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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적도를 떠나는 물고기

[취재파일] 적도를 떠나는 물고기
"살아있는 국산 명태를 가져오면 50만 원, 죽은 명태를 가져와도 5만 원을 드립니다."

국산 명태에 현상금이 걸렸다. 국산 명태 대를 이을 수정란을 구하기 위해서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산 명태 되살리기 프로젝트’ 중 일부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에서 잡힌 명태는 연간 7만 톤이 넘었다. 1990년대부터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명태 어획량이 연간 100톤 미만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한해에 1톤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 어획량이 뚝 떨어지면서 최근 동해 전체 어획량 가운데 명태가 차지하는 비율은 ‘0’%다. 1990년대부터 어획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전체 어획량 가운데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오징어와는 정반대다(그림 참고).

취파
<연도별 동해 명태와 오징어 어획량 비율(%),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에서 한류성 어종인 명태 어획량이 급감하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 어획량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온난화다.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한반도 주변 해양에서 어종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동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양생물이 육상생물보다도 빠르게 고위도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와 미국, 영국, 독일, 덴마크,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1950년부터 2009년까지 50년 동안 기후변화가 해양 생물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논문 208편을 종합 분석했다(Poloczanska et al, 2013). 208편의 논문에서는 세계 1,735 지점에서 모두 857개 어종의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온난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빠르게 이동하는 어종의 경우 평균적으로 10년에 72km씩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육상생물이 평균적으로 10년에 6.1km씩 고위도로 이동한 것과 비교하면 해양생물이 10배 이상 빠르게 고위도로 이동한 것이다. 특히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10년에 469.9km, 무척추 동물성 플랑크톤은 10년에 142.1km씩 고위도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살기가 어려워진 것도 이유겠지만 먹이인 플랑크톤이 빠르게 고위도로 이동하면서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다른 생물도 먹이를 따라 연쇄적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뼈가 단단한 대부분의 어류는 10년에 277.5km씩 고위도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명태가 다른 어종과 비슷한 속도로 고위도로 이동했다고 보면 90년대부터 지난 20여 년 동안 적어도 500km이상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해에서 명태를 잡을 수 없고 대신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느리게 아주 서서히 고위도로 이동행렬의 마지막 열차를 타는 어종은 평균적으로 10년에 15.4km씩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각종 어류가 고위도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21세기에는 각 지역별로 어종이나 어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계속해서 진행될 경우 21세기말 해수면 온도는 1986~2005년 평균 해수면 온도보다 3도는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더라도 21세기말 해수면 온도는 지금보다 평균 1도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캐나다와 영국 공동연구팀이 기후변화가 해양 어종 분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분석했다(Jones and Cheung, 2014). 분석결과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해양 생물은 10년에 평균 25.6km씩 고위도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됐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10년에 평균 15.5km씩 고위도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됐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은 어종이 더욱 풍부해지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2050년까지 북위 약 60도 이상에서는 위도가 1도 높아질 때마다 4종의 물고기가 늘어나고 남위 60도 이상에서도 위도 1도씩 극에 다가갈수록 3종의 물고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예를 들어 위도가 60도보다 10도 높은 70도인 지역은 21세기 중반까지 어종이 30~40종 늘어난다는 뜻이다.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올라가는 것이다. 해양 생태계에 새로운 경쟁이 생기겠지만 극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적도지역이다. 각종 해양 생물이 점점 고위도로 이동하면서 적도지역은 멸종 아닌 멸종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실제로 21세기에는 적도를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 위도 10도 이내의 해양에서는 위도가 1도 높아질 때마나 평균적으로 13종의 물고기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수백 종의 어류가 적도 해양을 떠나는 것이다. 다음 그림은 2050년까지 20%이상의 어종이 감소하는 지역을 나타낸 것으로 적도지역에서 어종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Jones and Cheung, 2014).

취파
<2050년까지 어종이 20%이상 감소하는 지역>

적도지역에서 어종이 줄어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어종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어장에 큰 변화가 생기고 결국은 어업과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많은 어종이 사라지면서 열대지역에서는 식량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열대지역에서는 해산물이 식량자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이 줄어들 경우 영양 섭취가 줄어들어 건강까지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가장 크게 올라가는 지역은 열대지역이다. 열대지역은 폭염과 폭우 등 각종 재해가 가장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지역이다. 기상재해와 해양 식량 자원 감소, 영양 부족, 그리고 건강 문제까지 열대지역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문헌>

* Poloczanska, E.-S. et al, 2013:Global imprint of climate change on marine life, Nature Climate Change. doi: 10.1038/nclimate1958

* Jones, M. and W. Cheung, 2014: Multi-model ensemble projections of climate change effects on global marine biodiversity. ICES Journal of Marine Science, doi: 10.1093/icesjms/fsu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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