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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구나 '사고', '타는' KTX 장애인 할인표

KTX를 이용할 때 장애인들은 장애등급에 따라 30~50%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좋은 취지의 제도지만 운영상 두 가지 허점이 있어 악용되고 있습니다.

첫째로 창구가 아닌 발권기나 앱을 통해 살 때는 장애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둘째로는 열차 안에서도 검표할 때 장애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제 이런 내용으로 8뉴스 (아무나 살 수 있는 KTX 장애인 할인표…검사 허술)에서 보도하고 난 뒤 코레일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철도마니아에 코레일 직원분이 제 기사에 대한 반박 글을 올리셨습니다. ‘악질적인 왜곡’이라는 겁니다. 

그 분의 얘기는 자동발권기에서 산 표가 아니라 이미 창구에서 장애인 신분을 확인하고 산 표로 KTX열차를 탔으니 당연히 승무원이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방송기사의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다 보면 중간과정을 생략하기도 합니다. 실제 이번 기사에서도 제가 자동발권기로 표를 구매한 뒤 바로 장애인과 동행 취재한 내용으로 넘어가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기자의 불찰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창구에서 장애인 신분을 확인한 할인표는 객차에서 검사할 필요가 없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기사를 위해서 저는 총 3번 KTX를 탔습니다.

처음에는 저와 영상을 찍는 VJ가 자동발권기에서 서울에서 광명가는 KTX표를 끊었습니다. 일반표 2장과 장애인 할인표 한 장을 샀습니다. 2명이서 3명분의 표를 산 겁니다. 그리고 일반좌석을 비워두고 장애인석에 앉아서 가봤습니다. 광명까지 가는 동안 승무원이 한 번 지나갔지만 검표는 하지 않았습니다.

광명까지 간 시간이 짧아서 승무원이 검표를 할 틈이 없었나 하는 생각에 광명에 내려 대전까지 다시 갔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자동발권기에서 표를 사서 장애인석에 앉아갔습니다.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승무원이 객실에 인사를 하고 들어왔지만 아무런 검사 없이 저희를 지나쳐 갔습니다. 자동발권기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표를 사서 또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종착역까지 도착한 겁니다.

문제는 KTX 구매비율의 40%를 차지하는 앱과 20%를 차지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아무나 장애인 할인표를 살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저희가 앱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산 장애인 할인표로 KTX를 타보지는 않았지만, 과연 객차에서 검표가 이뤄질 지 의문입니다.

취재는 계속됐습니다. 이번에는 겉으로는 장애가 드러나지 않는 장애인 한 분을 모시고 서울역으로 향했습니다. 창구에서 대전행 장애인 할인표를 달라고 했습니다. 직원에게 복지카드를 보여주고 나서야 대전까지 가는 KTX 할인표를 살 수 있었습니다.

열차를 타자 이번에도 승무원이 저희를 그냥 지나쳐갔습니다. 다른 객차로 넘어가는 승무원을 쫓아가 물었습니다. 장애인 할인표로 타면 검사를 하느냐고 묻자 승무원은 PDA단말기에 할인표 좌석 구분이 뜨기 때문에 그 좌석은 전부 검사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창구에서 구매할 때 신분을 확인하더라고 그 표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어서 객차 에서 다시 검사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 대답은 매뉴얼일 뿐 실제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 곳곳에서는 ‘복지카드가 있는 사람이 대신 사준 표로 KTX를 타도 걸리지 않느냐’는 질문이 쉽게 눈에 띕니다. 창구에서 확인을 하더라도 객차 내에서 다시 검사를 할 필요성이 있는 겁니다.

‘여객 운송약관  제13조 4항.
철도공사는 예약한 승차권, 운임을 할인(무임 포함)하는 승차권 등은 대상자임을 확인한 후 발권한다.’


이 문제는 결국 코레일이 자신들이 정해놓은 ‘규정’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비롯된 겁니다. 코레일은 현재 부채가 17조가 넘습니다. 지난 8월에는 부채를 줄이겠다며 역방향 할인,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해주던 주중할인 등을 없애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구멍 난 독에 물이 찰 리 없습니다.

각종 할인 혜택을 없애기 전에 물이 새는 곳부터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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