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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사회, "경마장 무해하다"

한계점만 남긴 반쪽 보고서

[취재파일] 마사회, "경마장 무해하다"
용산 화상경마장, 누군가에겐 진부한 주제이고 누군가에겐 노숙하면서까지 막으려는 주제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마사회는 용산역에 있던 화상 경마장 위치를 옮겨 새롭게 10층 규모의 건물을 지었습니다. 4년 정도 지었다고 하는데, 그때까진 주민들은 몰랐습니다. 경마장인지 도서관인지. 화상 경마장이란 걸 안 주민들은 그때부터 필사적으로 막아섰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지은 화상 경마장 주변 800m 안에는 성심여중, 고등학교를 비롯해 유치원과 초, 중, 고등학교 6곳이 있습니다.

기우일까요? 대전에도 15년 전에 화상 경마장이 들어섰습니다. 주변 500m 안에 유치원을 비롯해 7개의 교육기관이 있습니다. 주변은 어떨까요? 폐장시간만 되면 하루 종일 경마장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옵니다. 길거리엔 경마지가 흩어져있고 주변 상가에는 유흥업소 간판이 즐비합니다. 그나마도 6층까지만 쓰던 화상 경마장을 12층까지 확장하려고 해서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마사회가 화상경마장 시범운영 평가 결과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리고 마사회가 기자들에게 결과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엄연히 평가위원회가 있는데, 갈등 주체인 마사회가 설명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평가위원에게 연락해봤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 마사회 "화상 경마장 무해하다" 결론?

평가 위원회를 통해 진행한 ‘관찰조사’ 결과 결과지표가 4.1점으로 긍정적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쉽게 말해 새롭게 지은 화상 경마장 주변을 매일 같은 시간대에 정해진 동선을 지나면서 관찰한 결과 9점 만점에 4.1(5점 이상이 부정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무해하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시범운영기간동안 경마장은 3개층, 토-일요일만 개장했고 400명(정상 개장시 1000명 이용) 한정 운영 등 축소 운영에 대한 조사여서 본 개장시 현상을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 경마일-비경마일 직접비교…"경마일이 오히려 긍정적"?

17개 세부 항목별로 실험군(경마일)과 대조군(비경마일)을 직접 비교한 결과 대부분 항목에서 경마일이 오히려 비경마일보다 긍정적으로 평가됐다고 밝혔습니다. 범죄발생, 쓰레기 투기, 학생위협 등 17개 평가항목 중 무려 14개 항목에서 긍정요인이 더 많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관찰조사의 최선의 대조군은 전년도 같은 시점입니다. 지난해 자료가 없어서 그 대안으로 경마일과 비경마일을 대조한 건데, 경마일은 주말, 비경마일은 평일이라서 관찰조사의 결과가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고 쓰여 있습니다.

● 설문조사가 부정적인 건 "정서적, 감정적 불안감"?

주민과 학부모, 재학생의 인식을 대변하는 설문조사에서 학부모는 84.9%, 학생은 84.8%, 주민은 72.7% 부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경험 요인을 확인해본 결과 시범 운영 결과 변화가 없다는 대답이 과반 이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주민들 73.3%, 학부모 53.5%, 학생 35.5%가 주변 환경이 변화가 없다고 대답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당초 평가 구조가 실험군 대 대조군 측정 결과 비교로 설계됐는데 일부 주민들의 항의와 반대로 실험군 조사를 중도 포기했고, 그 대안으로 인식 수준을 측정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하나 더, 화상 경마장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서 설문을 거부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한계도 있었습니다.
화상 경마장
<용산 화상경마장 시범운영 평가 결과보고서 일부>

● 객관성 검증을 위한 시범운영 평가위원회 구성?

위원회는 모두 11명의 중립적인 외부인사로 8월 14일 구성됐고, 5차 회의를 통해 용산 장외발매소 시범운영에 대한 평가를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로 종교인 4, 언론 종사자 2, 의료 종사자 2, 교육 종사자 2. 이렇게 10명이 구성됐습니다.

여기서, 평가위 구성을 위해 찬성단체와 반대단체, 국회 여야간사, 농식품부, 사감위, 국민대통합위원회, 서울특별시교육청, 용산구청 등에 참여요청 공문을 발송했지만 대부분의 기관에서 참여가 곤란하다고 통보했다고 밝혀 외부인사로 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사회는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렇게 밝혔습니다.

『한국 마사회는 용산 장외발매소의 시범운영 평가결과는 그간 제기되던 주요 우려사항들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설문 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우려사항에 대한 해소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울일 예정임.

- 관찰조사는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실증적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그간 실체가 없는 예단적 우려사항으로 반대운동을 전개해온 반대단체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증명해준 것으로 볼 수 있음.

- 설면조사 결과가 관찰조사보다 부정적으로 나온 이유는 1년 넘게 진행되어온 개장반대 운동에 따른 것으로, 경마의 부정인식에 기인한 ‘감정적 결과’로 보임.

- 이에 따라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요 우려사항에 대한 해소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울일 것임.』
화상 경마장

정리해 보자면, 이렇게 저렇게 수치가 나와 있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조사의 한계가 너무 큽니다. 결과적으로 경마장이 무해하다고는 하지만, 결국 1)원래 측정 설계대로 하지 못했고 2)전년도 관찰결과와 대조하지 못했고 3)사람이 별로 안다니는 시범운영이어서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지난 7월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은 3개월간의 시범운영 결과에 따라 주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폐쇄해서 용도를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4.1점이 나와서 긍정적이라는 마사회 관계자들에게 기자들은 몇 점이 나왔으면 폐쇄하겠다는 건지 물었습니다. 마사회는 그런 기준은 딱히 없고 결과물에 따라 대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험 한계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결과에 따라 실험의 한계를 부각하기도 하고 줄일 수도 있는 이런 보고서로 어떤 설득을 하려고 한 건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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