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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때문에 '빈 공간'"…알면서 방치한 서울시

<앵커>

이런 조사결과가 의미하는 건 결국 땅속에 빈 공간이 지하철 운행과 관련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일부 구간에서 이런 문제를 이미 파악했지만 매번 땜질식 처방이 전부였습니다.

이어서 김도균 기자입니다.

<기자>

지하 빈 공간 발생은 우선 지하 터널을 만드는 단계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비용절감을 위해 지하철 터널의 콘크리트 외벽을 두껍게 만드는 방수 공법을 쓰지 않고, 지하수를 밖으로 빼내는 배수 공법을 주로 쓰기 때문입니다.

지하수가 빠져나가는 만큼 빈 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터널에 부직포 같은 걸 해서 물을 뽑아내거든요. 물을 항상 24시간 영원히 뽑아내야 해요. 지하철이 있는 동안 물을 뽑아내면 상부에 있는 토사하고 상하수도관이 침하가 돼요.]

터널 공사를 마치고 공사를 마무리하는 과정도 문제입니다.

흙을 부어 덮는 과정, 즉 '되메우기' 단계에서 지반 다짐을 제대로 하지 않고 덮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조원철/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교수 : 1미터 50에서 2미터 정도 흙을 채워 가지고 다지고 또 흙을 채우고 다지고 해야 되는데 실제 현장에 가보면 한 10미터나 15미터 정도 흙은 한꺼번에 부어 가지고 표면만 다지기 때문에 속은 다져지지 않았거든요.]

또 이런 지반에 하루에도 수백 번 지하철이 지나가면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진동이 가해지는데, 지반이 계속 흔들리면서 기존의 빈 공간이 무너져 내리거나 또 다른 빈 공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대부분 지하철은 차량이 많이 다니는 도로 아래 건설되기 때문에 차량 진동까지 합쳐지면 지반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습니다.

[오재응/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 : 지하철에 의한 진동과 지반의 흙이나 모래의 변형에 따라서 침하 현상이나 피해가 올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서울시 조사결과 빈 공간 발생 우려 구간 197곳 가운데 21곳은 지하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21곳 가운데 18곳은 이미 지하철 공사가 끝난 지 한참 지난 곳들이었는데, 가 시설물이 그대로 묻혀 있다가 지반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복구 공사는 겉을 덮는 땜질식으로 이뤄졌을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터널 등 지하철 시설물의 안전 점검은 한 해에도 수차례 이루어지는데 비해 지하철 주변 지반에 대해서는 방치해 왔다고 지적합니다.

[오재응/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 :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하여 감시, 관측, 그리고 데이터베이스화 함으로써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는 지하철과 지반 약화가 직접 연관됐다고 확인된 건 9호선 석촌 지하차도 구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서울시는 그러면서도 사후 영향평가나 향후 지반 조사 대상에 지하철 주변 지반을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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