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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뜨거운 감자' 복합리조트 ② 한국은 카지노 전쟁터…규제기관 정비해야

[취재파일] '뜨거운 감자' 복합리조트 ② 한국은 카지노 전쟁터…규제기관 정비해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리조트를 건설한 샌즈그룹의 셸든 애덜슨 회장이 올해 우리나라를 두 차례 방문했다. 그는 지난 6월 극비리에 서울을 찾아 박원순 시장과 만났다. 두 손에 들고 온 것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컨벤션센터와 호텔, 카지노, 공연장 등을 건립하겠다는 복합리조트 투자계획서였다. 먼저 잠실야구장을 헐어내는 대신 용산에 돔구장을 새로 짓고, 8200객실 규모의 고급 호텔 3개 동과 국제회의장 500개를 짓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애덜슨 회장은 이를 위해 106억 달러, 우리돈 10조원 이상을 쏟아 붓겠다고 공언했다. 샌즈가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지는 알 수 없지만 투자계획에는 단서가 달려 있었다. 잠실의 복합리조트에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픈 카지노를 열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샌즈그룹의 투자 제안서에 한껏 관심을 보이던 박 시장이 이 대목에서 한숨을 내쉬었다는 말도 들린다.

애덜슨 회장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달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 이번에는 부산으로 향했다. 서울 못지 않게 입지가 좋다는 부산의 복합리조트 예정 부지를 돌아보기 위해서다. 애덜슨 회장이 부산에서 어떤 청사진을 내밀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틀림없는 건 오픈 카지노를 허용하면 거액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샌즈가 이렇게 우리나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가 수백만 인구를 가진 중국, 일본의 도시들과 근접해 있고 동북아 교통 허브로서의 강점, 내국인의 소비 여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마카오에서 판을 키운 샌즈가 최적의 다음 투자처로 한국을 주목한 것이다.
그래픽_카지노
 우리나라에도 해외 관광객 유치에 기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카지노가 필요하다. 다만 내국인 출입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라면 어떻게 관광객을 모을 것인가, 앞으로 들어설 카지노를 어떻게 관리, 감독할 것인가 등등 복잡한 문제들이 앞에 놓여 있다. 샌즈를 비롯한 세계적인 카지노 리조트 기업들은 수익 구조에 대해 쉽사리 입을 열지 않는다. 오히려 복합리조트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면적이 3% 안팎이라고 강조한다. 그 밖에 리조트에 포함된 컨벤션 시설의 활용도와 국제회의 유치, 방문객 수에 주목하라고 유도한다.

그렇다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만큼 복합리조트 안에서 카지노의 존재감이 미미할까? 절대 아니다. 복합리조트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도 그러하거니와, 대부분의 복합리조트의 주 수입원은 카지노다. 절반이 훨씬 넘는 매출을 카지노에서 올리고 있고, 영업이익률도 30%를 훌쩍 넘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카지노이다보니 영업권만 보장된다면 수조 원 투자는 어렵지 않다. 특히 내국인 출입 오픈 카지노는 복합리조트의 성패를 거의 100% 결정한다. 내국인 출입은 카지노의 기본 매출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안전판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카지노16개 가운데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가 숱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영종도 카지노 투자

 최근 원희룡 제주지사가 신규 카지노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취재를 위해 원 지사와 통화했는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많은 기존의 카지노부터 정비한 뒤에 논의하자는 말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지금처럼 상당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적자 상태에 놓여 있고, 세금이 어떻게 걷히는지 불투명하며, 주먹구구식 신규 투자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백번 맞는 얘기다. 동북아의 경제, 문화, 관광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우리나라가 카지노 문제에 발이 묶여서는 안 된다. 카지노 없는 나라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국인 카지노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어떤 형태의 복합리조트 산업을 일으켜야 하는지 부터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내국인 오픈 카지노를 일부 허용하는 것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면, 그 투자와 건설은 국내 자본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샌즈같은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 위험을 분산할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현대차가 한전부지 대금으로 내민 10조 5천억 원은 세계 최대 규모 복합리조트를 지을 수 있는 금액이다. 우리 기업도 능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복합리조트 건설을 통한 경제활성화가 유의미한 것으로 정부가 결론내렸다면 그 속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카지노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 지 우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내국인 카지노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카지노 규제기관의 정비도 필요하다.

서정하 주 싱가포르 대사는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의 카지노 부작용 예방 정책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카지노 도입부터 지금까지 '장사를 하려면 규정부터 준수하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카지노 도입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카지노 규제청과 도박문제 위원회를 설립해 부작용 대책 방안을 강구했고, 투자자 모집 때 정부의 사회적 안전장치 지침을 함께 발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카지노를 심리적으로 배척하려는 문화 때문에 논의 자체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영종도에 싱가포르, 마카오와는 비교도 안되는 중소규모 외국인 카지노가 들어서면 경쟁에서 밀릴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한국으로 몰려드는 카지노 투자 자본 가운데는 앞날을 알 수 없는 부실한 자본들도 섞여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지금 우리 땅에 들어선 카지노에는 문제가 없는지, 앞으로 들어설 복합리조트는 어떤 식으로 건설할 지, 정책 당국자들이 고민할 시간은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  


▶ [취재파일] '뜨거운 감자' 복합리조트 ① 개평으로 받은 페라리를 기부한 카지노 '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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