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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어려워요' 다문화 가족 '불안증' 심각

<앵커>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 인구가 3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중에 10만 명은 어린입니다. 그런데 이런 다문화 가족 상당수가 지금 심각한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히 언어가 잘 안 통하는 게 문제입니다. 일상의 불편은 물론이고 부모와 자녀 간의 교감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뉴스인 뉴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

응우옌티느엉씨는 한국인과 결혼해 아들 현수를 낳은 지 2년이 됐지만 아직 우리말이 서툽니다.

[(우리말 배운 지 얼마나 되셨어요?) 만화 보고서 (배웠습니다.) 2년 정도 잘 모르겠어요.]

이러다 보니 현수도 엄마가 베트남 말을 할 때 더 빨리 반응합니다.

의사소통이 어렵다 보니 현수가 방광염으로 고열이 났을 때 주변 도움을 받지 못해 병원에 늦게 도착했고 결국 염증이 콩팥까지 퍼져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김수연/경희대병원 사회복지사 : 통역을 해 줄 만한 친구랑 연락이 안 닿으면 이제 119에 전화조차 혼자 못하는 거죠.]

한 여성에게 심장 박동수와 혈압 측정계를 부착하고 우리 말로 대화를 하다가 영어로 말하게 했습니다.

불편한 언어사용에 따른 부담감에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117이었던 수축기 혈압은 151까지 치솟았습니다.

[문희진/실험 참가자 : 혈압이 올라가는지 확 오지는 않았지만, 약간 덥게 느껴지고 머리 쪽으로 열이 확 올라가는 느낌을 조금 받았어요.]

한양대와 서울대 공동 연구결과를 보면 다문화 가정의 여성과 자녀는 이런 불안지수가 비다문화 가정보다 3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주희/다문화 여성 봉사자 : 준비물도 많았고 애들 숙제도 너무 많아요. 그래서 엄마들이 이걸 못 도와줘요. (아버지들도) 교육을 많이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돕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자녀의 불안지수가 어머니보다 더 높았습니다.

[반건호/경희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언어가 안 되면 일단 또래 관계가 형성이 안 되니까요. 학교에서 교실에서 살아남기가 어렵죠. 학습의 문제가 따라올 수밖에 없고요.]

엄마의 모국어 대신, 서툰 우리말로만 아이와 대화하라고 권유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화로 만들어지는 엄마와 아이의 애착 관계가 미흡해 아이의 정신발달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선혜/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논문 저자 : 모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아이와 엄마의 관계가 잘 형성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회적인 어떤 시스템 안에서 한국어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답이 아닌가 생각을.]

다문화 가정의 이재린 양은 학교에서 회장을 맡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적응력이 좋습니다.

[이재린/초등학교 6학년 : 1학년 때 선생님이 방과 후에 우리말을 가르쳐주었어요. 1학년 동안 계속 남아서 공부했어요.]

이 어린이처럼 다문화 가족 어린이에게 우리말을 충실하게 배울 기회를 주는 일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양두원,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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