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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마는 언제 시작됐을까?

[취재파일] 장마는 언제 시작됐을까?
매년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1개월 정도는 주로 남서풍이 불면서 비가 자주 내린다. 장마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차가운 시베리아 바람이 몰아친다. 이렇게 여름철과 겨울철에 넓은 지역에 걸쳐 바람 방향이 거의 정반대로 부는 것을 몬순이라고 한다.

몬순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륙과 해양의 비열 차이 즉, 대륙과 해양이 태양열을 받아 들여 뜨거워지고 또 열을 적게 받을 때 차가워지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육지는 바다보다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차가워지는 반면 바다는 천천히 뜨거워지고 천천히 차가워진다. 특히 태양열을 받으면 빨리 뜨거워지면서도 열을 적게 받으면 빠르게 차가워지는 티베트 고원이나 황토고원. 히말라야 산맥 같은 높은 지역이 몬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몬순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대표적인 몬순은 인도 몬순과 동아시아 몬 순 등 아시아 몬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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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 아시아 대륙과 몬순, 자료 : Licht et al., 2014>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몬순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현재와 같은 장마는 언제부터 나타난 것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몬순은 대륙과 해양의 비열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만큼 현재와 같은 대륙과 해양의 형태가 만들어진 시기부터 몬순이 시작됐을 것이다.

티베트 고원과 히말라야 산맥을 비롯한 대륙과 태평양, 인도양을 비롯한 해양이 현재와 거의 비슷한 형태를 갖춘 시기는 2천2백만 년~2천5백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 올리고세(Oligocene) 말기에서 마이오세(Miocene) 초기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2천2백만 년~2천5백만 년 전부터 현재와 같은 몬순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생각보다 1천5백만 년 전인 4천만 년 전부터 아시아 몬순이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Licht et al., 2014). 지금부터 4천만 년 전은 신생대 제3기 에오세(Eocene)로 대륙과 해양의 분포가 현재와 같은 형태가 만들어지기 이전이다(그림 참조, 자료: Northern Arizona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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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 신생대 에오세 시기의 대륙 분포, 자료 : Northern Arizona 대학>

당시 대륙 분포를 보면 유럽과 인도, 중앙아시아의 지형이 현재와 크게 다르다. 특히 인도 몬순을 비롯한 아시아 몬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 고원 등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프랑스와 미국, 영국, 독일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미얀마에서 발견한 3천4백만 년~4천만 년 전의 민물 달팽이 껍데기와 코뿔소 이빨 화석에 남아 있는 산소 동위원소의 비율을 분석해 당시에도 건조한 계절과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이 반복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이때에도 수증기는 미얀마 남쪽 또는 동쪽 바다에서 공급됐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인도 몬순이 있었던 것이다. 또 중국 시닝(Xining, 西寧)에서 발견된 이암(泥岩, mudstone)에 층층이 쌓인 먼지(진흙)를 분석한 결과 4천만 년 전부터 쌓인 것으로 확인됐다. 4천만 년 전에도 황토고원에서 주기적으로 건조한 바람이 흙먼지를 실어 왔다는 것이다. 4천만 년 전부터 겨울철이면 황토고원에서 부는 건조한 바람 즉, 동아시아 몬순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현재와 같은 대륙과 해양의 분포가 만들어지지 않았는데도 현재와 같은 몬순이 나타난 것일까?

연구팀은 에오세 시기가 극지방에도 빙하가 없을 정도로 신생대 기간 중에 기온이 가장 높았던 온난화 시기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에오세 시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적어도 3~4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이 기후 모형을 이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2배, 3배, 4배 높여가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3배 이상 높아지자 겨울철에는 대륙에서 건조한 바람이 불어 나가고 여름철에는 바다에서 습한 바람이 육지로 불어 들어가면서 많은 비를 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오세 말기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절반 정도로 떨어지면서 빙하기가 시작되는 3천 4백만 년 전에는 몬순이 다시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아시아 몬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티베트 고원이나 히말라야 산맥 같은 고지대로 생각했지만 티베트 고원이나 히말라야 산맥이 제대로 형성되기 이전에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았던 시기에는 몬순이 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화석과 기후 모형을 이용해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지구온난화가 앞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몬순이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름철 비 또한 앞으로 더욱 더 많이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참고문헌>
* Licht, A., M. Cappelle, H. Abels, J. Ladant, J. Trabucho-Alexandre, C. France-Lanord, Y. Donnadieu, J. Vandenberghe, T. Rigaudier, C. Lecuyer, D. Terry, R. Adriaens, A. Boura, Z. Guo, Aung Naing Soe, J. Quade, G. Dupont-Nivet, J. Jaeger, 2014: Asian monsoons in a late Eocene greenhouse world. Nature, DOI:10.1038/nature1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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