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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년 후 보조금 상한 없앤다? 정말일까?

단통법 이후, 이제는 요금을 내려야

[취재파일] 3년 후 보조금 상한 없앤다? 정말일까?
단통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미래부와 방통위가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단통법의 핵심이었던 보조금 상한선을 3년 동안만 유지하고 이후에는 시장경제에 맡기겠다는 내용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정확한 문구는 이렇습니다.

지원금 상한액은 과도한 지원금을 통한 경쟁을 지양하고 지원금에 소요되는 재원으로 투자를 확대하거나 요금을 인하하여 이용자의 후생을 증가시키기 위해 설정됐다.

상한규제는 이러한 경쟁구조 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이후에는 지원금 지급 규모에 한도를 두지 않고 시장경제에 맡길 예정이다.


 
이 문장에서 이미 미래부와 방통위도 두 가지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보조금 상한선을 관료들이 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것이다.
2. 투자확대와 요금인하라는 이유는 있지만, 어쨌든 단통법은 통신사에게 재원을 확보해주려고 했던 것이다.


지난 번 제가 취재파일( '스마트폰 보조금 30만 원', 무슨 근거로 정했나?)로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데, 결국 단통법이 통신사에게 더 많은 수익을 올려줄 것이란 점과 상한선을 정한 것도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자인한 셈입니다. 또  요금은 어떻게 내리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대답도 여론이 안 좋아지자 내놓은 것일 뿐, 방통위와 미래부, 통신사는 3년 뒤에도 지금의 단통법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들 것이란 생각입니다. 단통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왜 이런 형태가 됐는지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단통법


○ 지금의 통신사, 보조금 경쟁 하기 싫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동통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06년 4천만명이었던 가입자는 매년 2,3백만명씩 늘었습니다. 여기에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싼 요금에서 더 비싼 요금제로 변화도 있었습니다. 통신사들이 앞다퉈 보조금을 풀어서 손님을 끌어올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제 가입자 수가 5천 4백만까지 치솟았고, 스마트폰 보급도 끝났습니다. 보조금을 뿌려봐야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는 게 아니라 서로 사람을 뺏을 뿐입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되죠. "우리끼리 안 싸우고 그냥 나눠먹는게 더 남는 장사 아닐까?" 하고 말이죠.

전에 취재파일에서 설명드린대로,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납니다. 그러니까 각자 어장에 고기 가두듯, 한 전화기를 오래 쓰도록 보조금 덜 주고 각종 위약금을 물리면서, 더 비싼 요금제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된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보조금 규제를 맞고 영업정지를 당하는걸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남습니다. 셋이 보조금을 얼마까지만 주기로 합의하면 법적으로 담합이 되는거죠. 과징금을 물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단통법'이라는 법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담합이 아니고 법을 지키는 것이 되니까 말이죠. 반대하는 쪽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이다"라고 말하는데, 감히 반대를 이어가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단통법은 통과됐습니다.


단통법

○ 앞으로의 통신사, 더 요금을 받아내겠다

통신사들이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잇따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보조금을 줄인 만큼 절약한 마케팅비로 요금을 내릴거냐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요금을 내리겠다고 대답한 통신사는 한 곳도 없습니다. 대신 이런 저런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큰 돈 들지 않는 생색내기 수준입니다.

통신사들의 앞으로 행보는 전화기는 못 바꾸게 막고 요금은 더 비싸게 내도록 만들 겁니다. 최고 월 9만원에 달하는 고가요금제에 들어야만 보조금을, 그것도 전보다 훨씬 줄어든 돈을 주겠다고 유혹합니다. SKT의 최근 광고를 보면 "요금제가 얼마냐"고 묻는 질문에 "뭘 그런걸 귀찮게 따지고 사느냐"고 되묻습니다. 요금 따지지 말고 그냥 쓰라고 주문을 거는거죠.

단통법

○ 3년 뒤에는 그러면?

이대로라면 통신사들은 3년 동안 큰 돈을 벌어들일 겁니다. 요금은 내리지 않고 이런 저런 조삼모사식 서비스만 새로 제공합니다. 소비자들이 그동안 적응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사그라들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관료들도 어렵사리 쥔 규제권한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고개를 숙였던 오늘 자료와 달리, 보조금 규제를 풀면 시장 혼란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일 겁니다.

만약 언론들이 이런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이 주장들을 실어나르는 수준에 그친다면, 결국 3년 뒤에도 지금 제도 그대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통법

○ 통신사에 요금 내리기 경쟁 시켜야

그동안 보조금 경쟁이 일부 소비자에게만 이득이 됐다는 지적은 백 번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난 취재파일에서도 보조금 한도는 통신사가 정해서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도록 한 뒤에, 관료들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만 감독하는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법은 내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고, 관료들은 3년 뒤에나 생각해보겠다는 답을 남겼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거의 대부분 단말기의 실제 구매 가격이 올라갑니다. 15개월 지난 전화기는 보조금을 무제한 풀 수 있지만, 앞에서 설명한 이유대로 통신사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요금도 내리지 않을 겁니다. 큰 돈을 벌게 되겠죠.
단통법

이제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해법은 미래부-방통위가 오늘 '단통법의 목적'이라고 밝혔듯이, 통신사가 벌어들인 돈으로 요금을 내리도록 만들면 됩니다. 대통령 대선 공약을 실천하는 가장 빠른 길이고, 5천 4백만 이동통신 이용자가 차별받지 않고 이득을 얻는 방법입니다.

지금도 통신사들은 요금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버티고 있습니다. 다행히 3사 모두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4분기 실적만 봐도 얼마나 돈을 더 벌었는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됩니다. 미래부와 방통위 관료들은 오늘 약속한 대로, 그 재원이 요금 인하로 이어지도록 노력을 다 해야 할 겁니다. 언론도 그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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