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장인정신으로 되살아난 최초의 애완로봇 '아이보'

[월드리포트] 장인정신으로 되살아난 최초의 애완로봇 '아이보'
일본 가전회사 소니가 1999년 발매한 최초의 애완로봇 '아이보'를 아십니까?

지금은 애완용 로봇과 장난감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시판 가격이 25만엔 (25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혁신적 제품이었습니다. 손을 대면 움직이고 말에도 반응하는 로봇에 얼리어답터들은 열광했고, 몇 대씩 구입하는 소비자도 있었습니다. 아이보는 4세대 제품까지 나왔는데, 총 판매량은 1백만대 수준이었습니다. 화제성에 비해서 전체 판매량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보'는 문화적으로는 성공한 제품이었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제품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이보의 가치가 일본에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애완용로봇의 선구자적 제품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소프트뱅크 등에서 20만엔 미만의 가격으로 애완용 로봇의 대중화를 시도하면서, 덩달아 '아이보'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일본 옥션에서는 제품 상태가 좋은 '아이보'가 30만엔에 거래되고 있기도 합니다.

아이보
그런데 문제는 제품 AS입니다. 아이보의 AS 기간은 10년으로 당시로서는 꽤 긴 편이었는데, 4세대 '아이보'조차 이제는 AS 기간이 종료됐습니다. 소니는 '아이보' 관련 조직을 모두 해체한 상태여서, 현재는 돈을 주고도 수리가 불가능합니다. 부품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보'가 로봇이지만 애완용이다 보니, '아이보' 소유자 가운데는 '병들고 늙은 아이보'에게 애정을 가진 사람도 많은 상황입니다.

이 때 등장한 사람이 소니의 퇴역 기술자들입니다. 소니는 돈 때문에 '아이보'를 버렸지만, 기술자들은 '아이보'를 돈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애정이 깃든 창작물로 평가했습니다. 예순이 넘은 퇴역기술자들이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고, '아이보' 수리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보
관절이 움직이는 로봇형인데다 비록 초보수준이긴 하지만 인공지능까지 가미되다 보니 쉽게 고칠 수 없었던 겁니다. 처음에 '목이 병든 아이보' 1대를 수리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제는 몇 일이면 수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부품은 관 두껑이 닫히기 직전 제품을 옥션 등에서 저렴하게 구입해 조달한다고 합니다.

한 퇴역기술자 집을 방문했을 때, 수리 의뢰된 아이보가 30대를 넘었습니다. 그만큼 수요가 있었던 겁니다. 이 기술자들은 '아이보' 뿐만 아니라, 소니의 오디오 제품도 수리해주고 있었습니다.

소장가치가 있는 소니의 전성기 제품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소니는 '소니 제품'을 포기했지만, 기술자들은 포기하지 않은 겁니다. 부품 가격 정도만 받고, 끝까지 제품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일본의 전자회사는 옛날같지 않습니다. 소니만 해도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컴퓨터 제조부문은 매각했습니다. 주가는 전성기의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소니를 지탱하는 건 이제 전자제품이라기 보다는, 금융이나 부동산 임대 사업입니다. 그렇다고 일본의 '모노츠쿠리'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일본의 제조업 문화)정신마저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 주인공은 '회사'가 아니라 '인간'이었습니다.

** 블로그 등을 보면 한국에도 '아이보' 제품 소유자가 꽤 있더군요. 혹시 수리를 원하시는 분은 타쿠미 공방 (81-80-2045-5774)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