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왜 3등만 하냐고? 다 때가 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인터뷰 "靑 인사문제 걱정스럽고 안타깝다"

[취재파일] "왜 3등만 하냐고? 다 때가 있다"
김태호(경남 김해을. 재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2년 사이 2차례 당내 경선에서 모두 3위를 차지했다.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선 박근혜 대통령,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뒤졌다. 지난 7월 당대표 경선에선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에 이어 3위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개그프로 유행어가 있었듯이 여의도는 1등 편중이 더욱 심한 곳이다. 1표 차이라도, 1위만이 대통령을 하고, 국회의원을 하고, 당대표를 맡는다. 26일 만난 김태호 최고위원은 "언제까지 3등만 할 거냐"는 질문에 "마냥 3등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시기와 때가 있다"고 말했다. 2010년 48세의 나이에 총리에 지명됐다 낙마한 혈기 앞선 젊은 정치인은 4년 뒤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김 최고위원을 만나 직접 물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 일문일답.

- 최고위원이 된 지 두달 반이 지났다. 최고위원 해보니 어떤가?
= 주 3회 회의에 참석해야 해 시간적으로 묶인다. 지도부에 들어갔으니 당과 나라에 대한 걱정을 담아 당의 정책이나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해야하는 부담을 느껴 잠을 편하게 잘 못잔다.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하기도 하고, 공인으로서 걸맞은 역할도 해야한다는 부담에 걱정이 많다.

- 어떤 걱정을 가장 많이 하는가?
= 사회 개혁이나 사회 변화에 정치권이 앞장서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가 사라졌다. 빨리 정치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절박하게 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 갈라져 싸우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진영논리가 있다. 진영논리가 왜 강화되냐 하면 이긴 자가 모든 것을 다 갖는 승자독식의 권력구조 탓이다. 정치가 합의 민주주의 형태로, 컨센서스에 의한 대화와 타협의 형태로 가면서 그 위에서 교육, 에너지, SOC 같은 우리의 미래 어젠다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진영 논리에 의해 상대편만 거꾸러뜨리면 다 갖는 구조이기 때문에 굳이 미래의 어젠다를 놓고 논의할 필요가 없다. 표가 안되니까. 약점만 갖고 공격하면 된다. 시스템의 변화, 제도의 변화를 위해 정치를 복원하는 게 가장 우선돼야하고 여기서 개헌의 필요성이 출발한다. (※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저서 '태호처럼'에서, 지난 7월 전당대회 때에도 개헌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 만큼 열성적인 개헌론자다)

- 개헌 얘기가 나왔으니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개헌 생각은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나?
= 도지사 생활을 하면서 국회의원을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 여의도행이 큰 도움이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여의도 생활 3년이 지났는데, 세 가지를 절감했다. 첫째는 여의도를 알지 못하면 무조건 깨진다는 것, 둘째는 여의도로부터 평가와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셋째는 현재 우리 정치가 완전히 고장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장난 우리 정치를 어떻게 할 건가 고민했고 답은 시스템의 변화라는 결론을 얻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적인 변화 요구를 담아낼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할 때 국가가 망하거나 정권이 바뀌었다. 현 대통령 5년 단임제와 소선거구제로 대표되는 권력구조로는 세대간, 남북간 갈등과 변화요구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 변하게 해줘야 숨통이 틀 수 있는데,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정치고 그 이면에 진영논리, 그 이면에 승자독식이 있는 거다. 거기에서 개헌론이 시작되는 거다.

- 주장하는 개헌의 각론은 무엇인가?
= 4년 중임, 정부통령제를 선호한다. 5년 단임제는 일 하려고 하는 리더에겐 너무 짧고, 일을 못하는 리더에겐 너무 긴 시간이다. 열심히 일하면 한번 더 평가 받아서 더 하게 하는 게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정부통령제는 사회통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호남 대통령 후보에 영남 부통령을 내는 식인데, 그 조합은 남녀일 수도, 세대일 수도 있고 통일 한국의 경우 남북일 수도 있다. 또 국회의원 선거는 중대선거구제를 희망하는데,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이 되는 구조는 지역 패권 주의를 가져오고 진영논리를 강화할 뿐 국민통합에 도움이 안된다. 현행 헌법 때문에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구조로는 다당제가 필요하다. 양당구조는 싸워서 이기면 다 갖는 승자 독식을 공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민련이 제3당으로 있을 때 정치가 잘 돌아갔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3당이 있으면 양당이 극단적으로 싸울 수가 없다. 3당을 끌어안기 위해 정치가 돌아가고, 교호작용이 일어나면 정치가 살아날 수밖에 없다.

- 개헌 목소리는 많지만, 실행 가능할까? 당장 김무성 대표도 지금은 개헌 논의 시점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 제일 좋은 것은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 기회에 모든 경제, 사회 갈등의 원인인 진영논리를 깨고 정치의 정상화를 이룰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대통령이 임기를 지키면서 당장의 과제를 다루되, 국회를 중심으로한 정치권이 미래 설계를 해야한다.

- 보수 혁신위 인선 얘기를 해보자, 홍준표·원희룡 지사의 위원직 참여를 반대했는데
= 나도 김문수 전 지사도 지사를 했지만, 지사 자리가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지사들은 상임위원이 아닌 자문위원으로 돌리되 토요일이나 일요일 불러 의견을 들어보는 걸로 충분하다. 대신 스펙트럼을 더 넓혀 진영과 당파를 초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에게 더 좋은 시그널을 보여주는 게 아니겠나. 또 당에 사람이 그렇게 없느냐, 대권주자들의 놀이터라는 비판을 왜 들어야 하냐, 오히려 국민에게 확실히 다른 패러다임이라는 걸 보이는 게 낫다. 항간에는 김태호가 누구를 견제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던데 그건 아니다. (※ 김 최고위원이 가리키는 '누구'는 홍준표 경기지사를 의미한다.)

- 혁신위 인선과 관련해 당내에서 특정 계파로 쏠렸다며 볼멘 소리도 나왔는데
= 주변에선 나를 친이 또는 독자세력으로 부르는데 내 머릿속에 계파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국사파, 국민을 사랑하는 파다. 계파는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고, 비교적 계파에서 자유로운 내가 그런 얘길 했기 망정이지, 만약 이정현 최고위원이 그런 지적을 공개리에 했다면 비박-친박 갈등이 더 불거졌을 거다. (※ 친박 대표주자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공개 회의 석상이 아닌 비공개 석상에서 원희롱-홍준표 지사 참여에 반대했다. 원희룡-홍준표 지사는 대표적인 친이 인사다)

- 김무성 대표는 대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무난하게 잘하고 있다고 본다. 초기니까 기다려주는 모습도 중요하다. 생각해온 정책들을 가시화하는 과정인데, 방향은 다를 수 있겠지만 잘해보자는 뜻은 같을 테니까.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 할거다. 지금은 사실 혁신위를 구성하는 단계일 뿐 방향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 기자에게는 당대표 초기이고, 정권재창출이라는 목표가 같으니 지켜보고 있지만, 언제든 쓴소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들렸다) 

- 혁신위에서 공천제도를 손 볼 텐데 대선 경선룰에도 손을 보는 것 아닐까?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전 지사가 모두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선수가 룰을 만드는 격인데?
= 그 부분은 다루기 어려울 거다. 총선 공천 방식 정도까지만 하지 않겠나. 논의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김지사 본인이나 김무성 대표도, (대선 룰을 논의할) 별도의 장이 열리겠지.
김태호 의원

- 최근 외통위원으로서 나진 하산에 다녀왔는데, 다녀오니 어떤 생각이 드나?
= 마음이 답답하다. 광할한 잠재력이 있는 희망의 땅인데, 우리가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에둘러서 변죽 울리듯 관여하는 게 아깝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구도로 가고 있는데, 탈출구는 남북 문제를 풀어젖히는 수밖에 없다. 통일 준비라는 게 다른 것 없니 경제가 교류되고 열리면, 자동적으로 통일이 이뤄진다고 확신하다.

- 그런 의미에서 5.24 조치 해제를 주창한 것인가?
= 5.24 조치도 전향적으로 바뀌어야한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책임있는 사과가 있어야 풀수 있다는 말 맞다. 그런데 마냥 그렇게 계속 가기에 (우리가 올라타야 할) 기차(기회)는 떠나고 있다. 형제가 싸웠다고 치자. 형이 동생에게 "무릎 꿇고 싹싹 빌기 전에 용서 없다"고 하면 그 집에는 영원히 평화가 없다. 그럴 땐 시간이 좀 지난 뒤 형이 "너 한번만 더 그러면 아주 혼내주겠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목에서 굉장히 과격한 어휘로 말했으나 이 정도로 순화했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주고 넘어가야지.

- 그런 경우 새누리당의 핵심지지층이 이반될 텐데
=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새누리당 지지층 사이에도 칼라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긴 할거다. 여전히 아파하는 천안함 유족들을 도외시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충분히 양해를 구해야한다. 묻어두자는 게 아니라, 그부분 책임은 언제든지 짚어갈 것이라는 쪽으로.

- 당청 관계는 어떻다고 보나.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해법 가이드라인 제시가 논란을 빚었다.
= 대통령도 그런 말 하고 싶진 않았겠지만, 국민 여론은 상당히 답이 좀 나왔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 배경에는 그 정도(여당 몫 특검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정하는 방안)면 국민도 이해하고, 그 정도 선이면 가족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만큼 했다는 메시지인 것 같다.

- 송광용 수석 인사파동 등을 놓고 김기춘 실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나온다.
= 허허허. 안 물어봐도 될 이야기이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걱정스럽고 안타깝다. 인사문제가 이 정부 이미지를 자꾸 훼손하는 주범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 부분은 더 큰 수술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 2012년 대선 경선에서 3등, 이번 전당대회에서 또 3등이다.
= 공부하는 과정이고,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없다. 그렇다고 마냥 3등만 하길 바랄 수는 없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고, 그런 걸 이런 과정을 통해 느꼈다고 보면 된다. 시기와 때가 있지 않겠나.

- 2010년 총리 파동이 도움이 됐나. (※ 김태호 최고위원은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48세에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과 만난 사실 논란이 돼 사퇴했다)
= 그 때 일을 돌이켜보면, 참 내가 준비가 안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앞만 보고 거침없이 도전해왔고, 그러면서 돌아보니 실제 왜 정치를 해야하고, 왜 그런 일을 해야하는 가에 대한 철학적 바탕이 부족했다. 한마디로 공부가 덜 됐다. 자칫 잘못하면 의욕만 앞서서 (국민에) 민폐만 끼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한테는 큰 약이 됐다. 걱정해준 사람에게 미안하고 송구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성찰의 계기가 됐다.

- 손학규 전 의원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대표 슬로건이 있다. 정치인 김태호의 슬로건은 뭔가?
= 아직 개념도 정립이 안됐다. '노력하면 더 잘살 수 있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복원시키는 게 목표다. 그 워딩이 뭐가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