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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거대 금융사가 투자금을 가로챘다" ①

[취재파일] "거대 금융사가 투자금을 가로챘다" ①
재작년 금융감독원에 모 투자회사 대표 명의의 조사요청서가 접수됐습니다. 경찰이나 검찰로 치면 일종의 고발장이 접수된 겁니다. 조사요청서는 S 자산운용사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이 되지 않았다거나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펀드 운용을 맡긴 의혹이 있다, 또 법을 어겨 가며 펀드를 운용한 정황이 있으니 이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자산운용사 내부 직원이 아니면 쉽게 알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은 구체적이었습니다.

● 금감원 직원 입건…감사원도 조사 나서

조사 요청서를 받은 금감원은 재작년 감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조사 과정이 석연찮았습니다. 응당 조사 요청서를 접수했으니 투자회사 대표의 진술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그 과정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고발인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겁니다. 고발인 조사가 안 됐으니, 실제로 조사요청서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S 자산운용사 내부 직원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았으니 실제로 누가 조사요청서를 작성했는지 확인하지를 못 한 겁니다.

내막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직원을 조사하지 않은 금감원이지만, 자산운용사 다른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조사요청서가 제기한 문제점의 상당 부분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해당 자산운용사에 대한 특별한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4일, 금감원을 압수수색해 재작년 금감원의 S 자산운용사 감사 내역을 확보한 경찰은 당시 감사를 담당했던 금감원 직원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S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 투자자들이 금감원이 감사를 소홀히 하거나 문제점을 적발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자신들이 피해를 봤다며 금감원 직원들을 경찰에 고소한 데 따른 겁니다. 경찰이 당시 감사를 담당한 다른 직원들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도 금감원의 당시 감사 적정성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금감원이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경찰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당시 감사나 이후 조치에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S 자산운용사 전·현직 직원 무더기 입건

금감원의 감사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은 S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한 부동산 펀드에서 비롯됐습니다.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S 자산운용사의 전·현직 펀드매니저 4명이 투자금을 빼앗았다는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부동산 펀드입니다. 펀드 투자자가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펀드매니저들을 경찰에 고소했는데 4명은 모두 입건됐고, 이 중 사건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직 직원 1명은 출국금지 상태입니다.

그런데 입건된 직원 4명의 현재 소속이 좀 특이합니다. 현재 2명은 S 자산운용사의 계열사인 은행 직원이고, 1명은 S 자산운용사 전 직원, 나머지 1명은 현직 직원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소속 직원이 법을 위반할 경우 금융회사 법인도 처벌하는 이른바 양벌 규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S 자산운용사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한 해당 자산운용사는 "펀드 운용 과정에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자격이 없는 자산운용 인력이 실제 자산운용에 개입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아직 경찰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 펀드에 투자한 은행 직원이 펀드운용 팀장으로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현직 은행 직원 2명은 피소된 사건 당시에는 S 자산운용사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원 소속은 은행 직원이었는데 계열사인 자산운용사가 자리를 옮긴 겁니다. 현재는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왜 은행 직원이 계열사인 S 자산운용사로 옮겨갔을까요? 그리고 왜 다시 은행으로 돌아왔을까요? 은행 측은 그룹 차원의 인사 교류에 따라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겼고, 통상 2년 후 원 직장에 돌아오기 때문에 관례에 따라 다시 은행으로 돌아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입건된 은행 직원 1명이 자산운용사로 옮기기 전에 맡았던 업무가 조금 미심쩍습니다. 해당 직원은 S 자산운용사로 옮기기 전 계열사인 은행에서 부동산 관련 펀드 투자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당시 해당 은행은 S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한 부동산 관련 사모펀드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는데, 그 펀드를 담당하던 직원이 바로 그 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직원이 자신이 관리하는 펀드를 운영하는 S 자산운용사, 그 중에서도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팀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 직원이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길 당시 계열사인 은행 등이 투자한 펀드와 다른 펀드 사이에 한 오피스 빌딩을 둘러싸고 잡음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은행 직원이 두 개의 펀드를 모두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담당 팀장으로 발령받은 겁니다.

해당 직원을 고소한 투자자는 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해당 직원이 은행 등이 투자한 펀드에 유리하게 펀드를 운용해 자신들은 백억 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해당 직원을 배임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S 자산운용사는 “투자자 모두가 손해 보는 것 없이 불편부당하게 펀드를 운용했다"며, 현재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는 사안은  기본적으로 "펀드매니저 개인과 투자자 간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은행 측도 은행이 자리를 옮긴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펀드 운용에 개입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직원들의 불건전 행위 의혹, 계열사 은행과의 수상한 인사 교류, 그리고 이를 감시해야할 금감원의 감독 부실 의혹까지. 실타래처럼 얽힌 이번 사건에 대해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과 자산운용사, 금감원의 주장은 팽팽히 맞서 있습니다. 그런데 금감원과 자산운용사의 주장에는 미심쩍은 점이 적지 않습니다. 과연 이번 사건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다음 편부터 차례대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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