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김 최고위원과 일문일답.
- 최고위원이 된 지 두달 반이 지났다. 최고위원 해보니 어떤가?
= 주 3회 회의에 참석해야 해 시간적으로 묶인다. 지도부에 들어갔으니 당과 나라에 대한 걱정을 담아 당의 정책이나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해야하는 부담을 느껴 잠을 편하게 잘 못잔다.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하기도 하고, 공인으로서 걸맞은 역할도 해야한다는 부담에 걱정이 많다.
- 어떤 걱정을 가장 많이 하는가?
= 사회 개혁이나 사회 변화에 정치권이 앞장서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가 사라졌다. 빨리 정치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절박하게 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 갈라져 싸우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진영논리가 있다. 진영논리가 왜 강화되냐 하면 이긴 자가 모든 것을 다 갖는 승자독식의 권력구조 탓이다. 정치가 합의 민주주의 형태로, 컨센서스에 의한 대화와 타협의 형태로 가면서 그 위에서 교육, 에너지, SOC 같은 우리의 미래 어젠다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진영 논리에 의해 상대편만 거꾸러뜨리면 다 갖는 구조이기 때문에 굳이 미래의 어젠다를 놓고 논의할 필요가 없다. 표가 안되니까. 약점만 갖고 공격하면 된다. 시스템의 변화, 제도의 변화를 위해 정치를 복원하는 게 가장 우선돼야하고 여기서 개헌의 필요성이 출발한다. (※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저서 '태호처럼'에서, 지난 7월 전당대회 때에도 개헌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 만큼 열성적인 개헌론자다)
- 개헌 얘기가 나왔으니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개헌 생각은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나?
= 도지사 생활을 하면서 국회의원을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 여의도행이 큰 도움이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여의도 생활 3년이 지났는데, 세 가지를 절감했다. 첫째는 여의도를 알지 못하면 무조건 깨진다는 것, 둘째는 여의도로부터 평가와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셋째는 현재 우리 정치가 완전히 고장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장난 우리 정치를 어떻게 할 건가 고민했고 답은 시스템의 변화라는 결론을 얻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적인 변화 요구를 담아낼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할 때 국가가 망하거나 정권이 바뀌었다. 현 대통령 5년 단임제와 소선거구제로 대표되는 권력구조로는 세대간, 남북간 갈등과 변화요구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 변하게 해줘야 숨통이 틀 수 있는데,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정치고 그 이면에 진영논리, 그 이면에 승자독식이 있는 거다. 거기에서 개헌론이 시작되는 거다.
- 주장하는 개헌의 각론은 무엇인가?
= 4년 중임, 정부통령제를 선호한다. 5년 단임제는 일 하려고 하는 리더에겐 너무 짧고, 일을 못하는 리더에겐 너무 긴 시간이다. 열심히 일하면 한번 더 평가 받아서 더 하게 하는 게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정부통령제는 사회통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호남 대통령 후보에 영남 부통령을 내는 식인데, 그 조합은 남녀일 수도, 세대일 수도 있고 통일 한국의 경우 남북일 수도 있다. 또 국회의원 선거는 중대선거구제를 희망하는데,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이 되는 구조는 지역 패권 주의를 가져오고 진영논리를 강화할 뿐 국민통합에 도움이 안된다. 현행 헌법 때문에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구조로는 다당제가 필요하다. 양당구조는 싸워서 이기면 다 갖는 승자 독식을 공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민련이 제3당으로 있을 때 정치가 잘 돌아갔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3당이 있으면 양당이 극단적으로 싸울 수가 없다. 3당을 끌어안기 위해 정치가 돌아가고, 교호작용이 일어나면 정치가 살아날 수밖에 없다.
- 개헌 목소리는 많지만, 실행 가능할까? 당장 김무성 대표도 지금은 개헌 논의 시점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 제일 좋은 것은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 기회에 모든 경제, 사회 갈등의 원인인 진영논리를 깨고 정치의 정상화를 이룰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대통령이 임기를 지키면서 당장의 과제를 다루되, 국회를 중심으로한 정치권이 미래 설계를 해야한다.
- 보수 혁신위 인선 얘기를 해보자, 홍준표·원희룡 지사의 위원직 참여를 반대했는데
= 나도 김문수 전 지사도 지사를 했지만, 지사 자리가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지사들은 상임위원이 아닌 자문위원으로 돌리되 토요일이나 일요일 불러 의견을 들어보는 걸로 충분하다. 대신 스펙트럼을 더 넓혀 진영과 당파를 초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에게 더 좋은 시그널을 보여주는 게 아니겠나. 또 당에 사람이 그렇게 없느냐, 대권주자들의 놀이터라는 비판을 왜 들어야 하냐, 오히려 국민에게 확실히 다른 패러다임이라는 걸 보이는 게 낫다. 항간에는 김태호가 누구를 견제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던데 그건 아니다. (※ 김 최고위원이 가리키는 '누구'는 홍준표 경기지사를 의미한다.)
- 혁신위 인선과 관련해 당내에서 특정 계파로 쏠렸다며 볼멘 소리도 나왔는데
= 주변에선 나를 친이 또는 독자세력으로 부르는데 내 머릿속에 계파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국사파, 국민을 사랑하는 파다. 계파는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고, 비교적 계파에서 자유로운 내가 그런 얘길 했기 망정이지, 만약 이정현 최고위원이 그런 지적을 공개리에 했다면 비박-친박 갈등이 더 불거졌을 거다. (※ 친박 대표주자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공개 회의 석상이 아닌 비공개 석상에서 원희롱-홍준표 지사 참여에 반대했다. 원희룡-홍준표 지사는 대표적인 친이 인사다)
- 김무성 대표는 대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무난하게 잘하고 있다고 본다. 초기니까 기다려주는 모습도 중요하다. 생각해온 정책들을 가시화하는 과정인데, 방향은 다를 수 있겠지만 잘해보자는 뜻은 같을 테니까.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 할거다. 지금은 사실 혁신위를 구성하는 단계일 뿐 방향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 기자에게는 당대표 초기이고, 정권재창출이라는 목표가 같으니 지켜보고 있지만, 언제든 쓴소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들렸다)
- 혁신위에서 공천제도를 손 볼 텐데 대선 경선룰에도 손을 보는 것 아닐까?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전 지사가 모두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선수가 룰을 만드는 격인데?
= 그 부분은 다루기 어려울 거다. 총선 공천 방식 정도까지만 하지 않겠나. 논의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김지사 본인이나 김무성 대표도, (대선 룰을 논의할) 별도의 장이 열리겠지.
- 최근 외통위원으로서 나진 하산에 다녀왔는데, 다녀오니 어떤 생각이 드나?
= 마음이 답답하다. 광할한 잠재력이 있는 희망의 땅인데, 우리가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에둘러서 변죽 울리듯 관여하는 게 아깝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구도로 가고 있는데, 탈출구는 남북 문제를 풀어젖히는 수밖에 없다. 통일 준비라는 게 다른 것 없니 경제가 교류되고 열리면, 자동적으로 통일이 이뤄진다고 확신하다.
- 그런 의미에서 5.24 조치 해제를 주창한 것인가?
= 5.24 조치도 전향적으로 바뀌어야한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책임있는 사과가 있어야 풀수 있다는 말 맞다. 그런데 마냥 그렇게 계속 가기에 (우리가 올라타야 할) 기차(기회)는 떠나고 있다. 형제가 싸웠다고 치자. 형이 동생에게 "무릎 꿇고 싹싹 빌기 전에 용서 없다"고 하면 그 집에는 영원히 평화가 없다. 그럴 땐 시간이 좀 지난 뒤 형이 "너 한번만 더 그러면 아주 혼내주겠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목에서 굉장히 과격한 어휘로 말했으나 이 정도로 순화했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주고 넘어가야지.
- 그런 경우 새누리당의 핵심지지층이 이반될 텐데
=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새누리당 지지층 사이에도 칼라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긴 할거다. 여전히 아파하는 천안함 유족들을 도외시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충분히 양해를 구해야한다. 묻어두자는 게 아니라, 그부분 책임은 언제든지 짚어갈 것이라는 쪽으로.
- 당청 관계는 어떻다고 보나.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해법 가이드라인 제시가 논란을 빚었다.
= 대통령도 그런 말 하고 싶진 않았겠지만, 국민 여론은 상당히 답이 좀 나왔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 배경에는 그 정도(여당 몫 특검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정하는 방안)면 국민도 이해하고, 그 정도 선이면 가족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만큼 했다는 메시지인 것 같다.
- 송광용 수석 인사파동 등을 놓고 김기춘 실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나온다.
= 허허허. 안 물어봐도 될 이야기이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걱정스럽고 안타깝다. 인사문제가 이 정부 이미지를 자꾸 훼손하는 주범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 부분은 더 큰 수술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 2012년 대선 경선에서 3등, 이번 전당대회에서 또 3등이다.
= 공부하는 과정이고,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없다. 그렇다고 마냥 3등만 하길 바랄 수는 없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고, 그런 걸 이런 과정을 통해 느꼈다고 보면 된다. 시기와 때가 있지 않겠나.
- 2010년 총리 파동이 도움이 됐나. (※ 김태호 최고위원은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48세에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과 만난 사실 논란이 돼 사퇴했다)
= 그 때 일을 돌이켜보면, 참 내가 준비가 안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앞만 보고 거침없이 도전해왔고, 그러면서 돌아보니 실제 왜 정치를 해야하고, 왜 그런 일을 해야하는 가에 대한 철학적 바탕이 부족했다. 한마디로 공부가 덜 됐다. 자칫 잘못하면 의욕만 앞서서 (국민에) 민폐만 끼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한테는 큰 약이 됐다. 걱정해준 사람에게 미안하고 송구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성찰의 계기가 됐다.
- 손학규 전 의원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대표 슬로건이 있다. 정치인 김태호의 슬로건은 뭔가?
= 아직 개념도 정립이 안됐다. '노력하면 더 잘살 수 있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복원시키는 게 목표다. 그 워딩이 뭐가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