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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와 오존…식량안보 위협

[취재파일] 기후변화와 오존…식량안보 위협
8억 2천 4백만 명.

유엔세계식량계획(WFP ; World Food Programme)이 발표한 2013년 현재 전 세계에서 기아로 고통 받고 있는 인구다. 2014년 현재 전 세계 인구가 72억 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9명에 한명 꼴로 먹을 것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퍼져 있다(WFP Hunger Map 참조).

인구가 늘어나면서 식량수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새로운 품종 개발이나 농법 개발, 농지 확대 등으로 곡물 생산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식량 사정이 반드시 좋아질 수만은 없다. 특히 기후변화와 대기 오염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후변화와 대기 오염인 지상 오존이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두 차례에 걸쳐 글을 싣는다.

① 기후변화, 식량안보 위협...2030년대부터 곡물 생산량 급격히 감소
② 오존, 식량안보 위협...기후변화 영향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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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기후변화, 식량안보 위협...2030년대부터 곡물 생산량 급격히 감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2081~2100년)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온난화로 인한 전 지구 평균기온은 온실가스 감축을 당장 적극적으로 실행할 경우(RCP2.6) 0.3~1.7도℃ 상승에서부터 저감대책을 상당부분 실행할 경우(RCP4.5) 1.1~2.6℃, 저감 대책이 어느 정도 실행될 경우(RCP6.0) 1.4~3.1℃, 저감 없이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 할 경우(RCP8.5) 2.6~4.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 예상대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가뭄이나 홍수, 슈퍼 태풍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늘어나고 특히 해마다 또는 지역마다 기상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이른바 기후의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혹시 지구온난화로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기아로 고통 받는 인구가 더 늘어나지는 않을까?

곡물 생산량은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작물은 종에 따라 생육에 알맞은 온도가 있는데 온도가 올라갈 경우 열적 스트레스(heat stress)가 늘어나 생육과 생산량이 영향을 받는다. 기후변화로 가뭄이나 홍수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늘어나는 것도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산 단가가 급등하거나 토양의 황폐화, 도시가 커지거나 도로가 늘어나면서 경작지가 줄어들 경우, 바이오 연료 생산 확대, 또 인구 증가로 생활용수 수요가 늘어나면서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 또한 곡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온난화로 겨울철 기온이 상승할 경우 각종 병을 일으킬 수 있는 균이 더 크게 퍼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기온이 낮아 곡물을 원하는 만큼 재배하지 못했던 지역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생산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는 만큼 기후변화가 곡물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도 작물의 종류나 재배 지역, 실험 기간, 기온 상승 정도, 시기 등에 따라 연구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당연히 곡물 생산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고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때문에 어느 한 연구 결과를 보고 기후변화가 곡물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평균적으로 기후변화가 곡물 생산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언제부터 부정적인 효과가 긍정적인 효과보다 더 크게 나타날 것인가?

기후변화로 기온이 2℃ 정도 상승할 때부터 곡물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특히 2030년대부터는 기후변화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식량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Leeds 대학과 미국의 스텐포드 대학, 애리조나 주립대학, 호주 연방과학원(CSIRO),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기후변화와 농업· 식량 안보국(CCAFS) 공동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1,700개가 넘는 기후변화와 곡물 생산량에 대한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meta-analysis)해 최근 과학 저널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했다(Challinor et al, 2014). 

논문에 따르면 밀과 쌀, 옥수수 같은 주요 곡물의 생산량 변화는 재배 지역과 실험 방법이나 조건, 기후변화 시나리오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오렌지 색 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생산량이 30%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부터 최고 60% 정도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분명한 것은 연구 결과 전체를 종합해 평균적으로 볼 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에 대해 품종개량이나 새로운 농법 개발 등 과학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기온이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옥수수와 밀, 쌀 모두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기온이 2℃ 정도 상승할 때까지는 곡물 생산량 감소가 평균적으로 5% 안팎으로 크지 않지만 기온 상승 폭이 2℃를 넘어서면 곡물 생산량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연구 결과는 보여준다(그림 참조, 자료: Challinor et al, 2014).

<그림 설명 : 평균 기온 상승에 따른 지역별· 작물별 생산량 변화>

하지만 온난화로 기온이 2℃ 상승하는 것이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IPCC 제5차 보고서에 따르면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지구 평균 기온은 0.85℃상승했다. 한반도의 지구온난화 속도는 전 지구평균보다 더욱 빨라 1912년부터 2010년까지 약 100년 동안 1.8℃나 올랐다. 한반도의 경우 기온 상승 폭이 곧 2℃를 넘어선다는 뜻이다. 논문의 통계대로 라면 한반도에서 지구온난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인 영향을 압도할 수 있는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기온 상승에 대해 과학적인 대응을 할 경우 대체적으로 생산량 감소를 크게 줄일 수 있음을 연구 결과는 보여준다. 중위도지역의 밀 재배나 적도 지역의 벼 재배의 경우 과학적인 대응을 할 경우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종합적으로 볼 때 언제쯤부터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인 효과를 압도할 것인가?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에 과학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2030년대부터는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그림 참조, 자료:Challinor et al, 2014 ).

< 그림 설명: 연대별 곡물 생산량 변화와 각각을 전망한 연구결과가 차지하는 비율>

그림에서 노란색은 곡물 생산량이 10~25% 감소, 오렌지색은 25~50% 감소, 빨간색은 50% 이상 감소를 의미한다. 그림은 각 연대별 생산량을 전망한 연구 결과 가운데 각각의 색깔 즉, 감소 또는 증가를 전망한 연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2020년대 까지는 기후변화가 곡물 생산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경우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2030년대부터는 생산량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크게 늘어난다. 특히 10%이상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노란색 이상)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25~50%까지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2070~80년대에는 현재보다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빨간색)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난다. 전반적으로 21세기 전반기보다는 기후변화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21세기 후반기로 갈수록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가 주를 이룬다.

기후변화는 특히 곡물 생산량의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역에 따라 또는 해마다 곡물 생산량의 변동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기후변화에 과학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전 지구적인 곡물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2030년대부터는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인 영향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하고 또 곡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기후변화 악영향을 피할 수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아로 고통 받는 인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참고문헌>
* Challinor A.J., J. Watson, D.B. Lobell, S.M. Howden, D.R. Smith, and N. Chhetri, 2014 : A meta-analysis of crop yield under climate change and adaptation, Nature Climate Change 4, 287-291:DOI:10.1038/nclimate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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