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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자본 '꼼수'에 민자 도로 통행료 비싸진다"

<앵커>

도로는 공공재이지만, 건설하는데 워낙 돈이 들다 보니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민자도로는 정부가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곤 하는데 대부분 운영 수익이 만성 적자 상태기 때문에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때가 많습니다.

세금 가지고 안 되면 요금을 올리려다가 또 비판을 사기도 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민자도로에 투자한 외국 투자사는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뉴스인 뉴스, 송성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1년 말 개통된 부산 수정산터널 민자도로입니다.

호주의 투자회사인 맥쿼리가 대주주인 이 도로는 길이 2.36km 왕복 4차선으로 부산 도심과 외곽을 잇습니다.

하루 통행량이 5만 대에 육박하지만 흑자를 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에 따라 부산시가 개통 이래 지금까지 이곳 수정산 터널의 계획 통행량 미달에 따른 최소 운영 수입 보장을 위해 지불한 금액만 76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적자가 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지난 2002년 부산시와 맥쿼리가 맺은 협약에선 자본금은 537억 원으로 하고 285억 원은 빌려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까지 자본금은 그대로 유지하되 빚은 7분의 1수준으로 줄여 나간다는 시행 원칙도 담았습니다.

그런데 2012년 현재 상태를 보니 자본금은 1/10로 축소된 반면 빚은 오히려 14배로 늘었습니다.  

운영회사가 대주주인 맥쿼리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빚이 늘어난 건데, 이 과정에서 맥쿼리는 최대 20%의 이자를 챙겼습니다.

[부산시 관계자 : 수익이 없는 구조로 만들어 놨어요. 차입금을 과다하게 부풀려 이자 갚는데 돈 다 들어가 니까 이윤이 없으니까 법인세가 발생이 안 되거든요.]  

이런 수법으로 지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1년 동안 맥쿼리가 거둬들인 이자 수입은 987억 원에 이릅니다.  

지난 2000년 1월 개통된 우리나라 민자도로 1호인 부산 백양 터널 역시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하루 통행량이 7만 5천여 대로 설계 당시 예상 통행량과 같지만 쌓인 적자액이 1천 317억 원으로 자본금은 진작에 다 까먹었습니다.  

하지만 맥쿼리는 여기서도 무려 2천억 원이 넘는 이자수익을 거뒀습니다.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맥쿼리 등 외국 투자자들은 국내 민자도로에 투자해 대주주 역할을 하면서 자회사격인 운영회사의 자본금은 빼돌리고, 자신들이 빌려준 돈으로 채우게 한 뒤 비싼 이자를 매겨 수익을 챙긴 겁니다.  

또, 그렇게 해서 운영회사가 적자가 나도록 해 이익이 없다며 법인세도 내지 않고, 운영 자금까지 세금으로 보전받았다는 게, 관련 지자체의 판단입니다.  

수익이 나면 통행료를 내릴 수 있지만 만성적자다 보니 통행료는 오를 수밖에 없어 이용자들도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부산시 관계자 : 이윤만큼 통행료 인하 요인이 생기는데 인하는 안 하면서 통행료는 다 받고 자본금은 차입금으로 빼돌렸죠.]  

맥쿼리 등 투자자들은 협약서에 자본구조 변경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맥쿼리 한국인프라사 관계자 : 그게(자본구조 변경) 명시적으로 돼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구조를 바꿀 때 승인을 받으라는 조항이 없어서 자본구조를 바꾸었습니다.]  

현재 부산의 2개 도로와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에 대해 맥쿼리사를 상대로 소송이 진행 중이고 경남도는 마창대교 운영과 관련, 맥쿼리를 법인세 탈루 혐의로 지난 16일 국세청에 고발했습니다.  

재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도로나 공항 등 각종 SOC 사업에 민간자본의 유치가 갈수록 더 필요해지는 만큼, 투기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정부와 민간투자자, 국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면밀한 사업계획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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