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일본 군사대국화의 기반, '방위대학교'를 가다

도쿄에서 차를 타고 1시간 반쯤 가면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로 유명한 요코스카 기지가 있습니다. 이 곳에는 우리 해군의 함대사령부 비슷한 '요코스카 지방대'라는 해상 자위대 기지가 있습니다. 그 옆에 일본 방위대학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육.해.공 사관학교가 있는데,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일본 방위대학교입니다. 다만 1학년 때는 통합 교육을 하고 2학년 때 희망과 성적에 따라 육.해.공으로 나뉩니다. 1952년 창설 당시, 요시다 시게루 총리는 '3군을 분리한 사관학교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고, 그래서 통합교육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해군은 바다를 향해 동남아 쪽으로 진출하자고 주장했고, 육군은 만주를 지나 시베리아로 진군할 것을 주장했는데 이 의견 차가 너무 커서 병력 운용에 크게 실패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보입니다.

방위대학교 교장은 순수한 민간인입니다. 지금은 '고쿠분 료세이'라는 게이오대학교 명예교수가 교장을 맡고 있고 부교장은 재무부 출신의 관료가 맡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아직 자위대원을 '군인'이라기보다는 '공무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관학교의 '3금 정책(술, 담배, 이성교제)'은 적용하지 않습니다. 술은 금지이지만 학교 밖 이성교제는 허용하고, 담배는 지정된 장소라면 피워도 됩니다. 직업학교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교육에 임하는 생도들 자세는 우리나라 사관생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직업학교라는 인식 때문에 더 매달릴 수도 있습니다.

일본 자위대원은 육상자위대 15만, 해공군 자위대가 각각 3만명, 군무원 1만명 등 대략 22만명에서 23만명 사이를 유지합니다. 우리나라가 65만명, 중국이 2백만명의 군사력을 갖고 있는데 비하면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모병제 국가인만큼, 자위대원은 부사관, 장교 직위에 있는 군 간부들입니다. 이게 무섭습니다.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 이들은 모두 군 간부 역할을 하고 일반 청년들이 병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00만 대군을 금방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부사관 포함 군 간부가 18만 7천명 정도입니다. 오히려 우리보다 일본 자위대 간부 수가 더 많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군대 내 폭행의 이유에 대해 한 군사전문가는 '간부 부족'이 부른 필연적 결과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간부가 해야할 일을 병사들에게 맡기다보니 폭력이나 강압적 지배 문화가 없어질 수 없다는 거죠.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었는데, 일본은 그런 면에서 언제든 대군을 운용할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국방 예산만 봐도, 우리나라 국방 예산이 한해 35~36조원인데 비해, 일본은 49조원에 이릅니다. 겉으로 보기에만 군인이 아닌 공무원, 20만명을 겨우 넘을 병력이지만, 사실상 투입되는 돈이나 병력의 질을 따져놓고 보면 군사대국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1년에 480명 내외를 선발하는데 모두 국비로 지원해 양성합니다. 4년 교육을 받은 뒤 다시 1년간 간부교육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소위'로 임관합니다. 월급은 소위기준 20만엔, 우리돈 200만원 정도니까 많은 편은 아닙니다. 

예전에 자위대 입대 자원은 질이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범죄를 저지르고 어쩔 수 없이 면피를 하기 위해 입대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도 야쿠자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조직이라는 평판까지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자위대원에 관한 드라마가 크게 히트하면서 지원자가 몰리는 바람에 문과는 80대 1, 이과는 40대 1이란 경이적인 경쟁률 기록을 세웠습니다. 우리나라는 사관학교 경쟁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 뉴스를 자주 접하는 와중에 일본 방위대학교의 실상을 취재하다보니 '두려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