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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긴축으로 전환하는 미국…6년의 '돈 풀기'가 남긴 것

美 양적 완화 종료 선언에 긴장하는 세계 경제

[월드리포트] 긴축으로 전환하는 미국…6년의 '돈 풀기'가 남긴 것
미국 언론은 "하늘 높은 곳에서 돈을 뿌려주던 헬리콥터가 멀리 사라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시간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종료선언은 미국경기 회복세를 재확인하면서 앞으로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자국 중심 통화정책의 원칙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는 느낌이다. 또 논란도 많았던 오랜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이 일기 전에 종료를 선언함으로써 정책적 성공이라는 역사를 남기고 싶은 연준 책임자들의 속내도 엿볼 수 있다.

● 양적완화 종료보다는 금리인상 가능성에 방점

미 연준은 한때 월 850억 달러였던 시중채권 매입 규모를 이미 7차례 회의에서 연속 축소했었다. 이번 결정은 남은 150억 달러도 축소함으로써 다음 달 부터는 더 이상 국채와 부동산 채권을 사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근 다시 불거진 유럽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경기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양적완화 종료 선언을 한달 정도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축해 버린 것은 미국 입장에선 그만큼 이제 양적완화가 필요없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시장이 주목한 것이 양적완화 종료 여부보다는 금리에 대한 미 통화당국의 입장이었던 것처럼 이번 결정의 핵심은 사실상 '금리'였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상당기간(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 유지'를 계속 문구에 포함하면서도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접근이 빨리지면 금리 인상 시점도 빨라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의미 심장하다. 그동안 수차례 금리 인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연준이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족쇄를 스스로 풀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부가 언급이 덧붙여진 것 때문에 발표 직후 뉴욕증시가 일시적으로 큰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앞으로 세계금융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대로 내년 중반이냐, 초반이냐, 혹은 후반이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특히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한 폭 더 커진 변동성이나 유럽경기의 상황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 통화정책의 기준은 미국경제이고, 세계경제 흐름과 상관없이 미국내 상황에 따라 양적완화 종료에 이어 조기 금리인상도 할 수 있다는 해석까지 가능해 앞으로 한국과 신흥국들은 더 긴장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래픽_미국 연준
양적완화의 명과 암…'성공적' 평가에도 후폭풍 우려

미국의 양적완화는 2008년 말 리먼사태로 인한 금융위기에 시작돼 약 5년 7개월 동안 계속됐다. 초반의 양적완화 정책은 단기적이면서 일시적 처방의 성격이 강했다. 1차 양적완화는  2009년 3월, 한번에 1조4천50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한 조치였다. 이후 2차 양적완화는 2010년 11월부터 6천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인 뒤 금리인하 정책을 병행하는 방식이었다. 이른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대신 단기 국채는 매각해 장기 금리를 낮추면서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다소 합리적인 대책이었다. 이번에 종료된 양적완화는 3번째 프로그램이었다. 2012년 9월부터 처음엔 매달 400억 달러의 부동산 모기지 채권을 중앙은행이 사들이다가 2012년 말부터는 국채를 매달 450억 달러에 사들이는 조치를 추가했다. 천문학적인 돈 뿌리기였다. 버냉키가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때였다.

미국이 지금까지 시장에 퍼부은 달러는 4조 4천800억 달러에 이른다. 3차 양적완화 시작 당시 1%대였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2분기 4.6%, 3분기에는 3.5%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8.1%에서 지난 9월 5.9%로 떨어져 경제지표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사실상 새 달러 지폐를 찍어내듯이 종이 유동성을 만들어 시장에 투입하는 유례없는 조치에 대한 부작용 조짐도 상존해왔다. 이런 식의 경기부양은 여전히 세계의 기축통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달러화 발행국의 위치를 남용한 것이고, 그 가치의 거품이 언젠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만약 미국이 국가부도를 맞거나 로마제국처럼 사라진다는 식의, 달러화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는 극단적 시나리오는 논외로 치더라도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거나 기축통화의 위치가 흔들리는 시점에 본질적인 후폭풍이 나타날 수 있다.

미시적으로도 양적완화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계속 제기돼왔다. 실제 공급된 자금의 60%가 시중에 풀려 실질적으로 통화량을 늘리기보다는 미국 주요은행들의 지급준비금으로 금고에 쌓여있고, 자산가들의 투자여력만 높여 소득불균형 심화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조달러 넘는 돈이 더 높은 수익을 찾는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변해 한국 등 신흥국에 흘러들면서 갑작스런 '자금썰물' 위험성을 높여왔던 것이 가장 구체적인 위험일 것이다. 한마디로 양적완화라는 영양주사를 세계경제가 너무 오래 맞아왔고 이를 뽑으니 나타날 부작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로 사들인 채권, 즉 엄청난 자산을 언제 어떻게 처분해야할지도 근본적 고민거리이다. 4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속도 조절을 통해 적절히 처분해야 하는 임무가 아마도 옐런 의장에겐 가장 중요한 과업이 될 것이다. 그만큼 미국 경기가 적절한 속도로 살아나 줘야 갑작스런 채권부자가 된 미국 중앙은행이 정책적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 한국 경제 대
● 한국은 괜찮을까? 달러강세에 이은 금리인상 뇌관의 부담

데이터로 보면 한국경제는 다른 신흥국들과 분명히 차별화돼있는 형국이다. 3천6백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 31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온 경상수지 등 기초체력에서 앞서고 있다. 실제 지난해 버냉키 전 미 연준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발언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들썩였을 때도 한국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양적완화 종료의 경우, 한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할 계기는 될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심리적 위축이 닥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가치 급등과 함께 한국도 금리인상 압박을 받게 되면 어느 정도의 자본유출은 불가피하다. 자본이동이 제한적으로 나타나더라도 타격의 범위는 광범위하다. 신흥국 수출 비중이 70%가 넘는 우리로서는 신흥국들이 경기침체를 겪게 되면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받게 된다. 내부적으로는 막대한 가계대출 규모가 부담이다.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할 경우 자산가치의 급락으로 IMF때와 비슷한 성격의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경제를 완전히 본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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