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한수진의 SBS 전망대] "태권도 승부조작으로 우승했던 학생 4명 모두 대학 진학"

* 대담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심영구 기자

▷ 한수진/사회자:
피해선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사태까지 나왔던 태권도 승부조작 파문, 그런데 또 터졌습니다. 이번엔 품새 경기였는데요. 태권도 협회 간부의 아들이 속한 팀이 이기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자, 이 문제를 취재한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심영구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심영구 기자 어서 나오십시오.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아니 또 이런 일이 불거졌어요.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네, 안타까운 일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에 적발된 승부조작 사태는 어떻게 된 건가요?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사건이 일어난 것은 2013년, 작년 7월 8일입니다. 대한 장애인태권도 협회에서 주관하는 ‘제4회 전국 추계 한마음 태권도 선수권 대회’가 경기도 의정부에서 열렸는데요. 장애인 협회에서 주관하지만 취지 자체가 한마음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자는 취지라서 비장애인도 출전을 해서 경기는 따로 치룹니다. 여기서 고등부 단체 품새 경기 4강전에서 승부 조작이 발생했습니다. 품새 경기는 두 팀씩 나와서 고려와 금강 품새를 각각 선보이고 심판 5명이, 어떤 팀이 잘 했는지, 청 팀이 잘 했으면 청기, 홍 팀이 잘 했으면 홍기를 들어서 판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 되는데요.

▷ 한수진/사회자:
대련을 하는 게 아니죠, 자세를 취하는 거죠.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네, 자세를 펼치는 겁니다. 5명이 심판이니까 3대 2라든지, 4대 1 이런 식으로 판정이 나겠고요. 누가 봐도 확연하게 기량차가 났다, 이러면 5대 0 판정도 가끔 나오고요. 전체적으로는 8개 팀이 출전을 했는데 각각 다 한 번씩 경기를 해서 4강 진출한 팀들이 나왔고 4강팀들끼리 결승진출을 다투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첫 번째 팀인 청팀은 품새를 무난하게 잘 마쳤고, 저도 경기 영상을 봤는데 깔끔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 팀인 홍 팀이 경기를 했는데, 고려 품새는 그럭저럭 했는데 그 다음에 금강 품새에서는 경기 동영상을 보면, 금강 품새에는 상징적인 자세가 있습니다. 학 다리 서기라고, 외발로 서서 딱 펼치는 자세가 있는데요.
이게 중심을 잘 잡아야 되는 건데, 이 자세를 취할 때 홍 팀 선수 한 명이 중심을 잃고 비틀비틀 거리는 등 완전히 큰 실수를 했습니다. 이렇게 실수가 잇따라 나오니까, 경기가 끝났구나, 승부가 났구나, 싶을 정도였는데요.

▷ 한수진/사회자:
홍 팀이 졌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겠네요.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그렇죠. 그런데 결과는 5대 0으로 홍 팀이 일방적으로 이긴 것으로 나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홍 팀이 이겼다고요.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네, 그래서 코치가 바로 달려 나와서 심판진한테 아주 격렬하게 항의를 했지만 결과는 바뀌지가 않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그 현장에서 코치가 바로 달려 나왔다는 거예요. 그리고 심판진에게 바로 항의를 했는데 결과는 뭐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어이없는 결과에는 승부조작이 있었던 거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네, 경찰 수사를 해보니까 승부조작 지시가 있었고 또 이 지시에 따라서 심판들이 편파판정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대한 장애인 태권도 협회 심판 위원회의 겨루기 담당 부의장 김 모 씨가 주도를 했는데, 바로 아래 품새 담당 부의장이 있습니다, 전 모 씨한테 지시를 했고요. ‘무조건 이 팀이 이기게 하라.’

▷ 한수진/사회자:
홍 팀이 이기게 하라.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네, 홍 팀이 이기게 하라, 조치하라고 했고, 이 전 씨는 다시 경기를 맡은 심판 5명에게 같은 내용을 지시를 했습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 했는데요. ‘서울시 태권도 협회 간부가 자신이랑 아주 친한데 그 간부 아들이 마침 이 대회에 출전했고 그 홍 팀에 속해 있었다. 그래서 이기게 해주려고 자기가 스스로 판단해서 승부조작을 지시했다.’ 전 씨와 심판 5명은, ‘김 씨 지시대로 따랐다.’,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혹시 그 간부와 김 씨나 전 씨가 사전에 공모했는지, 금품을 받은 건 없는지 확인했지만 이들이 워낙 강력하게 부인해서 이 부분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돈을 받고 한 건 아니다. 그냥 태권도 협회 간부가, 자신이 친한 분의 아들이 이 대회에 나왔다, 그래서 이기게 해주려고 했다, 그래요? 아니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될 정도로 이 대회가 중요한 대회였나요?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대회, 고등부 단체 품새, 이 분야에 출전한 팀은 8개 팀 밖에 안 됩니다. 전국 단위 대회라고 하기에는 사실 대단히 적은 수인데요. 어쨌든 전국대회이기 때문에 전국대회 우승한다는 상징성도 있겠지만 워낙 태권도 대회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가려면, 대학마다 전형도 다르고 지원 자격도 다르게 책정을 하지만 어쨌든 전국단위 대회에서 우승을 하거나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특기생으로 갈 수 있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이번 품새 승부조작으로 우승한 이 홍 팀 선수 4명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모두 대학진학에 성공했습니다. 태권도 특기생으로 갔습니다. 이 중 2명은 다른 대회 성적도, 우승이라든지 그런 성적이 있었지만 2명은 이 대회 성적, 이 대회 우승만 가지고 대학에 갈 수 있었습니다. 이 8개 팀 중에, 팀에서 1등 했더니 대학에 갔던 거죠.

▷ 한수진/사회자:
단순히 대회 우승만이 목표가 아니었네요. 대학 진학을 위한 성적을 만들어준 거다, 이런 이야기네요. 그런데 이 지시한 심판, 담당 부의장이요, 심판 위원회 부의장 김 모 씨, 이 사람도 이 사람이지만 이기게 해주라고 지시를 했다고 해서 일찍이 깃발을 든 그 심판들은 또 뭐예요.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사실 말도 안 되는 지시인데 듣고서, 지시라는 것도 경기 바로 직전에 이루어졌다 했거든요. 무슨 사전에 대단한 모의를 한 것도 아니고, 심판들부터 말씀드리면 모두 승부조작을 지시를 받았는데, 그대로 따랐다. 두 팀의 실력이 확실하게 드러났는데, 이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벌어진 시합이기 때문에,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건데 지시를 어길 수 없었다는 거고요. 심판들이 경찰에서 진술한 것을 보면, ‘한 3대 2 정도로 이기게 했다면 아무리 코치가 항의를 했다고 해도 우리가 우길 수 있었을 텐데, 5대 0으로 저희가 판정했기 때문에, 이거는 너무 변명할 여지도 없다.’, 그렇게 진술을 했고 또 다른 심판은, 자기는 지시받은 걸 잠시 잊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잘 한 팀 깃발을 들어야겠다고 해서 청기를 들려고 했는데 옆에 심판들이 다 홍기를 드는 것 보고, 아이고, 이거 지시대로 해야 되는데, 싶어서 홍기를 들었다는 거거든요. 그냥 지시받은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진술들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그런데, 저절로 이 청기가 들어갈 정도로 실력 차도 확실하고 말이죠. 얼마나 창피했겠어요, 그런 판정을 내리면서도, 심판들이. 그런데 오래 모여서 모의를 한 것도 아니고, 시합 직전에 바로 한 마디 했다고 해서, 바로 이렇게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그런 이유가 있는 건가요?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대단히 우리가 종주국이고, 국기이고 해서 태권도 인구가 대단히 많다고는 하는데 태권도 업계 자체는 또 좁다고 합니다, 동네가 되게 좁아서 태권도 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한 다리, 두 다리 건너면 아는 선후배 사이, 이런 경우들이 많고요. 심판들도 상임 심판들이 아니라 자기 도장을 운영하다가 비상임으로 대회 때만 위촉돼서 수당을 받고 심판 일을 수행하곤 하는데, 협회에 잘못 보이게 되면 심판에서 바로 제외가 되기 때문에. 그러면 수당도 못 받고, 요즘에 도장들 상황이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생계에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
또 그 외에 태권도 계 여러 대회나 행사나, 사업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당한 지시라도 협회 간부나 윗사람들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라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기들 입장에서 변호를 하는 걸 수도 있지만, 타당한 지적, 수긍할만한 지적이라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선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일, 그것도 지난 해였죠. 서울시 태권도 대표 선발전이었나요?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이것도 작년 5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지금 말씀드렸던 장애인 태권도 협회가 주관했던 대회는 7월이고요. 불과 2달 전에 서울시 태권도 대표 선발전에서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가 됐고요. 저희가 그 때 다 뉴스를 보도를 했었지만, 그 때 영상을 보면 피해 선수가 여유 있게 앞서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때는 겨루기였습니다, 품새가 아니라. 둘이 선수끼리 맞붙은 경기였는데, 그런데 갑자기 심판이 경고를 남발을 하더니 연속으로 그 선수한테 7개나 경고를 준 겁니다. 결국 계속 그 선수가 몰리다가 반칙패를 당했는데, 피해 선수 아버지가 현직 태권도 관장이었고, 아들을 지도해서 대회까지 나왔는데 너무 억울하게 지게 되니까, 항의를 하다가 대회 이후 보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가지고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때도 자체 조사를 한다고 하고 아주 난리가 났었죠.
태권도 캡쳐_640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자체 조사를 했는데 몇 개월 지나서 결과를 내놨는데요, 당시 심판이 잘못했던 거다, 판정을 좀 잘못했던 거다, 해서 심판을 제명하는 수준에서 그쳤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수사에 나섰더니 협회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했던 게 확인이 되었습니다. 태권도 학과 교수인 아버지가 다 연줄로 엉켜있습니다.
협회 간부에게, ‘아들이 대학을 가야 되는데 입상 실적이 부족하다.’, 이것도 대학입니다. 청탁을 했고요. 간부가 지시하고 또 그 아래 간부가 지시하고, 심판까지 지시가 쭉 내려가서 승부 조작을 했던 사례인데요. 말씀드렸다시피 이 사건, 그렇게 해서 자살이라는 파문까지 나왔던 사건이 2013년 5월이었는데 이번 품새 승부 조작 사건은 불과 2달 뒤에 벌어졌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도 이런 파문이 벌어졌는데도 중단되지 않고 계속 벌어졌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참 문제네요. 그런데 심 기자가 이 사건 취재 후에 인터넷에 취재 파일도 작성했던데요. 너무 승부 조작이 쉬웠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요.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네, 저는 이게 이런 승부조작 하면, 대단히 말도 거창하고 뭔가 좀 여러 관계자들이 모여서 치밀하게 계획도 짜고 역할 분담도 하고 그럴 거라고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는데, 그냥 심판 부의장이 경기 직전에 몇 마디 말 전하니까 바로 승부조작이 이루어졌다는 게, 너무 쉽게 이루어졌다는 게 충격적이었고요. 그렇게 쉽게 이루어진다면 이게 과연 단 두 대회, 두 경기에서만 있었겠느냐 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드러난 게 이것 뿐인 거지.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그렇죠. 증거를 경찰이 확보한 게 이것뿐이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자주, 많이 일어나지 않겠냐, 이런 추정을 하게 되다보니까 대단히 충격적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요, 태권도 협회. 분명히 바로 잡아야 되는 거죠?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그렇죠. 지금 태권도가 대단히 위기라고 하거든요. 올림픽에서도 사실은 2020년에 태권도를 퇴출시키자는 논의까지 나왔지만 간신히 살아남았는데, 그 때도 주된 문제는 판정이 확실하지 않다, 판정 시비였거든요.
이런 작은 대회에서는 승부 조작이 쉽게 이루어졌는데, 그러면 올림픽은 안 그렇겠느냐, 올림픽 선발전은 안 그렇겠느냐.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책을 제시하고, 태권도 협회는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태권도계 안팎에서 이런 승부조작부터 없애지 않으면 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그런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꾸만 이런 일이 벌어지면, 태권도 관계자들의 자녀들은 태권도를 못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앞서 사건들이 다 그런 일들인데요.

▶ 심영구 기자 /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심영구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