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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부산 치매할머니 보따리 속 모정…이불과 미역국"

* 대담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김치환 경위

▷ 한수진/사회자:

얼마 전 부산의 한 파출소에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를 안고 길에서 서성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할머니가 있는 현장으로 바로 출동을 했는데요.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도 기억 못하는 치매 증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안고 있는 보따리에는 이불과 미역국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것들을 들고 할머니는 어디를 가려고 하셨던 걸까요? 신고를 받았던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김치환 경위를 전화로 연결해서 자세한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위님, 안녕하세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할머님이 치매를 앓고 계셨던 모양인데요. 먼저, 할머니는 가족 잘 찾아 가신 거죠?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네, 딸을 잘 만났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많이 애쓰셨네요. 할머니가 언제 어디서 길을 잃고 서성이고 계셨던 건가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지난 15일 월요일입니다. 저희 부산에 부산대 병원이 있는데, 병원 안내데스크 부근에서 계셨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기서 계속 서성이고 계셨던 거예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예.

▷ 한수진/사회자:

할머님도 많이 놀라셨을 것 같은데, 신고 받고 출동하셔서 보니까 할머님 어떠시던가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그 뭐 행색이, 할머니를 봤을 때는 60대 중후반으로 보이셨는데, 이불보따리와 음식물이 들어있는 보따리 2개를 들고 서성이고 울먹이시면서 계속 ‘딸을 만나러 가야 된다.’, 그렇게 계속 말씀 하셨어요.

▷ 한수진/사회자:

‘딸을 만나러 가야 된다.’ 그 말씀을 하면서 하염없이 울고 계셨다. 그런데 할머니 본인 이름도 모르셨다고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할머니가 대체적으로 자기하고 관련된 질문이라든지 표현하는 건 많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그 정도의 증세를 보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니까 전화번호나 딸 이름이나 주소 같은 것도 역시 모르시고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예.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할머니 신분증이라든지 할머니 댁이 어딘지,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전혀 없었어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처음에 모시고 가서, 단서가 될 만한 소지품이나 이런 걸 확인했는데, 일체 저희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가지고요. 할머니 기억력을 떠올리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거든요. 좀 안정을 취해드리고, 그런 애를 먹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할머님은 ‘딸을 만나러 나왔다.’, 하는 말씀을 하셨고.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 이렇게 정확히 말씀하신 건가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그 유일하게 할머니가 계속 표시를 하시는 거는,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 그거는 계속해서 반복을 하시고 말씀하셨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이 할머니 보따리에 이불과 미역국이 있었다면서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네, 저희들이 할머니가 왜 나오셨는지 확인하려고 소지품을 보니까 좀 특이한 것은, 부피가 있는 이불보따리하고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미역국, 밥, 그리고 나물반찬들이 있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반찬도 싸오시고, 밥도 있었고 미역국도 있었어요. 출산을 한 딸에게 주려고 이것들을 싸가지고 나오신 거네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막상 이걸 다 준비를 해서 거리로 나오셨는데 길을 잃은 거예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정말 이게 어머니의 마음이 아닌가, 정말 모성은 본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어떻게 해서 따님에게 모셔다 드릴 수 있었던 건가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우리 경찰의 고유 업무가 범죄 예방이나 범인 검거가 목적이지만, 저희들이 현실적으로 국민 곁에서 할 수 있는 그런 업무를 보면, 이런 실종자라든지 치매 노인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찰이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그렇게 해 왔고.

그래서 저희들이 할머니하고 최대한으로 의사소통과 편안함을 제공을 해서 많은 시간을 가져가지고 할머니가 기억을 떠올리셨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따님을 상봉 키신 거예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그 일단 할머니가 당황하지 않으시도록 저희가 음료를 제공한다든지, 특이한 것은 할머니가 그런 치매 증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담배를 태우셔가지고 계속 요구를 하시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웃음)담배 좀 태우겠다.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그러니까 담배도 제공을 하면서 같이 할머니가 가장 최대한 편하게 생각을 하시도록 해서, 할머니 잠재의식에 남아있는 조그마한 기억이라도 저희들이 자꾸 유도를 하면서 대화를 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아, 그렇군요. 최대한 단서를 찾고, 주민들도 찾아 나서시고 그러셨다면서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할머니 차림새를 봐서는 할머니가 이곳과 그렇게 멀리 있는 지역에 사시는 건 아니다 싶어가지고, 주변에 있는 주민들한테도 수소문 하고, 할머니가 움직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역으로 행적을 추적하고 해서 할머니의 따님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치매엄마보따리
▷ 한수진/사회자:

따님의 이름을 알게 됐고, 그 다음에는 병원을 찾으신 거고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저희 경찰의 사람에 대한 다른 수사 기법이 있거든요. 그런 걸 활용을 해서 가족을 파악을 하고, 그래서 따님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병원으로 안내를 해 드린 거고. 얼마나 그럼 걸린 건가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시간은 저희들이 할머니하고 따님의 인적사항을 안 건 4시간 정도 걸렸고요. 저희들이 따님의 인적사항을 알아도, 실시간으로 병원의 환자를 우리가 확인을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 한수진/사회자:

아, 그래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저희들이 부산 관내의 대형 병원이라든지 이런 데 일일이 연락을 해서 알아봐야 하거든요. 그렇게 찾는 시간이 총 7~8시간 걸렸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7~8시간. 그러면 거의 저녁 무렵에 따님을 만나셨겠어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예, 저희들이 할머니의 신고를 받은 시간이 오후 1~2시 정도 됐는데, 저녁 한 7시 반, 8시쯤 모셔다 드렸으니까요.

▷ 한수진/사회자:

따님 보시자마자 어떻게 하시던가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할머니는 사실은 지병이 계시고 그러니까 어떤 감정적인 표현보다는 음식물에 대한 소중함을 가지고 따님한테, ‘자 묵으라.’, 챙겨오신 식사를 따님한테 먹이려는 그런 표현만 하시고, 오히려 따님이 많이 안타까워하시면서 울먹이고 하셨죠.

▷ 한수진/사회자:

아이고, 어머님이 그렇게 온전치 못한 정신인데도 오셨구나, 해서 이 따님이 너무 놀라신 거군요. 그런데 할머니는 그냥 묵어라, 묵어라, 보따리만 푸시면서. 그 모습들을 또 경위님께서도 지켜 보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그 순간에는 경찰관으로서 저희는 보람도 있었고, 가장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런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유, ‘어여 무어라, 무어라.’ 하셨다는데 정말, 그래요. 따님이 그 미역국을 드시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싶네요.

이 사연 보도되면서 많은 분들이 ‘감동적이다, 많이 울었다, 엄마 생각 난다’, 이런 반응 보이시더라고요. 경위님도 이번 일로 보람 많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네, 맞습니다. 저희들은 어차피 경찰관이고 많은 일들 당연히 해야 될 일들인데, 이렇게 국민들이 감동하고 이렇게 하는 것을 보니까, 최근에 전반적으로 우리가 사회적으로 감동이나 칭찬이 많이 없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이런 부분에 많이 목말라 하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도 더욱 따뜻하고 아름사운 사연들이 많이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렇게 치매노인들을 댁으로 모셔다 드리고, 가족을 다시 만나게 해드리고 하는 일들이 종종 있으시죠?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네, 고령화 사회에 접하다보니까 그런 일들이 많고, 그래서 저희 부산경찰청에서는 따로 ‘치매 노인 등록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관리를 하는 시스템을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치매 노인 등록 프로그램’이요, 이건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가족 중에 그런 병을 앓고 계신다든지 하면 사전에 우리 경찰에 등록을 해놓으시면 좋습니다. 노인들이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든지, 아니면 집을 못 찾는다든지 했을 때 저희들이 할머님들 이름 정도, 아니면 명패 정도만 알아도, 가족들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어떤 시스템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부산에서만 운영이 되나요, 아니면 전국단위 경찰로 운영이 되고 있나요?

▶ 김치환 경위 /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지금 저희 부산 이금형 청장님이 부임하시고 추진과제로 계속 운용하고 있는.

▷ 한수진/사회자:

아, 그렇군요. 이런 좋은 제도는 전국으로 확대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네요. 자, 오늘 정말 훈훈한 이야기 잘 들었고, 앞으로도 많은 도움 주시길 바랍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 김치환 경위와 말씀 나눴습니다.

전망대에서 종종 부산 경찰을 연결하게 되는데요, 훈훈한 소식만 전해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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