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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금가면 딱 좋은' 초가을 최고의 걷기명소는?

아직도 한낮에는 덥지만, 아침 저녁이면 선선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제 부인할 수 없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 선거죠. 서울 도심이 가장 걷기 좋은 시기도 바로 이맘 때인듯 싶습니다. 인구 천만의 메가 시티인 서울이지만, 서울에는 구석구석 걷고 싶은 길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 서울시는 서울에서 나무가 많은 길을 정리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자료를 살피다가 반성했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현재는 서울시정을 취재하는 기자라서 제법 서울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서울에는 제가 전혀 몰랐던 아름다운 길과 숲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취재를 하면서 제가 직접 가본, 딱 이맘때 가보면 좋을 서울의 걷기 명소를 전해 드립니다.

1. "어쩐지 쓸쓸한, 그래서 더 매력적인"  
<구로구 '항동 철길'>

이곳에 처음 가면 사실 황폐하고 쓸쓸하단 느낌부터 앞섭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항동 그리고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지는 약 7km 구간인데, 철로가 하나인 단선 구간입니다.
철길이지만 군용열차가 일주일에 한두 번 다닐뿐인 열차 보기 힘든 철길로, 낮에 가도 인적이 드문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서울인데, 이름 모를 아주 깊숙한 시골에 온 듯한 느낌으로 철길을 걷다 보면 소박한 간이역을 만날 것 같은 분위기가 바로 이 길의 매력입니다. 지금은 철길을 따라 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가 소담스럽게 피어있습니다. 사실 이 길은 숲이 울창해서 그늘이 졌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걷다 보면 때론 가을 햇살이 뜨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등에 뜨거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인적 드문 철길을 한번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걷다 보면 항동 철길은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삶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로가 하나뿐인 철길처럼 우리 인생도 결국은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지만, 철길 주변에 난 이름 모를 수많은 들풀처럼 인생의 길목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힘을 얻는 것도 인생이니까요.  

2. "이보다 더 시원할 수 없다"
구로구 푸른수목원 '능수버들길'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곳은 항동 철길과 바로 붙어 있습니다. 서울시 최초의 시립수목원인데, 1700종의 식물들이 10만 제곱미터가 넘는 면적에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은 저수지 앞에 정말 멋진 능수버들 나무가 참 아름답습니다. 능수버들 아래 벤치에 앉아있으면 저수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 어떤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할 정돕니다. 입장료도 없고 야간개장을 하는데 밤에는 낮과는 또 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눈이 청량해지는 수목들을 보면 절로 책 한권 읽고 싶어지는 곳인데, 이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입구 쪽에 자그마한 도서관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3. "여기가 정말 서울일까?"

강서구 서남환경공원 '메타세쿼이아숲길'

가을이면 언제나 가보고 싶은 곳이 전남 담양입니다. 하늘로 쭉 뻗은 나무인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너무 좋아섭니다. 그런데 강서구에 있는 서남환경공원도 담양 못지않게 메타세쿼이아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촌 한 가운데 있는 이 공원은 사실 공원에 들어가기 전까진 이런 메타세쿼이아숲길이 있을거라곤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단 공원 출입구에서 계단을 다 오르면 깜짝 놀랄만한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숲길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한강공원과 강서 둘레길과도 이어지는 이 숲길은 아직은 동네 분들만 찾는 곳이라 한낮에 가도 고즈넉합니다. 길게 걷지 않아도 좋습니다. 정말 한 5분만 걸어도 기분이 맑아지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길입니다.

4. "시인의 언덕을 걷다"

종로구 윤동주문학관 '주변길'

사실 윤동주 문학관을 가면 작은 규모에 실망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막상 안에 들어가면 시인 윤동주의 서정적이고 맑은 세계를 담아내기엔 거창한 건축물보단 이렇게 아담하고 소박한 공간이 제격이다 싶은 마음이 듭니다. 올해 서울시에서 가장 예술적인 건축물에 주어지는 영예인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윤동주 문학관은 그 자체로도 멋지지만 그 주변의 길도 참 매력적입니다. 부암동과 이어지는 길도 좋고 서울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창의문과 연결되는 길도 좋습니다. 어디를 가든 호젓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길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저 발길 가는대로 내키는 대로 방향을 정하면 됩니다.

5."성곽을 따라 걸으며...역사를 음미하다"

종로구 '와룡공원길'

삼청동길은 이제는 서울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되서 예전의 운치있고 기품있는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워낙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되어서 이젠 삼청동길 끝에 있는 삼청공원도 조용히 산책하기 힘들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망할 건 없습니다. 바로 인근에 삼청공원만큼 아름다운 와룡공원이 또 있으니까요. 감사원 뒷길을 따라 성균관대 후문에서 성북동까지 이어지는 와룡공원길은 서울성곽을 따라 돌 수 있는 성곽길입니다. 어떤 코스를 잡는가에 따라 제법 산길을 걷는 느낌도 나기 때문에 제대로 걷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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