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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소녀는 왜 부모와 형제들을 살해하려 했는가?

[월드리포트] 소녀는 왜 부모와 형제들을 살해하려 했는가?
미국 디트로이트에 사는 시코스키 부부는 10년 전 폴란드에서 록산나를 입양했습니다. 시코스키 부부는 록산나 뿐 아니라 남동생과 여동생 모두 친부모로부터 심하게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깊은 연민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셋을 한꺼번에 입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록산나의 나이는 5살, 남동생 루카스가 2살, 그리고 막내 안젤리카가 1살이었습니다. 시코스키 부부는 아이들이 지닌 마음의 상처를 알기에 더욱 애착을 갖고 지극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길렀습니다. 그런 마음을 아는 록산나와 형제들은 시코스키 부부를 친부모 이상으로 사랑했고 화목한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10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지난 17일, 스코스키 부부는 믿기 힘든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록산나가 자신들은 물론 두 동생마저 살해할 계획을 세웠던 겁니다. 실제로 록산나는 남동생의 목을 여러 차례 흉기로 찔렀습니다. 도대체 왜 15살 록산나는 그토록 사랑했던 두 부모는 물론 동생들마저 살해하려 했던 걸까요?
 
박병일 취파_640

몇 일 뒤 시코스키 부부는 록산나의 재판에 참석했습니다. “우리는 록산나를 여전히 사랑합니다. 우리는 록산나를 지원하려고 왔어요.” 자신들을 살해하려 한 딸을 변호하기 위해 시코스키 부부가 달려온 겁니다. 록산나에게는 살해 기도와 살해 계획 등 7가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록산나에게 목을 수 차례 찔린 12살 된 남동생은 다행히 급히 응급실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덕분에 목숨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록산나는 15살 나이답지 않게 매우 왜소했습니다. 키가 125센티미터에 몸무게는 36킬로그램에 불과했습니다.
 
록산나는 입양 당시부터 ‘반응성 애착장애’ (reactive attachment disorder)을 갖고 있었습니다. 반응성 애착장애란 여러 원인으로 부모와 친밀한 관계의 형성이 어긋나게 되어 아무에게나 강한 애착반응을 나타내거나 접촉을 거부하고 성장이 지연되며 체중이 늘지 않는 질병입니다. 그러니까 친부모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았던 록산나는 쉽게 다른 사람에게 애착을 보이다가도 그 애착의 대상이 바뀌면 적대적으로 바뀌기도 하는 등 심한 정신적 굴곡을 겪고 있었던 겁니다.
 
붉은 색 죄수 복을 입고 법정에 앉은 록산나는 계속해서 가련한 눈빛으로 부모를 쳐다 봤습니다. 그녀의 부모도 증인석에 섰습니다. 시코스키 부부가 록산나를 위해 고용한 변호사도 록산나와 함께 앉았습니다. 시코스키 부부는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재판장님, 저희 부부는 록산나에게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록산나는 정말 사랑스럽고 착한 아이였어요. 페이스 북에서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페이스북에서 그 남자를 만나기 전 그토록 부모와 형제들을 사랑하던 록산나가 급변하게 된 시점은 지난 3월이었습니다. 록산나는 페이스북을 통해 23살의 리베라라는 남성을 알게 됩니다. 글을 주고 받으면서 록산나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코스키 부모는 페이스북을 하면서부터 점점 반항적이 되어가는 록산나를 설득도 해보고 달래기도 해봤지만 이전의 록산나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10대가 겪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부부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페이스북과 전화 통화를 못하게 제한했습니다. 그때까지 시코스키 부부는 리베라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록산나가 지난 7월 가출을 하고 나서야 리베라와의 관계를 알게 됐습니다.
 
박병일 취파_640

 특히, 시코스키 부부는 록산나가 리베라와 성적인 관계까지 가진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록산나는 15살이기에, 부부는 경찰에 이런 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리베라와 함께 있던 록산나를 찾아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레베라는 록산나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는 한 계속 사랑을 지켜나가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은근히 그 방해꾼들이 없어져야만 자신들의 사랑이 지속될 수 있다고 압박했습니다. 실제로 리베라는 록산나에게 살해를 교사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록산나의 변호사에 따르면 리베라는 록산나가 남동생의 목을 찌르기 전 전화 문자로 ‘어떻게 동맥을 끊어야 하는지 알려줬다’는 겁니다.

앞서 얘기드린 대로 록산나는 폴란드에서 친부모로부터 받았던 학대 때문에 심한 우울증과 외상 스트레스 증후군을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으로 입양된 뒤 시코스키 부부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강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시코스키 부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록산나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아이였어요.” 그런 록산나에게 새로운 애착 대상이 나타난 겁니다. 이성에 눈을 뜨게 된 시점에서 23살 리베라의 달콤한 유혹은 애착의 대상을 시코스키 부부에게서 리베라로 옮겨가게 했던 겁니다. 그토록 애정을 갖고 대했던 시코스키 부부는 어느 순간 자신의 새로운 애착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됐던 겁니다. 부모와 형제가 없어진다면 온전히 리베라와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고 느꼈던 겁니다.
  
박병일 취파_640

록산나의 변호사는 록산나의 이런 정신적 문제를 들어 무죄를 주장하면서 10억 원의 보석금을 내겠다고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지금 록산나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과 치료이지 종신형이 아닙니다.” 변호사 인터뷰 내용입니다. 하지만 검사는 이 사건은 명백히 혐의가 인정되는 만큼 청소년 보호시설에 있다가 성년이 되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리베라는 현재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이 되면 31일 법정에서 예비 심문을 받게 됩니다. 록산나는 혐의가 인정되면 영원히 부모 형제들과 접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GPS 모니터를 달고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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