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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승적 고통분담' 하자는 정홍원 총리 연금 수령액 살펴보니…

고통분담의 짐, 누가 얼마나 지는 것이 공정한가에 대해

[취재파일] '대승적 고통분담' 하자는 정홍원 총리 연금 수령액 살펴보니…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공무원들이 지난 토요일 서울역 광장에 모였습니다. 공무원의 도심 대규모 집회는 지난 2008년 이후 6년만입니다. 주최측 추산 2만명, 경찰 추산 6천명이 모였습니다. 주최측 예상보다도 많은 인원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는 긴급현안점검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정 총리는 안행부 장관으로부터 공무원 연금 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 받고 “악화되는 연금 재정상황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공무원 연금 개혁은 불가피"하다면서 다음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고 공무원 연금이 지속가능한 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공직사회가 고통 분담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국무총리는 ‘일인지下 만공무원上’ 인 공무원들의 수장입니다. 그런데도 정 총리의 발언은 거리로 나선 공무원들의 불만을 다독이는데 그닥 성공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도리어 인터넷 공간에는 정 총리의 발언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통 섞인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대부분 공무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들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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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총리는 지난 1974년 서울지검 영등포지청 검사로 임관하면서 공무원 연금 대상자가 됐습니다.  이후 검찰 주요 요직을 거치며 공직 생활을 했고 2004년에 60세를 맞아 법무연수원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은퇴합니다. 딱 30년 동안 공무원 연금에 가입했습니다. 검사는 공무원 중에서도 연봉이 많은 직렬에 속합니다. 또 법무연수원장은 상당한 고위직에 해당됩니다. 공무원 연금 초기 가입자이기에 가장 후한 제도적 수혜도 적용 받았습니다. 정 총리는 과연 공무원 연금을 얼마나 받고 있을까요?

 지난 2013년 2월 총리 후보자 시절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설명자료에 정확한 답이 있습니다.

 정 총리는 2004년 6월 법무연수원장을 퇴임하면서 곧바로 공무원 연금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당해 10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취임할 때까지 4개월 동안 공무원 연금으로 (퇴직수당 일시불 제외) 1,712만원을 수령했습니다. 한달로 나눠 보면 약 428만원입니다.

 정 총리는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일할 당시에는 공무원 연금 지급이 일시 정지됐습니다. 고위 공무원이 퇴임 이후 국가 기관에 재취임하게 되면 연금이 100% 지급 정지 됩니다. 하지만 공기업이나 민간으로 스카웃되는 경우에는 고액 연봉을 받더라도 연금이 최대 50% 밖에 깎아지 않습니다.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의 당시 연봉은 약 9500만원이었습니다.

 2006년 9월 상임위원에서 퇴임한 이후 바로 다음달인 2006년 10월에는 법무법인 로고스의 상임고문으로 스카웃됩니다. 정 총리는 2008년 6월까지 로고스에서 일하는 21개월 동안 한달에 약 3천만원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그와 함께 공무원 연금도 같은 기간동안 4,949만원 수령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달로 따지면 약 235만원입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민간 부문에서 고액연봉을 받기에 연금액이 절반으로 깎인 것입니다.)

 정 총리는 로고스를 그만 둔 이후 2008년 6월에 바로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서 2011년 6월 전후 퇴임합니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직의 당시 연봉은 1억2천원이며 역시 이 기간 동안 정 총리는 원래 연금의 절반, 즉 220만원 안팎의 연금을 적용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서 퇴임한 2011년 6월부터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는 2013년 2월까지 20개월 동안 정 총리는 개인 법률 사무소를 운영했습니다. 정 총리는 이 기간 동안 공무원 연금으로 9,512만원을 받았습니다. 한달에 475만원 꼴입니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연금도 물가상승에 연동해 해마다 연금액이 조금씩 오릅니다. 따라서 최초 연금액 425만원보다 액수가 더 커진 것입니다.)

 2013년 2월 이후 현재까지 총리로 재직중인 동안에는 (다행히도?) 다시 연금 지급이 중지중입니다. 현직 국무총리의 연봉은 1억 5천만원입니다. 하지만 정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 별다른 대외활동이 없다면 한달에 475만원의 연금을 다시 받게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정 총리가 2004년 퇴임이후 올해까지 10년 동안 별 다른 대외활동이 없었다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공무원연금 총액은 5억원이 넘습니다. (평균 수령액 440만원 * 12개월 * 10년=약 5억2천만원. 공무원 연금은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물가상승률에 따라 최초 연금액이 조금씩 인상됩니다. 물론 중간 중간 다시 공직이나 공기업, 로펌에서 일하면서 감액 또는 지급 정지되는 기간이 있었기에 실제 수령한 연금 총액은 5억원에는 못 미칠 것입니다.)

 이번에 새누리당과 연금학회가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선안 초안에 따르면 정 총리가 ‘고통 분담'을 하는 부분은 재정안정화 기여금 3%입니다. 즉 한달 연금액에서 3%를 떼는 건데, 이럴 경우 한달에 440만원 받던 연금이 427만원으로 줄어듭니다. 꼴랑 13만원 고통분담 하는 셈입니다.

 그럼 하급 공무원과 근속연수가 짧은 공무원들은 어떨까요? 가장 말단인 9급 공무원의 연금액과 비교해보겠습니다. 현재 10년 차인 8급 10호봉 공무원과 5년차인 9급 5호봉 이제 새롭게 입직하는 9급 1호봉 공무원은 현 제도 하에서 30년을 근무하고 은퇴할 경우 일괄적으로 210만9천원의 연금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누리당과 연금학회가 내놓은 개선안에 따르면 10년 차는 167만2400원, 5년 차는 155만2150원, 신입 공무원은 114만 6천260원으로 연금액이 각각 삭감됩니다. 감액률은 각각 21.7%, 26.4%, 45.6%에 이릅니다. (공무원노동조합 총연맹 추계 및 표) 하위직일수록, 근속연수가 짧을 수록 져야 하는 고통분담의 짐이 커지도록 돼 있는 겁니다.

 4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한 고위 공무원은 (그것도 퇴직 이후에 여러 기관장이나 민간 회사를 거치며 고액 연봉을 받는)  13만원의 고통분담을 하고 200만원 정도 연금을 받는 공무원은 최대 100만원에 가까운 고통 분담을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것이 대승적 차원의 고통 분담인걸까요?  이는 또한 정 총리의 발언대로 다음 세대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실은 젊은 세대 즉 미래 공무원들에게 더 큰 짐을 얹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통 분담에 동참'하고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라는 총리의 당부를 거리로 나선 공무원들이나 공무원 연금 개선 방향을 지켜보고 있는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걸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주말을 거치며 새누리당 내부에서 공무원 연금 개선안 초안에 소득재분배 기능이나 연금 상한제 등을 도입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금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복잡한 정책 현안을 간보기 식으로 찔끔찔끔 진행해서는 애초의 취지를 달성하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을 설득하거나 합리적인 타협과 양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낼 수 없습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연금 가입자와 수급자의 균형에 따라 수급액이 달라지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거나, 고위 공무원이 은퇴 이후 고액 연봉을 받을 경우 연금을 아예 유예하거나 또는 현직/은퇴 여부, 장기/단기 근속여부, 직급별, 직렬별 등으로 고통 분담 정도를 세분화해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보다 정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국의 <연금위원회> 같은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현직/은퇴자/미래공무원 여부,  직급별, 직렬별 연봉과 연금 현황 등 논의를 위한 기초적인 팩트부터 정리하고 투명히 공개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취재파일] 공무원 연금 개혁을 위한 제언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연금제도를 손질할 때는 백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50년 앞은 내다봐야 합니다. 연금 개혁은 군사작전 하듯 조급하게 밀어붙인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정청은 속히 깨닫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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