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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태자당’ 빰치는 ‘공주당’…그러다 칼 맞을라

[월드리포트] ‘태자당’ 빰치는 ‘공주당’…그러다 칼 맞을라
시진핑 주석 취임 후 1년 반 동안 쉼 없이 이어져 온 사정 칼바람에 뒤가 구린 중국 지도층들이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칼잡이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며칠 전 ‘늙은 호랑이’ 저우융캉의 다음 차례가 누구일 지 곧 알게 될 거라며 의미심장한 예고탄을 쏘아올리면서 대중들의 호기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낙마한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이 중국 에너지 업계의 마피아로 불렸던 ‘석유방’의 좌장이었던 점을 들어 다음 타깃은 석유산업 못지않게 땅 짚고 헤엄치며 돈을 손쉽게 벌어온 전력 산업계의 큰 손들이 될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력산업을 좌지우지해 온 이른바 ‘전력방’은 다름 아닌 리펑 전 총리 일가입니다. 일단 리펑 전 총리 본인이 전력 부문에서 관직을 시작해 전력공업부장을 역임한 뒤 총리에 올랐으니 만큼 전력산업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아버지를 이어 그의 딸인 리샤오린(李小琳)은 칭화대에서 전력시스템 연구로 석사를 마친 뒤 1994년 국영기업인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에 입사해 14년 만인 2008년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초고속 승진의 배경엔 아버지의 그림자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니다. 오빠인 리샤오펑(李小鵬)도 중국 5대 전력회사 가운데 한 곳인 화넝그룹의 이사장을 거쳐 정계로 진출해 지금은 산시성 성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남들보다 출발선이 한참 앞서는 명문가 집안 아들, 손자들을 일컫는 ‘태자당’ 못지않게 중국에서는 ‘공주당’의 위력 역시 대단합니다. 선대의 후광으로 특권을 누리며 홍색귀족으로 불리는 ‘공주당’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리샤오린입니다. 그녀는 중국판 된장녀로 유명합니다. 언론과 인터뷰 자리에 온갖 명품과 보석으로 치장한 화려한 차림으로 등장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남들 눈을 의식해 자중할 법도 하련만 리샤오린은 라오바이싱(老百姓)은 꿈도 못꾸는 초고가의 마사지 샵이나 헬스클럽에서 찍은 사진을 자랑삼아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된장녀라는 비아냥이 듣기 불편했던지 지난해엔 정협위원 자격으로 양회에 참석해 “모든 국민에게 도덕 당안(당안: 개인기록을 담은 문서)을 만들어 자신의 수치스러움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라오바이싱들을 힐난하는 망언을 쏟아내 “감히 누가 누구더러 도덕을 운운하느냐”는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일마다 눈총 받을 짓만 골라서하다 보니 얼마 전 중국 네티즌들이 뽑은 ‘저질 인격 10걸’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시진핑 정부 들어 리샤오린이 각종 비리와 부정축재를 일삼고 있다는 보도가 하나 둘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휴양지로 유명한 하이난에 대규모 부동산을 매입했다거나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세탁한 비자금을 숨겨두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해오고 있지만 그녀의 결백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보험업까지 영향력을 미쳐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위스 보험사의 뒤를 봐주고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마침내 지난주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감찰부가 전력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에 착수했습니다. 기율검사위원회는 공식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국가전력망 랴오닝전력공사 총경리가 심각한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음을 공개하면서 고위급 인사들이 조사 대상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전력방’의 ‘몸통’인 리샤오린에게도 언제고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간의 업보 때문인 지 많은 중국인들은 리샤오린의 낙마 소식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원루춘
리샤오린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대중들의 미움을 받는 또 다른 ‘공주당’ 멤버들도 적지 않습니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딸인 원루춘(溫如春)은 아버지가 총리로 있던 지난 2006년 JP모건으로 부터 2년 동안 컨설팅 자문료로 모두 180만 달러(약 19억 2천만 원)를 받아 챙겼습니다. 원루춘이 운영하던 컨설팅업체는 직원이 달랑 2명밖에 안 되는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였는데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이 원자바오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딸을 통해 일종의 뇌물을 건넨 셈입니다. 그녀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2012년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중화(中華)재단을 통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370만파운드(약 63억 2천만 원)를 기부하고 석좌 교수직을 사기도 했습니다.
주옌라이 예밍쯔 완
후진타오 전 주석의 딸인 후하이칭(胡海淸)은 아버지의 모교인 칭화대를 졸업한 뒤 상하이에 있는 명문 MBA, CEIBUS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중국의 유명 포털 사이트인 신랑(新浪)의 CEO인 8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남편인 마다오린(茅道臨)은 장인의 후광을 등에 업고 미국 IT기업들의 로비스트로 나서 IT제품정부 조달을 독차지해 수 억 달러의 돈을 손쉽게 벌어 들였습니다. 주룽지(朱容基) 전 총리의 딸인 주옌라이(朱燕來)는 캐나다 유학을 거쳐 모교인 인민대에서 잠시 강의를 하다가 1997년 중국은행에 입사해 16년 만인 지난해 중국은행의 홍콩 지주회사인 중인(中銀)홍콩의 부총재 자리에 올랐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도 알아주는 거액 투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10대 원수의 한 명으로 국가 부주석을 지낸 예젠잉(葉劍英)의 손녀 예밍쯔(葉明子)는 공주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문화예술계의 큰 손입니다. 패션디자이너이자 음반까지 낸 가수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곧 홍콩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출신 성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인대 상무위원장이었던 완리(萬里)의 손녀 완바오바오(萬寶寶)는 자신의 이름을 딴 보석브랜드 ‘BAOBAOWAN’을 앞세워 보석업계를 빠르게 장악하며 원자바오의 부인이자 보석업계의 대모인 장페이리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예징쯔 쿵둥메이
남의 눈을 의식 안하는 거침없는 남성 편력으로 유명한 공주당 멤버도 적지 않습니다. 예밍쯔의 사촌 언니인 예징쯔(葉靜子)는 문화미디어 회사를 설립해 외국 스폰서들을 끌어들여 자동차경주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미모의 그녀는 자신이 매니저 일을 해주던 세계적인 다이빙 스타 푸밍샤(伏明霞)의 남편인 홍콩의 재력가와 불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불륜 상대남이 서른 살 가까이 많은 아버지뻘이어서 화류계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습니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천카이거(陳凱歌) 감독과 결혼한 훙황(洪晃)은 마오쩌둥의 말년 벗이었던 대석학 장스자오의 외손녀로 미디어 분야에서 손꼽히는 명사입니다. 그녀는 천카이거 말고도 두 명의 남편이 더 있었습니다. 마오쩌둥 주석의 외손녀인 쿵둥메이(孔東梅)는 15년 간 불륜관계를 맺어 온 거부와 결혼하면서 중국 부호 순위 300위 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천샤오단
공주당의 일원으로 가장 언론 노출이 많았던 천샤오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때 보시라이의 아들 보과과(薄瓜瓜)의 여자 친구였던 천샤오단(陳曉丹)은 천윈((陳雲) 천 부총리의 손녀입니다. 일찍이 유럽에서 유학할 당시 벨기에 왕자, 이탈이아 백작 등과 어울려 춤을 추며 파리 사교계의 총아로 떠올랐을 정도로 명실상부 현대판 귀족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시밍저
한국이나 중국이나 요즘 아들들의 일탈 행위로 수난을 겪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높은 자리에서 장수하려면 아들 보다는 딸을 가진 게 열배, 백배 낫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금 중국 지도부에는 딸만 둔 지도자들이 대세입니다. 황제 중의 황제인 시진핑 주석과 2인자인 리커창 총리, 서열 3위인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각각 슬하에 아들 없이 딸만 하나씩 두고 있습니다. 또 4명의 부총리 가운데 3명이 외동딸만 두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경우 주석 취임을 앞두고 하버드대학에 다니고 있던 외동딸 시밍저(習明澤)를 국내로 불러 들였습니다. 외국 나가 있는 자식 문제로 이런 저런 구설에 오르지 않게 아예 곁에 두고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뜻입니다. 리커창이나 다른 외동딸 아버지들 모두 딸 단속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여권(女權)이 강한 사회에서 여성들의 사회활동 폭이 날로 넓어지는 상황에서 ‘공주당’의 전횡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아마 시간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특권층이 고착화된 사회치고 건강한 사회는 없습니다. 태자당도 모자라 공주당까지 활개치게 된다면 중국 사회의 앞날은 암흑처럼 어두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 지도부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공주당’에게 칼을 겨눌 날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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