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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도 이해 안 돼" 너무 어려운 '꽈배기' 판결문

<앵커>

우리 법원의 판결문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가끔 이게 우리 말 맞나 싶은 경우도 많습니다. 하도 어려워서 시루떡, 꽈배기 이렇게 비꼬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김요한 기자가 실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자>

성인 남녀 15명에게 판결문을 나눠줬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단어나 이해가 안 되는 표현에 빨간 줄을 그어보라고 했습니다.

7~8장짜리 판결문이 빨간 줄투성이입니다.

[송지민/서울 양천구 : (몇 퍼센트나 이해하셨어요?) 한 절반도 채 안 되는 거 같아요.]

시루떡과 꽈배기, 어려운 판결문을 비꼬는 표현들입니다.

시루떡 문장은 여러 문장을 켜켜이 쌓아서 꼭 시루떡 같다고 해서 붙여진 말입니다.

판결문 하나 보실까요.

이게 한 문장입니다.

무려 26줄이나 됩니다.

있었는데, 하였고, 하였으며, 되었고, 무려 16문장을 한 문장에 합쳐 놓았습니다.

다음으로는 꽈배기처럼 문장을 꽈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해석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회사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냥 쉽게 말하면 회사 책임이라는 뜻입니다.

"불상의 방법, 위법성 조각, 가납을 명한다, 주장은 이유없다" 처럼 어려운 한자어나 상투적인 표현들도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이렇게 판결문이 어렵고 복잡한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23년 동안 판결문을 썼던 판사 출신 변호사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이홍철/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 판결문을 쓰는 판사의 머릿속에는 이 판결문은 상급심 판사가 본다는 생각이 있고, 거기에 중점이 두어져 있을 뿐이지 국민들이 보는 판결문이다는 생각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법률 용어가 아닌데도 어려운 표현을 쓰는 것은 법관의 잘못된 인식과 습관일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이건범/한글문화연대 : 오히려 쉬운 말로 국민들에게 판결문을 쓸 때, 그럴 때 국민들도 더 사법부를 믿게 되고 사법부의 권위도 더 올라갈 거라고 봅니다.]

법원은 꽤 오랜 기간 판결문을 쉽게 쓰기 위한 연구와 교육을 해 왔지만 관행으로 자리 잡은 어려운 판결문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관들부터 나서서 간결하고 쉬운 판결문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우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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