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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성수대교 붕괴 생존자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려요”

* 대담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 한수진/사회자:
20년 전 오늘 기억하십니까.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쯤이었습니다. 성수대교 상판이 뚝 끊어지면서 무너져 내렸습니다. 승합차 1대, 승용차 4대, 버스 1대가 다리와 함께 강바닥으로 추락하면서, 등굣길 여고생을 비롯해서 3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 사회 큰 충격을 준 사건이죠. 당시 천운으로 살아남은 생존자 역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처럼 대형사고가 많을 땐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합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생존자 한 분을 연결해서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당시 의경이었고요, 추락 이후 현장에서 곧바로 구조 활동에 나섰던 분입니다. 이경재 씨 나와 계십니까?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20년 전 의경이었으면 정확하게 몇 살에 이 일을 겪으신 거예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그 때가 22살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참 젊은 나이에 큰일을 겪으셨어요. 그런데 그날 어떤 일로 성수대교를 지나게 되셨어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그 날이 경찰의 날이죠, 딱 20년 전 오늘이거든요, 경찰의 날에 표창 받으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상 받으러 가는 길에 이런 변을 당한 거예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저희들도 이렇게 성수대교 사고가 일어난다고 생각 못 했죠, 지나가면서.

▷ 한수진/사회자:
동료들도 있으셨어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저 포함해서 11명이 표창 받으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당시 상황 기억하고 계세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저희 부대가 장안동에 있었고요. 대대가 개포동에 있었는데. 개포동에 표창 받으러 가는 길이었고. 평상시에도 좀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도 별 이상 없이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순식간에 일어났거든요. 저희들도 준비를 하고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많이 놀랐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도 다행히 강 위에 떠 있는 상태였나 봐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저희들은 정말 다행으로 다리 상판하고 같이 추락을 하게 됐거든요. 처음에는 저는 아스팔트가 약간 치솟는 느낌이 났었어요. 승합차 앞쪽에 타고 있다 보니까. 근데 그게 아스팔트가 치솟는 게 아니라 저희가 다리 아래쪽으로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 제가 운전병 보고 브레이크 잡으라고 소리를 질렀죠. 그 다음 제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추락하는 순간 정신을 잃으신 거예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다시 깨어나셨고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깨어났을 때는 굉장히 적막했었고요. 제 눈에 보이는 건 여기저기 비명소리, 그 다음 뒤집혀 있는 버스, 버스가 굉장히 납작해졌거든요. 그 안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중삼중으로 겹쳐있었어요. 굉장히 좀 끔찍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버스는 납작하게 크게 훼손된 상태였고, 사람들은 살려 달라고 소리 지르고?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여기저기서 정신없었습니다. 물에 떠내려가신 분들도 있었고요. 물에 떠내려가신 분도 구해야 했고. 그 다음에 버스 안에서도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고. 그리고 일반 승용차에서도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고. 저희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경재 씨와 동료들은 크게 다치지 않은 상황이었나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저희들은 상판과 함께 추락을 하다보니까 충격을 크게 받지 않았습니다, 큰 이상은 없었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구조에 나서셨고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웬만한 분은 저희들이 다 구조에 나섰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아비규환 같은 상황,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야말로 천운으로 살아남으셨는데, 정신적인 충격은 그 이후로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을 것 같아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20년이 지났는데요. 처음에는 그걸 생각을 안 하죠. 아마 잊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긴 생생한데.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한 5년 정도 지난 그 때부터는 그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면 굉장히 좀 두려워하고요.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다리를 건널 때는 좀 빨리 건너려고 하는 그런 운전습관이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한강다리 건널 때마다?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한강다리 뿐만 아니라 모든 다리가. 거기서 신호에 잡혀서 다리위에 있다고 하면 굉장히 도망쳐 나오고 싶어요, 그 다리에서.

▷ 한수진/사회자:
막 불안해지는 군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그리고 최근에는 제가 동대문 쇼핑몰 쪽에 한번 갔었는데요. 같이 간 사람은 못 느꼈다는데 저는 느꼈거든요, 건물이 흔들리는걸, 그 지하에서. 그래서 혼자 뛰쳐나온 적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는 걸 느낄 때도 있고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때는.

▷ 한수진/사회자:
순간순간 그런 불안감이 막 드는군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언제 느낀다고 할 수 없고요, 순간순간요. 제가 다른 분들보다 그런 거 느끼는 게 민감한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다른 동료 분들은 어떠세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저하고 비슷하게 이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동료들이 있더라고요. 어떤 동료는 버스에서 잠들어도 다리만 지나가면 깬다고 하더라고요. 몇몇 대원들이 지금 겪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는 거죠.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들 다들 힘들게, 그렇게 잊으려고 했는데, 잊어지지 않고 말이죠.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잊어지지 않죠, 네.

▷ 한수진/사회자:
어떤 치료 같은 건 받으신 적 없으셨어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아직까지 한 번도 치료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냥 그 힘든 시간을 그냥 고스란히 견디신 거구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외상도 아니고요. 이건 혼자, 혼자 계속 이겨내고 있는 겁니다, 누구한테 이야기도 못 하고.

▷ 한수진/사회자:
그때는 트라우마, 이런 개념이나 인식도 없었던 때죠?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맞습니다, 그 때는.

▷ 한수진/사회자:
주변 사람들은 어때요, 이경재 씨의 그런 행동을 잘 이해는 해주고 계시나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제가 성수대교에서 사고 당한 사람이라고 모르는 분들은, 왜 그러느냐고, 제가 긴장한 모습 보고 많이 놀라죠. 근데 아시는 분들은 이해를 하시는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그럴 수밖에 없겠다, 그런 일 겪으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겠다하는 생각을 하시는군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빌딩 뛰쳐나갔을 때는 굉장히 심각하게 봤나 봐요, 저를요.

▷ 한수진/사회자:
네, 세월호 참사 비롯해서 올해 참 사건사고가 많았잖아요. 그래서 대형참사를 겪은 분들은 이런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면 더 힘들다고 하잖아
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네, 처음이라 그분들도 큰 사고를 당하셨던 거니까, 저하고 비슷할 거 같아요. 자꾸 잊으려고 할 거예요. 그렇다 보니까 지금은 못 느껴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마 똑같은 그런 트라우마를 겪을 겁니다, 제가 100% 장담할 수 있어요, 그건.

▷ 한수진/사회자:
자꾸만 이런 사고가 반복이 되는데 어떤 생각이 드세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인명사고거든요, 안타깝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계속 큰 사고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국민 하나하나가 안전의식을 좀 느껴주고...

▷ 한수진/사회자:
세월호 희생자들이 그러잖아요.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게 두렵다... 어떤가요, 시간 지나면 다들 잊어버리는 거, 이게 문제일까요?

▶ 이경재 씨(성수대교 참사 생존자):
저희들 같은 경우도 성수대교든 대구 지하철이든 환풍구이든 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습니까? 그 때만 잠깐 기억을 하시고요, 사람들 기억 속에는 잊혀져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사고 당사자들은 절대 그걸 잊지 못하거든요. 이번에도 세월호 사고 같은 경우는 끝까지 어쨌든 진실도 밝히셔야 할 것 같고, 지금 목소리를 안 내면 나중은 없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노력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20년 전 성수대교 생존자, 이경재 씨와 말씀 나눴습니다.

▶ [8시 뉴스] 성수대교 참사 20년…붕괴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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