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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된 치킨 팔아도 합법?…이상한 '유통기한'

<앵커>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들이 간단하게 가공돼서 시중에 다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허술한 유통기한 규정 때문에 단속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냉동식품을 만드는 공장에 화물차 한 대가 들어갑니다.

짐칸에는 어찌 된 일인지 다른 회사에서 이미 만든 냉동 치킨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직원들은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제품 포장지를 벗겨 쓰레기장에 버리기 바쁩니다.

다른 회사의 제품으로 무슨 작업을 하는 걸까?

의심스러운 작업의 실체를 한 직원의 제보로 확인했습니다.

[식품업체 관계자 : 가공일 2012년 8월 31일, 유통기한이 2014년 8월 31일까지. 이거(오래된 치킨)를 뜯으라고 했어요. 바깥에서는 막 그걸 튀겨요. 다시 여기다가 (새 포장지) 넣었다고요. 그리고 유통기한을 찍었다고, 2015년 (8월로).]

믿기 어려운 제보에 관할 시청이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조금 전 들어온 다른 회사의 냉동 치킨 포장을 하나하나 벗겨내던 직원들이 당황합니다.

[시청 위생 단속과에서 나왔습니다.]

제품을 확인해보니 이 많은 치킨이 하나같이 유통기한은 딱 3일 남았습니다.

[(이게 어떤 작업이죠, 이게?) 유통기한이 다 돼서 폐기하는 겁니다. (왜 다른 회사 걸 가져와서 여기서 폐기를 하는 거죠? 난 이상하네 그게.)]

하지만 조리대에는 이 오래된 냉동 치킨을 튀기다 황급히 중단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색깔만 입혀서 다시 튀긴거 아니에요, 이거?)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이렇게 튀겨진 치킨은 새 포장지에 다시 포장돼 바로 옆 냉동창고에 쌓여 출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뀐 새 포장지를 보니 유통기한이 2015년, 내년까지로 늘어났습니다.

취재진이 다녀간 뒤 업체 사장은 튀기고 재포장해 유통기한을 늘려 내다 팔려 했다고 시인했습니다.

[식품회사 사장 : (직원들이) 불필요하게 거짓말을 해서요. 그 제품(폐기 직전 치킨)을 원료로 사용해서 저희가 새 제품을 만드는데…]

단속반은 오래된 냉동 치킨에 더이상 손을 못 대도록 봉인 테이프를 붙이고 행정처분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검토 결과는 문제없음이었습니다.

봉인 테이프까지 풀어줘 모두 시중에 유통됐습니다.

[단속 공무원 : ((2년 된 치킨에) 봉인 테이프 붙인 건 어떻게 됐나요?) 다 풀어줬어요. (유통을 막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검토해 봤지만 방법이 없더라고요.]

유통 기한 규정에 구멍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제품은 2년 전에 만들어진 닭 튀김으로 내일이면 유통기한이 끝나는 재고품입니다.

그리고 이쪽에 있는 이것은 오늘 새로 만들어졌다라는 닭 튀김인데 유통기한이 내년까지입니다.

만약에 여기 이 재고품을 하나 꺼내서 이쪽 새로 만들어진 제품에다가 그냥 넣어서 팔면 이건 엄연한 불법입니다.

그런데 여기 이 제품 하나를 꺼내서 살짝 튀긴 다음에 새 봉투에 포장을 해서 팔게되면 이건 합법적으로 유통기한을 내년까지 1년 연장해서 판매를 할 수가 있습니다.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은 완제품이 제조된 그 시점부터 계산이 되는데, 거기에 들어간 원재료 하나하나의 유통기한은 별도로 규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처럼 유통기한이 끝나기 직전의 제품도 '원재료'로만 쓰이면 다시 가공해서 얼마든지 유통할 수 있는 겁니다.

이 업체가 제조한 냉동식품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뷔페 레스토랑과 학교 급식, 온라인 쇼핑몰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팔려나갔습니다.

이런 식으로 유통되는 식품은 냉동 치킨만이 아닙니다.

[업체 관계자 : 놀이동산 이런 데 가면 핫도그 있잖아요. 그 안에 후랑크 소시지 유통기한이 3개월짜리다 할 때, 그 소시지를 가져다 피를 입혀서 튀겨내면 유통기한이 9개월씩으로 느는 거죠.]

[이근택/강릉원주대학교 식품가공유통학과 교수 : (튀김 제품이 오래되면) 산소와 접하면서 지방 산화에 의한 산패(가 진행돼서) 건강에 굉장히 나쁘거든요. 이런 제품들을 규제할 수 있는 정확한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네요.]

하지만 감독을 맡은 식약처는 이렇게 시한 규정이 악용되는 실태는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원재료에 일일이 유통기한을 정할 수는 없다고 해명만 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희, VJ : 유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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