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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은행에서 자산운용사로'…수상한 인력 교류

[취재파일] '은행에서 자산운용사로'…수상한 인력 교류
자격이 없는 사람이 투자자들의 돈을 운용했다는 의혹, 또 펀드 운용과정에서 투자자의 투자금을 가로챘다는 의혹으로 자산운용사 직원들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 지난번에 전해드렸습니다. ( ▶기사보러가기)

오늘 전해드릴 이야기는 현재 피소된 사건의 방아쇠 역할을 한 H 투자회사와 신한 BNP의 계약해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정확히는 신한 BNP가 설정한 펀드와 신한 BNP사이의 계약해지였지만, 추가 설정한 펀드의 투자자는 H사가 유일했기 때문에 H사와 계약을 해지했다고 여기서는 표현합니다.) 계약해지는 지난 기사의 말미에서 전해드린 것처럼 신한은행 직원인 D씨가 신한 BNP 펀드 운용팀장으로 자리에 옮긴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 신한 BNP와 신한은행 간의 수상한 인력 교류

신한은행 직원이던 D씨는 2011년 12월 말 신한 BNP 부동산 펀드 운용팀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는 은행에서 신한 BNP가 설정한 부동산 펀드를 담당하는 직원이었습니다. 앞서 전해드렸던 것처럼 신한은행은 신한 BNP가 설정한 부동산 펀드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는데, 결국 펀드 투자자인 은행의 담당 직원이 직접 투자금을 운용하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 겁니다. D씨와 함께 E씨도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기는데, 역시 은행에서 부동산펀드를 담당했던 직원이었습니다.

이들은 왜 신한 BNP로 이직한 걸까요? 그리고 그 시점은 왜 하필 2011년 12월 말이었을까요?

● 대형 로펌 등의 임대확정 백조로 변한 S 빌딩

갈등의 중심에 있는 S 빌딩은 2011년 6월 준공됩니다. 그런데 준공 때까지만 해도 빌딩 임차 계약은 전혀 체결하지 못했습니다. 빌딩 인수 계약을 맺었던 H사는 잔금 지급을 못 해 펀드를 추가로 설정하지만 결국 실패해 다시 빌딩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제3자 매각을 추진합니다.

그런데 10월 이후 빌딩 임대는 속도를 냅니다. 국내 대형 로펌이 임대를 확정했고,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도 S 빌딩에 들어오는 것이 결정됩니다. 미운 오리새끼였던 S 빌딩이 백조로 변한 겁니다.

● 투자자 설명회 전날 모인 신한은행과 신한 BNP

신한 BNP는 12월 초, 펀드 투자자 설명회를 갖습니다. 그런데 하루 전, 펀드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신한은행과 별도 회의를 갖습니다. 신한 BNP 직원이 회의 이후 경영진에게 보낸 메일에 따르면, 은행 측의 H사와의 계약시 계약금을 몰취하고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신한 BNP 측은 매도 당시 빌딩 인수자로 나선 곳이 한 곳 밖에 없어서 손해배상조항을 넣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답합니다. 매수자 우위 계약이었다 보니 자산운용사 측에 유리한 몰취 조항, 즉 일방적 계약해지 조항을 넣지 못 했다는 겁니다.

● "H사의 권한 배제해 달라" D씨의 이직

그리고 다음날 열린 투자자 설명회. 신한 BNP 직원은 은행과 부동산 펀드 투자자들이 S 빌딩을 제 3자에 매각할 때 H사의 권한을 완전히 배제시켜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경영진에 보고합니다. 당시 S 빌딩의 인수 권한, 일종의 처분권은 H사가 가지고 있었는데, 제 3자에게 매각할 때는 이런 권한을 없애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이런 요청이 있은 지 20여 일 후인 12월 말, 신한은행 직원이던 D씨와 E씨가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리고 D씨는 이직 다음 달인 재작년 1월 H사와의 빌딩 인수지위 이전 계약의 해지를 주도합니다. 그리고 H사가 낸 투자금은 돌려주지 않는데, 잔금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많은 손해를 봤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사실상 계약금을 몰취하고, 계약을 해지한 겁니다. 그 결과 S 빌딩 매각시 은행 등이 투자한 기존 부동산 펀드가 매각의 주체가 될 수 있게 됐는데, 사실상 20여 일 전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한 겁니다.

● 배임 혐의로 수사 중인 D씨 “일반적인 인력 교류였다”

현재 D씨는 배임 혐의 등으로 피소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H사와의 계약에 몰취 조항이 없는데도 계약을 해지한 뒤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전임 팀장인 B씨와 함께 자산운용인력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태에서 펀드 운용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왜 D씨와 E씨는 잔금 지급 문제로 펀드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던, 그리고 은행 등 기존 펀드 투자자들이 빌딩 재매각시 H사의 권한을 배제해달라고 요청한 이후인 재작년 12월 말 신한 BNP로 이직한 것일까요?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자리를 옮겨왔던 것은 아닐까요?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그룹 차원의 일반적인 인력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D씨와 E씨가 자리를 옮긴 것이라고 말합니다. 계열사들이 인력이 필요하면 지주사를 통해서 인력 필요 공고를 내게 되는데 D씨와 E씨도 신한 BNP의 인력 요청에 따라 자리를 옮긴 것이라는 겁니다. 신한 BNP도 부동산 관련 인력 충원 차원에서 D씨를 스카우트 해왔다고 말합니다.

● 원 포인트 인사의 이유는?

그런데 석연찮은 점이 있습니다. 은행 측 설명에 따르면 계열사 간 인력교류는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대개 그룹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은행 직원들이 다른 계열사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1년 12월, 인력 교류로 은행에서 다른 계열사로 옮긴 사람은 D씨와 E씨 뿐이었습니다. 이때를 제외하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인력교류로 자리를 옮겼던 것과 비교하면, 2011년 12월에는 사실상 원 포인트 인사가 이뤄졌던 겁니다.
 
특히, D씨와 E씨의 이직은 은행에서 특정 펀드를 담당했던 직원이 그 펀드를 운용하는 계열사의 특정팀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인사의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이런 형태의 인력교류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는 원 소속 회사의 입김이 이직하는 직원들에게 작용한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중요시하는 금융회사가 왜 의심을 자초하는 인사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D씨와 E씨에게 펀드 투자와 관련해 지시를 한 적은 결코 없다며, D씨와 E씨의 이직은 본인 의사를 존중한 인력 교류였다고 밝혔습니다. 신한 BNP도 펀드 운용을 특정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운용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 은행으로 승진해 다시 돌아온 D씨

현재 D씨는 신한은행으로 복직해 있는 상태입니다. 이직하기 전 차장이던 직급은 현재 부부장으로 한 단계 올랐습니다. 복직에 대해 은행 측은 인력교류는 대개 2년 근무 후 돌아오는 조건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D씨 역시 그런 경우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복직이 예정된 사람이 원 소속 회사의 입김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지만, D씨는 사실상의 계약금 몰취와 계약 해지에 대해 본인 판단에 따라 이행한 것이라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사의 투자자 측은 신한 BNP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자신들을 속이고, 법을 어겨 자신들의 투자금을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신한 BNP 측은 계약 해지 이후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줬고, 해당 부분을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까지 했다며 H사 투자자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결국 수사당국의 수사로 해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갈등은 이전에 봉합되거나 조정될 수도 있었습니다. 금감원의 감사를 통해서였습니다. 하지만, H사 투자자들은 금감원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신들의 피해가 구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감사를 진행했던 금감원 직원 한 명은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다른 직원들로까지 수사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내용은 다음 편에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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