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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뗀 전통주…자리매김할까

<앵커>

막걸리는 그나마 반짝 인기라도 누렸지만 우리 전통주들은 훌륭한 품질에 걸맞는 대접을 전혀 못 받고 있습니다. 최고의 술을 빚어내려는 개인의 노력에 비해 정책적인 뒷받침이 부족합니다.

이대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소곡주 명인 우희열 할머니는 오랫동안 죄인 취급을 받으며 전통 비법의 명맥을 이어 왔습니다.

[우희열/소곡주 제조 무형문화재 : (빚은 술을) 김치 단지 뒤에도 숨기고 여기저기 술병을 갖고 다녔어. (걸리면) 세무서에서 술도 다 퍼갔어.]

일제가 세금 징수를 위해 양조장을 허가해 주면서 가정에서 술 빚는 걸 금지했는데 해방된 뒤에도 식량 부족 때문에 풀리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에 풀리긴 했지만 이미 수많은 전통주가 사라진 뒤였습니다.

[허시명/술 평론가 : 조선 시대부터 뿌리를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시 빚어진 것은 25년밖에 안 되는 거죠. 명인이나 민속주로 지정된 술들은 50개 안팎 정도 됩니다.]

막걸리를 제외한 약주 종류의 시장 점유율은 고작 1%에 불과할 만큼, 전통주 시장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나마 유지되는 건 몇몇 개인들의 노력 때문입니다.

소곡주의 고장인 충남 서천군 한산면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30여 개의 술도가를 만들어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변호사 정회철 씨는 교수로 근무하던 대학을 떠나 전통주 살리는 일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정회철/변호사, 전통주 제조 : 처음 빚었을 때 그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우리 술은 맛있습니다. 쌀로부터 여러 좋은 맛과 향이 나는데, 그 맛과 향을 다른 인공첨가물을 대체한다는 건 참을 수 없어요.]

작은 노력들이 보태지면서 전통주 품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백웅재/전통주 전문가 : 사케도 좋은 술인데 관세나 유통비용 때문에 같은 가격대라고 하면 우리나라 술이 훨씬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통주 시장이 살아나면 쌀 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됩니다.

간신히 명맥을 잇는 차원을 넘어 전통주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절실합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장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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