. 폭력, 따돌림 피해도 없었고 게임 중독도 아니었고 크게 꾸지람을 들은 상태도 아니었고, 더구나 자기 신발 벗어두고 엉뚱한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있었다고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말씀하신 것처럼 뚜렷한 자살 동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의 경우에는 뚜렷한 동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평소 우울증이 있다거나, 아니면 그저 삶에 지치고 자기 존재 의미를 상실해서 자살하는 경우, 아노미적 자살이라고 하거든요, 이런 현상이 종종 있지만 어린이들은 아직 그럴 정도의 인지발달은 안 되어 있는 상태고, 세상 경험도 일천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동기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호기심, 장난, 놀이, 동영상에서 본 것 따라 하는 이런 모방 심리, 이런 것 때문에 자신이 사망할 것이라고는 예견하지 못하고 목을 매거나 조르는 이런 형태의 장난을 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는 종종 있죠.

▷ 한수진/사회자:
신발, 무슨 의미일까, 이게 경찰 수사에서 좀 쟁점이 된 것 같아요?
초등학생 의문의 죽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많은 분들이 좀 의문을 갖고 계신 거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왜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느냐, 자기 신발은 벗어두고. 자살하는 경우, 특히 성인의 경우에는 외부에서, 야외에서 할 때도 자신의 신발을 벗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남겨두고 가겠다, 이런 의미도 있고요. 그런데 만약에 이 사건이 그렇다, 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는 추정할 수가 있습니다. 자기가 현재 살아왔던 삶이 싫다, 힘들었다, 괴로웠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서 다른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그 신발을 자기 건 벗고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음으로서 그렇게 되리라는 희망을 상징했다면, 가능성은 있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만약 자살이라고 볼 때도 그런 이유가 하나의 이유로 추론이 될 수는 있겠네요. 이게 참 피해자가 어린이고요, 또 부모님도 계시니까, 소장님 말씀하시기도 참 조심스러우실 것 같아요. 이유를 어떻게 소장님은 보고 계시는지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일단 참 말씀하신 것처럼 부모님도 그렇고 들으시는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참 마음이 아프실 것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냉정하게 말씀 드린다는 게 대단히 어려운, 그런 부분이 있고요. 그래도 우리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막아야 되기 때문에 원인에 대한 진단을 좀 해보자면, 일단 저는 한마디로 말씀드려서, 사회적인 아동 학대, 이게 원인이다.

▷ 한수진/사회자:
사회적 아동 학대, 무슨 뜻일까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일단 아동 학대라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신체적 학대도 있고 정서적 학대도 있고요. 또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애정, 관심들을 주지 않고 그냥 두는 방임도 학대거든요. 이 어린이만이 아니라 사실 지금 우리나라의 실태를 보면, 보건복지부가 발표를 했습니다. 아동들의 정신건강 실태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OECD국가 중에 우리 대한민국 아동들의 만족도, 행복도가 꼴찌였습니다. 그 점수로 보면 100점 만점에 60.3점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1, 2위 한 핀란드나 아이슬란드와 비교해보면 30점이 차이가 납니다. 결국 이러한 전반적인 우리 아동들의 불만족, 불행한 심리상태가 일단 하나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봐야 되겠죠. 그 원인을 좀 세부적으로 보면 왜 그러냐 봤더니, 가장 큰 게 학업스트레스였습니다.

그리고 학교 폭력, 그리고 인터넷 중독, 부모의 방임, 그리고 사이버 폭력, 이런 부분들의 적어도 하나 이상이 아무래도 이 어린이를 괴롭히지 않았을까, 거기다가 관련된 조사에서, 12세 이상 아동 중에서 3.6%는 지난 1년간 심각하게 스스로 목숨 끊는 것을 생각해본 일이 있다. 그러면 강북구 어린이도 3.6% 중에 한 명인데 다른 학생들은, 어린이들은 그런 생각을 했다가도 뭐 다른 요인들 때문에 그만 뒀겠지만, 이 어린이는 실제로 했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어떤 특별하게 폭력을 당하거나, 따돌림이나 학대는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괴롭고 우울하다, 그런 생활이 계속됐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일단 한 두 가지의 아주 강한 예를 들어, 우리가 간혹 학교 폭력 때문에 목숨을 끊는 학생들 소식을 듣지 않습니까. 아주 강학 충격을 주는 일이 그런 결과로 내몬 경우들이 있지만, 한 건의 강한 그런 충격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삶의 모습이 작은 그런 괴로움과 작은 불만족, 작은 우울감들을 주는 요소들이 생활전반에 요소요소에 있다면, 집에서도 힘들고 학교에서도 힘들고 학원은 가기 싫은데 계속 가야하고, 친구는 없고, 놀고 싶은데 놀 일이 없고, 마음껏 뛰놀고 싶은 욕구는 아이니까 강한데, 전혀 자기는 어른 이상으로 일만 하고 노동만 해야 된다, 이런 상황이 결국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다, 다시 태어나서 실컷 놀고 싶다, 이렇게 될 수가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거기에 또 그런 신발의 의미도 있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 잘 지켜줘야 되는데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게 사회적 아동 학대란 말씀이고요, 결코 이 한 어린이의 주변에 계신 부모님이나 가까이 계신 분들이 죄책감, 책임감 느끼실 필요 전혀 없다, 우리 사회가 잘못되어 있다, 이건 같이 고민해야 된다, 이런 말씀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될 이야기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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