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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고기 소비를 줄이고, 소 사육두수를 줄여라"

[취재파일] "소고기 소비를 줄이고, 소 사육두수를 줄여라"
"소고기 소비를 줄이고 소 사육두수를 줄여라."

소를 키우고 소고기를 먹는 것이 무슨 문제를 일으키기에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미국과 독일, 호주, 오스트리아, 영국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학회지(Nature Climate Change)에 연구 결과를 하나 실었다(Ripple et al, 2014). 소나 양, 염소 같은 반추동물과 기후변화에 대한 얘기다.

현재 기후변화 정책의 초점은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소비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하면 줄이고 잘 처리할 수 있을지와 화석연료를 대체할 다른 에너지원은 없을지에 맞춰져 있다.

소나 양, 염소, 기린, 사슴, 낙타 등은 되새김을 하는 반추동물이다. 이 동물들은 위가 보통 4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풀을 먹게 되면 우선 첫 번째 위에 저장된다. 첫 번째 위에는 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 이 세균들이 먹은 풀의 섬유소를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한다. 메탄은 소가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뀔 때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문제는 이것이 이산화탄소보다 20~80배나 강력한 온실가스라는 점이다.

2008년 기준으로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가운데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산화탄소로 지구온난화의 63% 정도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발생한다. 나머지 1/3은 이산화탄소가 아닌 다른 온실가스에 의해 지구가 뜨거워지는데 가장 영향이 큰 것이 바로 메탄으로 지구온난화의 18% 정도가 메탄 때문에 발생한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것은 사실이지만 메탄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이산화탄소만 감축해서는 지구온난화를 누그러뜨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대기 중 수명이 수백 년이나 되는 이산화탄소와는 달리 메탄의 대기 중 수명은 9년 이내로 짧기 때문에 메탄 배출량을 줄이면 온난화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빠르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면 인간의 어떤 활동을 통해서 메탄이 배출되고 또 어떻게 하면 메탄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까?

지구상에서 인간 활동과 관련해 메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산업체나 석탄, 자동차가 아니고 반추동물이다. 반추동물이 1년에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할 경우 무려 2.3기가 톤(Gt)이나 된다. 기후변화를 누그러뜨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추동물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어 천연가스와 석유산업, 쓰레기 처리과정, 석탄, 벼 재배과정 등에서 메탄이 배출된다 (그림 참조).
취파
<그림 설명: 인간 활동에 의한 메탄 배출량>

반추동물 가운데 메탄을 많이 배출하는 것은 단연 소와 양이다. 소고기나 양고기를 생산하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다른 동물의 고기를 생산하는데 배출되는 온실가스보다 수십 배나 많다(Nijdam et al,  2012). 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을 비교해보면 소고기나 양고기 1kg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로 환산할 경우)의 총량은 돼지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보다 많게는 30배 이상 많이 배출된다. 특히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은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이 들어있는 콩을 생산할 때보다는 최고 100배 이상 많다(도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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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활동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배출되고 특히 반추동물이 많은 양의 메탄을 배출하지만 이산화탄소에 대한 관심과 비교하면 메탄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

2011년 현재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반추동물은 30억 마리를 크게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소가 14억 마리로 가장 많고 양이 11억 마리, 염소 9억 마리, 들소 2억 마리 순이다. 특히 지난 50년 동안 연평균 2천 5백 만 마리씩 반추동물이 증가하고 있다. 육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추동물은 앞으로도 급증할 전망이다. 반추동물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급증하는 반추동물은 토지 사용도 왜곡시킬 수 있다. 반추동물을 기르기 위해 사용되는 땅이 지표면의 26%나 된다. 지표면의 1/4 정도가 소나 양을 기르는데 사용된다는 뜻이다. 반추동물의 먹이인 사료를 재배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현재 경작이 가능한 지역의 1/3은 사람이 먹을 식량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가축 사료 생산을 위해 토지를 사용하고 있다.

 가축이 최종적으로 식량자원이기는 하지만 급격하게 늘어나는 목초지는 식량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8명에 한명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곡식을 생산하지 않고 생산성이 매우 낮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계속해서 목초지를 늘린다면 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급증하는 반추동물은 산림자원에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목초지 확장과 사료 생산을 늘리기 위한 산림벌채는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제거할 뿐 아니라 식량 생산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결국 반추동물 고기의 소비나 사육하는 반추동물의 수를 줄이는 것은 다양한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고 산림을 보호할 수 있는 만큼 환경적인 측면에서 효과가 있고 한편으로는 경작 가능한 토지를 목초지 대신 식량 생산에 보다 더 많이 사용할 있어 식량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육류를 과다하게 소비해서 발생할 수 있는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반추동물의 수를 줄이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인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소비나 사육두수를 줄이지 않고 메탄 배출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물론 소한테 트림을 하지 말고 방귀를 뀌지 말라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유전자를 변형시켜 트림이나 방귀를 뀌지 않는 소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역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백신이나 화합물 개발도 시도되고 있다.

 메탄을 배출하지 못하게 하는 백신을 개발하거나 장내 세균을 사멸시켜 메탄을 배출하지 못하게 하는 화합물을 만들어 사료에 섞여 먹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널리 퍼진 상황은 아니다. 소비자가 유전자 변형 소고기, 백신이나 화합물을 먹은 소고기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현재로서는 만약 가능하다면 소고기 소비와 사육두수를 줄이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소고기나 양고기 소비를 줄이는 문제 또한 선진국인지 개발도상국인지,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관련 산업이 어떤 상황인지, 건강을 위해 소고기가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 또 고유의 음식문화가 어떤지, 또 지구온난화 문제를 얼마나 시급한 문제로 보느냐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안보에 도움이 되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서 각각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특정 국가나 지역, 사람에게 소비를 줄일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다간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사육하는 반추동물의 수를 줄이는 것 또한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매우 어렵고 복잡한 문제다. 반추동물의 수를 줄이면 생각지 못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논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구온난화를 효과적으로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한 만큼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많이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메탄을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세계 최대의 소고기 소비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에서 지구온난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소고기 소비를 줄이고 소 사육두수를 줄이라는 말을 하고 다니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정치인은 과연 다음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은 소고기 소비를 줄이고 농민들은 소 사육두수를 줄이는데 동의할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소가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고 있다.

<참고문헌>

* Ripple, W., P. Smith, H. Haberl, S. Montzka, C. McAlpine and D. Boucher, 2014: Ruminants, climate change and climate policy, Nature Climate Change 4. 2-4. doi:10.1038/nclimate2081

* Montzka. S., E. Dlugokencky and J. Butler, 2011: Non-CO2 greenhouse gases and climate change. Nature 476, 43-50.

* Nijdam, D., T. Rood and H. Westhoek, 2012: The price of protein: Review of land use and carbon footprints from life cycle assessments of animal food products and their substitutes, Food Policy 37, 76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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