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진짜 공주 이긴 '승마 공주'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경기에 공주라 불린 2명의 선수가 출전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명은 진짜 공주이고 한명은  이른바 '승마 공주'입니다. '승마 공주'가 소속된 우리나라 마장마술 대표팀은 5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이란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김균섭, 김동선,황영식,정유연이 출전해 상위 3명의 평균 점수에서 71.737%를 얻어 일본(69.842%)을 제치고 우승했습니다. '에이스' 황영식이 32명 가운데 1위, 김동선이 3위, 정유연이 5위를 기록하며 단체전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습니다. 황영식과 김동선, 정유연은 국가별 최대 3명만 나설 수 있는 개인전 출전 자격까지 얻었습니다.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해 첫 금메달을 따낸 정유연 선수는 이른바 '공주 승마' 또는 '승마 공주' 논란의  당사자입니다. 지난 4월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안민석 의원은 메가톤급 폭로를 했습니다. "청와대의 지시로 국가대표가 되기에 부족한 정모씨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가 됐다는 제보가 있다"며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사흘 뒤 안민석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지난해 5월 '대한승마협회 살생부'가 작성돼 청와대에 전달됐고, 청와대 지시로 체육단체 특감이 추진돼 살생부에 오른 인사들에게 사퇴 종용 압력이 있었다"고 추가 의혹을 폭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문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은 경기 성적표 등을 증거자료로 제시하며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1, 2등을 다투며 우수한 성적을 거둬온 승마 유망주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아울러 정씨의 딸이 마사회 소속만 사용할 수 있는 마방을 사용하는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가대표 선수라면 누구나 마방 사용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런 관행은 정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기 전부터 존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야당 측 제보자의 아들 또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비 당시 국가대표로서 마사회에 마방 사용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선수들에 대한 인권 침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공방에 대해 김종 문체부 차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안민석 의원의 주장을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승마를 배운 정유연 선수는 많은 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2012년에는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국가대표가 됐고 현재 18살로 서울 강남의 모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정유연의 아버지는 작고한 최태민 목사의 사위로 박근혜 대통령의 전 보좌관이자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입니다. 이런 논란이 있은 지 두 달뒤인 지난 6월 정유연은 경북 상주에서 열린는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 참가해 태극마크를 달았고 결국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한 정 선수는 SBS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자: 기분이 어떠세요?

정유연: 실수가 좀 나와서 1등 못할 줄 알았는데 1등 해서 기분 좋네요.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 때문에 말이 약간 긴장한 것 빼고는 컨디션은 아주 좋았어요.

기자: 대회 전에 어떤 목표를 세웠어요?

정유연: 꼴등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잘 되서 기분 좋습니다.

기자: 개인전 금메달도 따고 싶어요? 

정유연: 당연히 욕심은 있지요.

기자: 그동안 마음고생이 있었던 같아요. 논란이 있었잖아요?

정유연: 신경쓰지 않습니다. 공주라는데 기분 좋죠 뭐? 그리고 진짜 공주 이겨서 기분 좋습니다."

여기서 말한 진짜 공주는 태국의 시리와나리 나리랏. 그녀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손녀입니다. 정유연과 같은 종목인 마장 마술에 출전해 32명 가운데 31위에 머물러 개인전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진짜 공주의 실력은 '승마 공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공주 승마' 논란을 딛고 보란듯이 금메달을 차지한 정유연은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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