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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씨 1g에 12만 원…먹을수록 로열티 '줄줄'

<앵커>

이달 말에 강원도 평창에서 '생물 다양성 총회'가 열립니다. 이게 뭐냐면 우선은 생물자원을 잘 보존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종자를 둘러싼 국가 간 이해 불평등을 풀자는 취지가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했던 구상나무를 보죠. 미국은 한국전쟁 때 이 나무 종자를 가져가서 전 세계 크리스마스트리로 팔았습니다. 막대한 로열티를 챙겼죠. 우리 토종식물을 갖고 미국이 모든 이익을 챙긴 겁니다.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뉴스 인 뉴스,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파프리카 1개에는 성인이 하루 필요한 양보다 비타민이 7배나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100g짜리 1개 값은 1천980원, 작은 파프리카 씨앗 1개 가격은 500원입니다.

[김미영/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센터 연구원 : 현재 파프리카 씨앗은 1g에 약 12만 원입니다.]

요즘 금 한 돈, 3.75g이 16만 8천 원 정도 하는데 같은 무게의 파프리카 씨앗이 45만 원이니까 금보다 3배나 더 비싼 겁니다.

파프리카 씨앗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로열티 때문입니다.

우리 파프리카 재배 농가는 대부분 씨앗을 네덜란드에서 수입합니다.

[이두용/파프리카 재배관리사 : (씨앗 한 개에) 550원 정도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런 종자를 쓰는 이유는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현재 외국의 종자를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사온 씨앗은 한 번 씨를 뿌려 수확한 뒤에는 재활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새끼 종자에는 다른 유전 형질이 섞여 있어서 새끼 종자 씨를 받아 재배하면 정상적인 열매가 열리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외국 종묘사로부터 끊임없이 종자를 사올 수밖에 없습니다.

방울 토마토와 청양고추, 심지어 콩과 옥수수 같은 작물의 부모 종자 특허도 이미 외국 종묘사에 넘어가 우리나라는 해당 작물을 심을 때마다 로열티를 내야 합니다.

현재 세계 종자 시장은 45조 원대로 성장했는데 몬산토를 포함해 10대 다국적 기업이 67%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장미와 버섯 같은 일부 품종에서 벌어들이는 로열티 수입을 제외하면, 내년에만 600억 원의 로열티를 내야 하는 종자 후진국으로 분류됩니다.

[이영이/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원 :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 토종 기업들을 다 인수하면서 이익이 특정 기업에만 쏠리니까… 더 좋은 품종들을 만들고.]

이번 총회에서 생물자원을 보유한 나라와 수입국 간에 과도한 로열티를 부담을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됩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재래 종자를 지켜내고, 또 우리만의 씨 종자를 개발해야 총성 없는 '종자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신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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