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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늦더위가 밀어낸 태풍…15호 '갈매기' 필리핀 강타

[취재파일] 늦더위가 밀어낸 태풍…15호 '갈매기' 필리핀 강타
여름 내내 변화무쌍한 날씨에 힘을 너무 써서일까요? 9월 들어 보름 가까이 됐는데 날씨가 매우 무난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때 이른 추석, 늦더위 때문에 땀을 흘리기는 했지만 연일 이어지는 청명한 가을 날씨에 올 들어 줄곧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뚫리는 느낌입니다.

특히 8월 말에서 9월 초만 되면 어김없이 한반도에 비상을 걸었던 태풍이 올해는 조용합니다. 8월 초 서해로 북상하다가 소멸한 12호 태풍 ‘나크리’ 이후 거의 한 달 이상 태풍의 모습을 볼 수 없는데요. 7월 말 매우 활발했던 태풍의 움직임과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모두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탓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태풍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추석 연휴때 도깨비처럼 갑자기 발달한 태풍이 있었거든요. 14호 태풍 ‘펑선’이 그 주인공으로 9월 7일 일본 규슈 남쪽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한 뒤 줄곤 일본 남쪽해상을 지나면서 주로 일본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14호 태풍 '펑선
<14호 태풍 펑선 진로> 

태풍이 일본 가까이에서 발생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생기자마자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이동한 것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었습니다.

태풍이 이처럼 이상한 진로를 가진 것은 사실 추석 늦더위와 상관이 있습니다. 태풍이 북상을 못한 것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폭이 좁기는 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서로 길게 자리 잡았기 때문인데 이 북태평양 고기압이 9월 상순 우리나라의 낮 기온을 30도 이상까지 올린 것입니다. 늦더위가 태풍을 몰아난 셈입니다.

올 가을 두드러진 특징인 늦더위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8월 내내 일본 남부에 중심을 두면서 2차 장마를 일으켰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9월에는 오히려 힘을 키우면서 우리나라 늦더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 주 중반 이후에나 힘이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늦더위가 이어지는 동안 15호 태풍 ‘갈매기’가 지난 금요일(12일) 필리핀 동쪽 먼 바다에서 발생했습니다. 태풍 ‘갈매기’는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일요일(14일) 밤 필리핀 북부를 강타한 뒤 지금은 중국 남부를 향하고 있는데요. 내일(16일) 새벽에는 홍콩 남부 바다를 지난 뒤 수요일(17일) 새벽 베트남 하노이 북부해안에 상륙할 가능성이 큽니다.

15호 태풍 '갈매
<15호 태풍 갈매기 진로>

현재까지의 추세로 볼 때 올 가을 태풍은 지난해보다 수도 적고 힘도 약합니다. 지난해 이맘때는 18호 태풍이 발생했고 이후 31호까지 이어졌는데 올해는 이제 15호 태풍이니까요. 올해는 지난해보다 태풍의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태풍의 영향권에서 일찍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태풍의 움직임이 지난해보다는 위력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올 태풍의 영향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지난해에도 10월 초순에 24호 태풍 ‘다나스’가 대한해협을 통과하면서 남부에 영향을 준 경험이 있기에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그동안 이어진 늦더위의 원인이자, 태풍을 한반도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힘이 약해지면 상황이 바뀝니다. 이 고기압이 급격하게 일본 동쪽으로 물러갈 경우 태풍의 길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다만 아직은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태풍이 없는데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처럼 국제적인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곤 했던 날씨가 올해도 조용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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