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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이 쌓인 폐형광등…'수은 노출' 건강 위협

<앵커>

형광등 안에는 인체에 아주 해로운 수은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 쓴 형광등은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바로 모아다가 안전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의 자치구마다 이 폐형광등이 처리가 안 된 채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왜 그런지 조기호 기자가 기동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송파구의 자원순환공원입니다.

공원 한 구석에 다 쓴 형광등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쌓여 있습니다.

[폐형광등 분리수거 관계자 : (하루에 얼마 정도 양이 들어오는지 아세요?) 하루에 두 번도 가져오고 세 번도 가져오고…]  

이렇게 방치된 게 벌써 몇 달째입니다.

[임창국/송파구청 자원재활용팀 주무관 : 7월부터 4개월 간 계속 쌓여 있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의 자원순환공원 안에도 폐형광등이 잔뜩 방치돼 있습니다.

이미 깨진 형광등을 모아놓은 자루만 수십 포대입니다.

[송경석/성남시청 재활용팀 주무관 : 저희 것은 5월부터 안 가져간 것 같아요.]  

서울과 수도권의 자치구 수십 군데에서 지난 4월부터 이런 '폐형광등 대란'이 시작됐습니다.

지자체들은 폐형광등을 수거해 처리해야 할 조명재활용협회라는 단체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입장입니다.

[장 군/송파구청 자원재활용팀 주무관 : 원래는 이렇게 많이 안 쌓여 있습니다 예전에는. (협회가) 수거 운반을 구청에서 해줘야 된다, 이런 요구를 하고 있어서…]

조명재활용협회는 형광등 제조업체들이 지난 2000년에 설립한 사단법인으로, 제조업체들로부터 한 해 50억 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수거와 재활용 업무를 대행해왔습니다.

그런데 협회는 운송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자원순환공원에 모아둔 폐형광등을 지자체가 직접 공장까지 운반해달라며 수거 자체를 전면 중단한 겁니다.

[한국조명재활용협회 회장 : 백령도, 흑산도 모든 도서 지역 걸 다 수거해 와야 되면 생산자의 부담은 지금의 배 이상을 물어야 돼요.]  

지난해까진 지자체가 분쇄공장까지 옮겨줬는데, 올해부터 협회가 수거까지 책임지라는 건 부당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자원재활용법에서는 제조업자나 그 대행업자가 폐자원을 재활용뿐만 아니라 수거까지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뒤늦게 이런 실태를 파악하고 협회에 폐형광등 수거를 명령했지만 협회는 요지부동입니다.

[한국조명재활용협회 회장 : 그러면 지자체 안을 받아들이라고 하면 공청회를 하든가 역할 분담에 대한 의논을 해야 해요, 환경부가.]  

버젓이 법이 있는데도 협회가 폐형광등 수거를 마음대로 중단할 수 있었던 건 독점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허혜인/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사무관 : 재활용 협회가 지금은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하나밖에 없다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저희는 판단하거든요.]  

협회가 버티기로 일관하고, 환경부가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는 사이 폐형광등은 점점 더 불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폐형광등 안에 들어 있는 중금속, 바로 수은입니다.

형광등 속에는 발전소 같은 작업장 안의 공기 중 기준치보다 최대 400배 정도 되는 수은 입자가 들어 있습니다.

폐형광등이 방치돼 깨질 경우 이런 수은 입자가 공기 중으로 방출돼 대기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고농도의 수은에 노출되게 되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되는 그런 심각한 건강상의 장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수은배출오염원인 폐형광등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조명재활용협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라 폐형광등 수거가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숩니다.

각 지자체마다 폐형광등이 수만 개씩 방치되면서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편집 : 우기정,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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