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수령님, 장군님, 원수님 언제 변할까?

[취재파일] 수령님, 장군님, 원수님 언제 변할까?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입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스포츠의 찬란한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북한은 우리보다 빨랐습니다. 1972년 서독 뮌헨 올림픽 사격 남자 소총 소구경복사에서 북한의 이호준이 600점 만점 가운데 599점을 쏘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이호준은 경기 직후 외국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일성 수령 동지의 교시에 따라 원수의 가슴에 총알을 날리는 심정으로 쐈다.” 여기에서 말하는 원수는 미국과 한국입니다.

 뮌헨올림픽으로부터 24년이 지난 1996년 ‘원수’의 나라 미국 애틀랜타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17살의 유도 소녀 계순희는 당시 84연승을 달리던 세계 최강 일본의 다무라 교코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는 최대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일약 북한의 영웅으로 떠오른 계순희는 “김정일 장군님께서 일본놈을 단매에 쳐부수고 오라는 말씀대로 싸워 이겼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1999년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여자 마라톤 정상에 오른 북한의 정성옥은 “결승 지점에서 장군님이 어서 오라 불러 주는 모습이 떠올라 끝까지 힘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엄윤철 연합

        
 23일 인천 아시안게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는 남자 역도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 엄윤철, 김은국 두 선수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엄윤철 선수는 오히려 기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자분들께 묻겠습니다. 달걀로 바위를 깬다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최고 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달걀을 사상으로 채우면 바위도 깰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 덕에 인공기를 펄럭이고 (북한)애국가를 울릴 수 있게 됐습니다.”

김은국 연합


  김은국 선수의 기자회견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허리부상으로 고통을 받기도 했는데 부상극복은 김정은 최고 사령관님의 사랑과 배려 덕분입니다 우리는 그 무엇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김정은 원수님과 인민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호준이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던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42년이 흘렀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북한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최고 지도자에 대한 호칭이 수령님에서 장군님을 거쳐 원수님으로 바뀌었을 뿐 북한 스포츠 스타의 역대 어록은 대동소이합니다. 앞으로 20년, 30년 뒤에도 그들의 우승 소감이 지금과 같을 지 아니면 달라질 지 자못 궁금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